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상임금 쓰나미’에 허우적대는 기아차

기아자동차가 10년 만에 올 3분기(7~9월) 4천억 원을 웃도는 영업적자를 냈다. 이는 기아차가 통상임금 소송 1심에서 패소함에 따라 소송비용과 급여 소급분 등 9천777억 원의 충당금을 회계장부에 일괄 비용으로 반영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영업 손실이 4천270억원 발생했다. 충당금이 없었더라면 실질적으로는 4천300억 원의 영업이익을 낸 셈이다.

법원의 판결에 따라 기아차가 충당금을 일괄 반영한 탓에 적자가 난 것이지만 이를 바라보는 대다수 국민들의 기분은 씁쓸하다. 근로자들의 임금을 위해 기업의 영업 이익이 모두 소진돼 버리면 기업이 어떻게 경쟁력을 갖출 수 있겠느냐는 우려 때문이다. 법원판결에 수긍하면서도 그 파장에 대해서는 감정적으로 불편함을 느끼는 이들이 많다.

통상임금 여파는 기아차 공장의 생산체계에까지 영향을 미쳐 지역 및 국가경제 전반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기아차는 지난달부터 사실상의 감산(減産)에 돌입했다. 잔업을 전면 중단하고 특별근무도 최소화하기 시작했다. 이 같은 조치로 기아차의 광주·화성·소하 국내 공장 생산량은 연간 4만1천대 정도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자동차 산업은 당분간 고전을 면치 못할 전망이다. 현대차도 기아차의 적자 전환 영향을 받았다. 매출과 영업이익은 늘었지만 당기순이익이 2분기 연속 1조원에 미치지를 못했다. 한·중 관계 회복으로 중국시장의 판매가 다소 호전될 것으로 보이나 올해 글로벌 판매 목표인 825만대(현대차 508만대, 기아차 317만대)판매는 어려울 것으로 추정된다.

세계 굴지의 자동차 생산·판매 기업들은 미래형 인공지능 및 전기자동차 생산을 위한 기술개발에 막대한 투자비를 쏟으며 총력전을 벌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현대기아차가 통상임금 충당금에 발목이 잡혀 글로벌 경쟁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 ‘통상임금 쓰나미’에 빠져 잘 나가던 기업이 허우적거릴 가능성이 높다. 근로자도 기업도 모두 손해다.

문제는 기아자동차의 통상임금 패소의 후폭풍이 이 정도로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기아차 근로자의 평균 연봉은 지난해 기준 9천700만원에 달했다. 그렇지만 기아차 노조는 더 많은 임금을 받기 위해 통상임금소송 결과에 맞춘 임금인상을 요구하며 강경투쟁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임금은 적법하게 받아야 한다. 그러나 법보다 상식이 우선해야 상생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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