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도일보가 만난 사람> 강기정 전 국회의원

“지역민에 대한 깊은 고민 없다면 미래 청사진 만들 수 없다”

광주의 역사를 미래로 연결시키는 큰 안목의 리더십 필요

문재인 정부 출범으로 고립서 성장으로 나아갈 기회 도래

중앙과 지방, 지방과 지방은 민주적 관계로 발전돼야 한다

내년이 지방정부 원년이라고 밝힌 강기정 전 의원은 “긴 안목으로 도시 성장에 대한 목표를 잡지 않고, 근시안적인 사업 따오기에 자족한다면 지방정부 광주의 미래는 흔들릴 수밖에 없다”고 일침했다./노정훈 기자 hun73334@namdonews.com

3선 의원을 지냈고,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후보시절, 종합상황실장을 맡아 호남의 대선공약을 만들었던 정치인 강기정 전 의원의 민심행보가 주목을 받고 있다. 매주 지역의 중소기업을 방문하는가 하면 ‘문재인 정부와 호남의 기회’라는 주제 강연을 장성, 화순, 함평, 곡성 등 지방자치단체에서 이어가고 있다. 150여명의 전문가가 포진한 정책연구소 광주성장 더큐브와 함께 지역 아젠다를 쟁점화하는 포럼도 꾸준히 개최하고 있다. 지역 학생들을 위한 강연, 전남대병원치매콘서트, 소방가족어울림한마당 등 시민들과의 소통에도 매일 나서고 있다. 지난 총선 이후 주춤했던 모습에서 벗어나 다시금 제도 정치권을 향해 화려한 비상을 꿈꾸는 듯 하다.

이에 남도일보는 정치인 강기정을 만나 최근 근황과 정치사회 이슈에 대한 폭 넓은 이야기를 들어봤다.

▲민심 행보가 주목을 받고 있다. 어떤 일정을 보내고 있는지=요즘 저는 크게 세 가지 정도의 일에 집중하고 있다. 첫째, 지역 중소기업들을 꾸준히 방문하기 시작해서 17주차를 맞고 있다. 독일에 머물면서 독일경제의 경쟁력으로 불리는 히든 챔피언들을 방문했다. 매년 7~8% 정도를 R&D에 투자함으로써 기술경쟁력이 지속적으로 향상되고, 대기업과의 동반성장의 생태계 속에 있는 독일의 중소기업을 보면서 참 많이 부러웠다. 더불어 우리 광주의 중소기업들은 어떠한지, 구체적 현실과 입장이 궁금했었다. 그래서 귀국 후에 매주 중소기업 방문을 해오고 있다.

둘째, 광주·전남 시·군 공직자들과 주민들을 대상으로 ‘문재인 정부와 호남의 기회’라는 주제 강연을 이어가고 있다. 문재인 정부 시대, 우리 지역에는 구체적으로 어떤 변화가 있을 것인지 궁금해 하는 분들이 많다. 앞으로도 다양한 지역, 다양한 분들과 지방정부시대를 논의하는 장을 마련할 생각이다.

셋째, 정책을 준비하고 이를 위한 공부를 하고 있다. 기회가 온다 해도 결국 광주의 성장은 구체적인 정책을 통해 이뤄질 수밖에 없다. 다양한 현장을 방문하고, 시민들, 전문가들을 만나면서 정책을 만들고 공부를 하고 있다.

▲장성아카데미를 비롯한 지역 강연에서 ‘문재인 정부와 호남의 기회’. 무엇이 기회인가=문재인 정부의 출범으로 호남이 고립에서 성장으로 나아갈 전환의 기회가 온 것이다. 정권교체로 시작한 기회를 우리의 정치역량 확장으로 지방정부의 성공, 호남의 성공을 만들어가야 할 기회라는 사실이다.

정권교체의 힘은 촛불민심과 호남민심이다. 호남은 정권창출의 주역이다. 정권교체를 통해 호남은 어떤 변화와 성장을 이룰 것인가. 이명박 박근혜 정부로부터 고립되어온 10여년을 어떻게 극복하고 더 나은 성장으로 나아갈 것인가를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또한 내년이 지방정부 원년이라는 사실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개헌을 통해 지방자치단체를 지방정부로 개칭하는 내용을 헌법에 명문화하겠다는 선언을 했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지방정부와 지방정부의 관계 설정은=미국의 경우, 루이지애나는 언제나 못사는 주다. 뉴욕은 늘 잘 사는 주다. 지역 역량에만 맡겨둔 결과다. 하지만 독일은 다르다. 뮌헨이 벌어서 베를린이 함께 쓴다. 베를린 시의 재정책임자를 만났는데, 그가 제시한 자료를 보니 연방정부와 주정부는 모든 세금에 대해 동등한 조세 주권을 갖고 있다. 세원 배분은 지방정부가 53%, 연방정부가 43% 수준이다. 더 중요한 것은 헌법 107조 2항에 근거한 지방재정조정법이다. 잘사는 주가 못사는 주의 재정을 지원하는 제도다. 연방 전체는 동등한 삶의 질을 유지해야 한다는 헌법정신에 기초해 뮌헨이 번 것을 베를린이 쓸 수 있도록 하는 지원시스템이다. 베를린과 니더작센이 해마다 불균형을 극복하며 성장하고 있는 이유다. 이는 독일 통일의 발판이 됐다.

비민주적 중앙집권이 빚은 지역불균형 극복을 회복하려면 중앙과 지방의 관계, 지방과 지방의 관계가 민주적이어야 한다. 권한을 뺏거나 독점하는 것이 아니라 민주적 관계로 발전해가야 한다는 생각이다.

▲새로운 리더십은= ‘연결과 전환의 리더십’이 필요하다. 중앙정부와 민주적으로 소통하고, 때로는 싸우고 때로는 협력을 해나가며 중앙과 지방을 새로운 민주적 관계로 연결시켜내는 연결의 리더십, 이러한 연결을 통해 새로운 전환을 끌어내는 전환의 리더십이라야 한다. 지방정부와 지방정부의 관계에서도 마찬가지다. 중앙정부의 생리를 잘 알고 국가 경영의 기본 틀에 대한 이해는 필수적이다. 지방을 알아야 하지만 중앙도 알아야 한다.

고정된 가치관을 가지고는 불가능한 것이 연결의 리더십이다. 타협과 결단을 상황에 맞게 할 수 있는 정치력이 있어야만 한다. 연결과 전환의 리더십은 다른 표현으로 플렉서블(flexible) 리더십, 커넥트(connect) 리더십이라 이해되어도 좋겠다.

▲지역과 중앙을 모두 아는 리더십’을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지금 광주지역 현역의원들 가운데는 광주에 집도 없고, 재산세도 안내는 분들이 많다. 혹자는 광주에서 아이들도 키우지 않고, 세금 한 푼 내지 않는 사람이라면 시장 자격이 없는 게 아닌가 하는 말을 하곤 한다. 지방정부시대에는 이러한 지적이 일리가 크다 하겠다. 지역민들의 정신, 고통, 미래에 대한 상상력에 깊이 공감하지 않고는 지역 미래에 대한 지속가능한 청사진을 만들 수 없다. 시민과 정책을 연결할 수 있는 리더십이 필요하다. 그렇다고 지역에서의 경험만으로도 한계가 있다. 중앙정부를 상대로 지역의 입장을 펼치고 정치적 역량을 통해 문제를 풀어낼 중앙 정치의 경험이 반드시 필요하다. 타 지역의 수장들과 정치적 역량을 겨루고 관계를 풀어내는 일도 지방정부시대 수장의 중요한 역할이 될 것이다.

광주가 어떤 철학과 정신을 바탕으로 성장해온 도시인지, 앞으로 광주가 나아갈 방향은 무엇인지 철학이 있는 성장이 필요하다. 긴 안목으로 도시 성장에 대한 목표를 잡지 않고, 근시안적인 사업 따오기에 자족한다면 지방정부 광주의 미래는 흔들릴 수밖에 없다. 시민과 지방정부, 지방정부와 중앙정부, 지방정부와 지방정부는 물론이고 광주의 역사를 미래로 연결시키는 큰 안목의 리더십이 반드시 필요하다.

▲정치인 강기정의 리더십은 무엇인가=중앙정치의 풍부한 경험이 있다. 또한 누구보다 광주의 정신과 철학을, 광주의 어려움을 잘 알고 있다. 중앙정치와 광주정치를 연결하고 광주의 입장에서 현 정부와 소통하고 설득해낼 자신이 있다. 3선 의원으로 광주 예산의 지킴이, 치매국가 책임제의 근간인 장기요양보험법과 기초노령연금법 등 많은 법을 만들었고, 당 최고위원, 경제관련 상임위에서 의정활동을 하며 국가시스템에 대한 이해가 깊다. 국정운영의 감각도 키워왔다. 4대강 악법저지 등을 위해 고투하던 시절의 강성이미지를 떠올리는 분들도 있으나 현안을 풀 때의 협상력은 동료의원들도 인정하고 있다. 어려운 사안을 협상을 통해 풀어내고 일을 추진해냈던 힘은 합리성과 균형감각에서 나올 수밖에 없다. 대선공약을 만들 때도 한 손에는 정신(5·18광주 정신), 한 손에는 먹거리(에너지 벨리)라는 균형감각을 놓지 않았다. 현재 민주주의의 수호자에서 새로운 시대의 리더로 전환할 수 있는 공부와 경험을 쌓아가고 있다.
 

강기정 전 의원은 150여명의 전문가가 포진한 정책연구소 광주성장 더큐브와 함께 지역 아젠다를 쟁점화하는 포럼을 꾸준히 개최하고 있다. /노정훈 기자 hun7334@namdonews.com

▲광주성장 더큐브 포럼을 통해서 다양한 지역 발전 방안을 이슈화하고 있다=광주성장 더큐브는 광주과학기술원 김준하 교수가 소장을 맡고 있는 전문가 그룹이다. 다양한 전문가들이 함께하는 싱크탱크인 만큼 포럼의 주제는 구체적이기도 하고, 도발적이기도 하다. 대표적인 이슈가 광주역 도시재생 문제다. 부산이 1도시 1역이라는 원칙 아닌 원칙을 깨고 도약하는 동안 광주역 주변은 폐허가 되어가고 있다. 광주는 그동안 무엇을 했는가? 정부는 에너지전환정책의 구체적 로드맵을 밝힌 바 있다. 하지만 한전이 있고, 영광원전의 수명이 예정된 상황에서 광주의 에너지 전환정책은 아직도 구체적인 것이 없다. 이 문제는 앞으로 지역발전을 가늠할 중요한 가늠자가 될 수밖에 없다. 지속적으로 지역이 해결해나가야 할 정책현안, 지역민들의 고민들을 이슈로 던지고 논의구조를 만들어갈 생각이다. 고민 없는 정책은 없고, 준비 없는 정치는 허상이다.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있다. 시장의 역할은 무엇이라 생각하는가=지금 단체장들은 당선을 위해 정당 공천을 필요로 하지만 당선된 이후에는 ‘나홀로 단체장’을 하고 있다. 정당은 시민들의 요구를 정책으로 만들어서 현실화하는 곳이 되어야 한다. 그래야 정당의 발전도 있고, 건강한 정당정치를 통한 민주주의 발전도 가능하다. 정당 공천을 받은 지방정부의 수장은 정당의 정책에 기초한 정치를 펼쳐야 한다. 저는 민주당 공천을 받고 당선 된 광주 시장에게 늘 말해 왔다. 민주당이라는 옷에 걸맞는 책임정치를 해야하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민주당의 지방정부 집권이 지속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그래야 지금의 시장이 그만두고 나서도 다른 민주당 소속 시장이 집권하면 그 때도 우리당의 정책이 유지된다고. 독일 정치가 정책계승이 가능한 이유다. 공천은 공천대로 받고, 행보는 제 맘대로라면 책임정치, 정당 정치라 할 수 없다. 시민들은 정당의 정책능력과 정치력을 지방정부를 통해서 판단하실 수 있어야 한다. 그렇게 될 때 중앙정치가 아닌 지방정치를 통해 정당을 평가하는 길이 된다.
/노정훈 기자 hun7334@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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