트럼프 대통령 방한, 순시나 행차가 아니길…

트럼프 대통령 방한, 순시나 행차가 아니길…

<김갑제 광복회광주전남지부장>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내일 우리나라에 온다. 국빈으로 1박2일 동안 방문하는 트럼프 대통령은 문재인 대통령과 정상회담, 국회에서 연설, 주한미군 장병들과의 만남 등 빡빡한 일정을 보낸다고 한다. 레이건 등 역대 미국 대통령들이 찾아갔던 비무장지대, DMZ 방문 여부는 아직 불투명하지만 깜짝쇼로 이루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게 조야의 분석이다.

DMZ 방문이 무슨 큰 모험이요 도박이나 되는 것처럼 호들갑을 떠는 모양새도 그렇지만, 솔직히 모든 면에서 트럼프의 이번 한국방문은 떨떠름하고 영 못마땅하다. 북한의 핵과 관련해서 근본적인 해결책을 내놓기보다 시도 때도 없이 퍼부어대는 전쟁 불사 등 미치광이 수법 발언에다, 국익을 위해선 못할 것이 없다는 장사치 근성의 예의 없고 품위 없는 막말버릇 때문이다.

물론 전 세계적인 지탄과 우려를 낳고 있는 북한의 행태도 정말 못마땅하고 밉다. 그러나 트럼프가 보여준 지금까지 일련의 언행은 이번 방문에서도 또 무슨 트집과 공갈로 얼마만큼의 무기를 팔러 왔나 싶어 고개를 젓게 한다. 동맹국 대통령이 방문하는 게 아니라 미합중국 황제께서 약소동맹국을 순시 행차하는 것 같다는 건 속 좁은 나만의 생각인가.

사실 나는 친미도 아니지만 반미주의자는 더욱 아니다. 그리고 국제문제에 대해서도 잘 모른다. 신문 등 언론을 통해 얻는 정보가 거의 전부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비전문가인 나의 눈으로 봐도 북핵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책은 간단하다.

우선 북미가 직접 대화를 통해 협상해야 한다. 다음으로 북한 핵을 포기시킬 수 있는 가장 간단하고도 분명한 방법을 선택해야 한다. 그것은 미국과 북한의 수교다. 즉 국교를 맺는 일인 것이다. 미국의 정책 전환이 전제되어야 가능한 일이기는 하지만 북-미가 서로 원하는 것을 동시행동의 원칙 아래 맞바꾸면 해결된다는 말이다. 다시 말해 미국이 북한에 ‘핵무기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개발을 포기하면 외교관계 수립과 불가침 협정을 체결할 용의가 있다’고 밝히는 일이야 말로 작금의 위험천만한 형국을 확실하고도 단번에 풀 수 있는 방안인 것이다.

북한이 대외적으로 “핵 포기는 없다”고 외치고 있지만, 김정은이 육성으로 “미국의 적대시 정책과 핵 위협이 근원적으로 청산되지 않는 한” 핵 포기를 위한 협상 테이블에 앉을 수 없다고 밝힌 것이 이를 단적으로 입증한다. 이 말이야 말로 미국과 적대관계가 해소되고 불가침이 보장되면 핵무기를 포기할 수 있다는 뜻을 웅변해주고 있는 것이 아니고 무엇인가.

사실 북한의 이 조건은 핵 문제가 발생한 이래 지난 20여 년간 일관된 주장이다. 김정은이 핵무기와 아이시비엠을 보유하려는 실질적인 목적은 한마디로 김정은 체제의 안정적 유지가 핵심 목적이다. 핵무기 등 대량살상무기 개발을 포기한 리비아의 지도자 카다피가 민주혁명 과정에서 미국이 주도하는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의 공습을 받아 몰락하고 결국 사망한 사건(2011년 10월)을 계기로 북한의 이 같은 입장은 더욱 확고해졌다. 근본적으로 미국을 믿을 수 없다는 결론 때문일 것이다.

결국 직접 대화를 통한 ‘북-미 수교와 불가침 약속’은 북핵 포기의 대전환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유일한 카드가 아닐 수 없다. 북-미가 이런 합의를 하게 되면, 우선 북한은 핵 동결과 미사일 도발 중단을 하고 동시에 유엔은 대북 경제제재를 해제함으로써 합의 구체화 및 이행의 환경을 조성할 수 있을 것이다. 그 후 6자회담에서는 이 합의를 국제적으로 보증하고 북한 핵의 영구적인 폐기와 한반도 정전체제의 평화체제로의 전환을 담은 이행 합의문도 가능해 질 것이다.

그런데도 미국은 북한이 도발을 중단하고 핵 포기 의사를 표시하지 않는 한 대화조차 불가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왜? 무엇 때문에? 누구를 위해서?

미국은 현재의 북핵 상황을 진정 절박한 위협으로 판단한다면 지금부터라도 북-미 수교를 통한 근본 해법을 적극 검토하기 바란다. 만에 하나라도 전쟁이 발발한다면 우리민족에게는 돌이킬 수 없는 재앙이며 참화를 가져온다는 점에서도 북미간의 수교는 지구촌 평화를 위한 시대적, 세계적인 요구라 할 것이다.

아울러 우리 정부 역시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에 즈음하여 북한의 지속적인 도발에 대해 준엄하게 경고해야 한다. 그리고 미국에 대해서도 엄중하게 자제를 요구해야 한다. 트럼프 대통령과 미국 정부가 평화적 해결을 약속해 놓고 왜 걸핏하면 군사적 수단을 입에 올리는지 정색하고 따져야 한다. 아무리 약소국 동맹이지만 우리의 생명이 걸린 문제에 그렇게 식언을 해도 되는 것인지 엄중히 묻고, 또 필요한 행동도 취해야 마땅하다. 우리의 대북 영향력은 매우 제한적이지만 대미 영향력은 다르다는 점에서도 더욱 그렇다. 미국이 우리의 요구에 불쾌해할 수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우리민족의 삶에 치명적 영향을 미치는 동맹 지도부의 비이성적 언사를 제지하기 위한 바른 소리를 주저해서야 될 일인가.

그런 점에서 “동맹은 전쟁을 막기 위한 것이지 일방적으로 전쟁을 일으키는 게 동맹의 기능이 아니다. 특히 현대 국제관계에서 동맹의 규범은 전쟁 억지력 강화다. 동맹의 한쪽이 전쟁을 강력히 반대하는데 다른 한쪽이 전쟁을 일으키는 것이 과연 올바른 동맹인가”라고 당당히 밝힌 문정인 특보의 발언은 백번 들어도 옳고 바른말이다.

누가 뭐라 해도 우리 정부 고위 당국자는 이번 기회에 명확하게 미국의 자제를 촉구하고 상황 안정을 도모해야 한다. 그것은 한반도의 주인인 대한민국 정부가 해야 할 최소한의 의무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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