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폐청산이 정당성을 확보하려면

우리 사회에 ‘적폐청산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실상은 ‘바람’이 아니라 ‘태풍’이다. 문재인 정부의 적폐청산 노력에 따라 박근혜 정부의 최고 권력자들이 이미 사법처리를 받았거나 검찰의 조사를 받고 있다. 남재준·이병호·이병기씨등 국가정보원장 3인이 13일까지 모두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 조사를 받았다.

전(前) 정권의 권력형 비리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적폐청산 칼끝은 이명박 전 대통령을 향하고 있다. 검찰에서는 이 전 대통령에 대해 몇 가지 혐의를 두고 있다. 이 전 대통령이 국정원·군 사이버사령부의 정치 댓글, MBC·KBS 블랙리스트 하달, 고(故) 김대중 대통령 노벨평화상 취소 청원 등에 개입돼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이 전 대통령은 지난 12일 바레인으로 출국하기에 앞서 “지난 6개월간 적폐 청산을 보면서 이것이 과연 개혁이냐, 감정풀이냐, 정치 보복이냐는 의심이 들기 시작했다”며 “우리가 외교·안보 위기를 맞고 있는 가운데 군·정보기관이 무차별적이고 불공정하게 다뤄지는 것은 우리 안보를 더욱 위태롭게 만들고 국론을 분열시킨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전 대통령이 자신이 받고 있는 여러 가지 의혹들을 ‘감정풀이’로 치부하고 또 외교·안보에 해가 된다는 식으로 강변하는 것은 온당치 않다는 반응이다. 적폐청산의 순수성에 회의적이던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도 이 전 대통령에게 “부끄러움을 모른다”며 “대한민국의 상식과 품격을 입에 올릴 자격이 없다”고 비난했다.

그렇지만 한편으로 이 전 대통령에 대한 검찰수사는 ‘친노 인사들의 한풀이 성격’이 짙다는 지적도 있다. 우리사회를 건강하게 만들기 위한 적폐청산 노력이 ‘한풀이’로 폄훼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현재권력에 대한 감시와 비리수사도 병행돼야 한다. 또한 정치·국회 권력이 누리고 있는 기득권들에 대한 과감한 포기도 이뤄져야 한다.

그래야 적폐청산이 정치보복이라는 틀을 벗어날 수 있다. 이런 적폐청산은 중앙정치뿐만 아니라 지역정치에서도 동일하게 적용돼야 한다. 재선을 위한 자치단체장들의 인사권 남용과 선심성 예산 살포 등이 시정돼야 한다. 토호세력의 성격을 띠고 있는 일부 지방의회의원들에 대한 제어도 필요하다. 정치권의 특권 제거야말로 중요한 적폐청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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