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과 광주

4차 산업혁명과 광주

<김주완 광주테크노파크 기업지원단장>
 

광주는 역사의 전환기마다 큰 획을 그었다. 이순신 장군이 그것을 간파했다. ‘약무호남시무국가(若無湖南是無國家)’가 그것이다. 광주는 ‘민주화의 성지’란 별칭도 얻었다. 동학에서 시작, 5·18 민중혁명에서 꽃을 피운 결과다. 모두 다 피의 대가를 치렀다. 그 혁명이 산업계로 번지고 있다. 4차 산업혁명 비전 선포식. 광주시가 12월 중에 발표할 예정이다. 그 데자뷔는 부정적이지 않다. 지향하는 방향이 다르다. 피의 희생을 담보로 하지도 않는다.

윤장현 시장은 “이제 광주의 시간이 왔다”고 말한다. 이 선언의 때가 절묘하다. 문재인 정부가 100대 국정과제에 광주의 중요한 현안들을 대폭 포함한 직후다. 친환경 전기자동차클러스터 구축사업도 본격 시작됐다. 에너지 밸리 사업은 한전공대 설립을 계기로 현실화되고 있다. 이 것의 실행 계획들은 4차 산업혁명과 접목될 것이다. 희생을 바탕으로 이룩된 민주화의 가치는 지금껏 묻혀 있었다. 소외와 예산 요청만이 전부였다. ‘구걸(求乞)’에서 ‘자강(自强)’으로 전환돼야 한다. 혁명의 큰 획, 변곡점을 찍을 수 있다. 왜 광주만이 4차 산업혁명을 강하게 얘기할 수 있는가?

첫째, 조성중인 산업단지 때문이다. 빛그린산단과 도첨산단. 두 개의 거대한 산업단지는 4차 산업혁명의 최전선으로 작동될 것이다. 기존 제조업에서 전 공정의 디지털화를 꾀한다는 것은 사실 어렵다. 전체 가치사슬을 통합하고 디지털화 하는 데는 새롭게 시작하는 곳이 필요하다. 그래서 광주가 주목받고 있다. ‘공용’ 플랫폼도 광주만의 테스트베드가 될 수 있다. 독일의 지멘스가 좋은 사례다. 지멘스는 클라우드 바탕의 ‘오픈 사물인터넷(IoT) 작업시스템’을 적용하고 있다. 제품을 먼저 디자인하고 시뮬레이션한 뒤 설비라인을 재조정함으로써 제작 라인 하나로 다품종 시대를 개척한다. 가상공간에서 완벽한 제품을 구현하고 이를 실제 상황에 적용하는 형식이다. 이 같은 디지털 트윈(Digital Twin)은 흰 백지 상태에서 설계돼야 한다. 광주의 빛그린산단은 이미 공용플랫폼 구축을 선언했다. 제조업 르네상스를 꿈꾸는 대한민국이 광주를 특별히 주목해야 할 대목이다.

둘째, 휴먼 스마트시티 구현에 광주는 최적지다. 한전이 계획하는 스마트 그리드가 도움이 된다. 한전은 최근 지멘스와 이를 위한 업무협약을 맺었다. 에너지밸리부터 우선 적용할 수 있다. 에너지 제로섬 개념을 곁들인 스마트 시티로 조성할 수 있다. 한전의 능력과 접근성, 충성도를 놓고 볼 때 타 지역의 어떤 곳보다 유리하다. 모든 스마트시티는 복지를 지향한다. 윤장현 광주시장은 휴머니티가 녹아든 스마트도시를 구상 중이라고 밝혔다. 인권도시 광주가 사람중심 도시 건설에 적지인 셈이다. 장애인과 노인을 위한 디지털 복지 시스템은 4차산업의 일자리창출 보고(寶庫)이다. 에너지, 교통, 안전, 복지, 케어 등의 통합 관제 시스템은 클라우드 시스템을 활용해야 하고 규모도 필요하다. 중소 중견기업은 협업을 통해 참여하는 구도이다. 국가나 지자체가 4차산업을 이끌고 융합을 선도하는 시대가 오고 있다. 스마트시티는 휴먼을 겨냥하기에 광주는 적지가 된다.

셋째로 광주의 자동차와 스마트가전 분야 산업비전이 뚜렷하다. 자율 자동차는 플랫폼 중심으로 이미 등장 중이다. 차 안에서 엔터테인먼트를 즐기고 집안의 전자기기, 회사 업무와 연결되는 자동차가 개발 중이다. 기존 제조 시스템으로는 이것이 어렵다. 완성차 공장들이 광주를 눈여겨 볼 수밖에 없다. 4차산업은 가전산업에서 음석인식 서비스와 IoT를 접목한다. 이 것은 폭발적 수요를 가져올 것이다. 광주의 가전산업도 경쟁력이 월등하다. ‘공기산업’과 ‘광주형 브랜드’사업을 통해 산업 청사진을 내실 있게 다져왔다. 대기업 해외이전으로 가전업계 자생력도 갖추었다. 광주가 선도할 수 있다.

키의 방향을 바꾸면 뱃길은 열리는 법. 바람이 불 때 돛을 올려야 한다. 역사의 흐름을 선도한 광주였기에 4차 산업혁명도 그렇게 끌고 갈 것이다. 12월의 비전선포를 기다려 본다. 떨리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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