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와 갈라서되, 호남중진 뭉쳐야 산다

안철수와 갈라서되, 호남중진 뭉쳐야 산다

<박병모 톡톡뉴스 대표>
 

이별연습을 한다. 졸혼이니 황혼이혼이니 사람만 하는 줄 알았더니 국민의당도 그러하다. 기껏 표를 주고 키워주고 힘을 보태 줬더니 이제 살만하니 서로 갈라서자고 한다. 그것도 국민, 특히 호남을 위해서라면 그럭저럭 봐주겠는데 각자 살아남기 위해서라니 씁쓸한 마음이 앞선다.

안철수가 그렇고, 국민의당 호남중진들이 그렇다. 지난해 총선 때 제3의 정당으로 자리매김한 뒤 큰 정치를 하겠다는 안철수는 호남을 버리려 한다.

대선 때 호남에서 자신에게 표를 몰아주지 않고, 대신 문재인 대통령을 선택해 실망했을 수도 있겠다. 이후 국민의당 당 대표가 된 후에도 지지율이 오르려고 꿈쩍을 하지 않으니 이제 자기살길을 찾겠다는 모양새다.

안철수가 자신 탓은 하지 않고 남 탓을 한다면 큰 오판이다. 대선 토론회 때 내공 없이 말 하나 제대로 못하는 초딩 수준의 대선후보에게 표를 몰아줄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말이 나왔으니까 한마디 더 해야 할 성 싶다.

지난해 총선에서는 안철수가 똑똑해서 찍어준 게 아니라 친노·반문 정서와 호남홀대론 땜에 안철수에게 몰표를 주었던 게 아닌가.

잘 나갈 때 호남을 배려하고 다독였다면 호남민심은 안철수를 버리지 않았을 텐데 말이다. 지나간 일을 돌이켜보면 무엇하랴만 안철수는 이미 마음만은 호남을 떠나 있었던 듯싶다. 그도 그럴 것이 안철수는 총선 때 광주출신에게 비례대표 한 석을 주지 않았을 때부터다.

호남 정치를 탈피해 전국정당을 꾀한다면서 바른정당과 합치고 더 나아가 중도통합을 통해 전국정당을 꾀한다는 게 안철수 생각이다. 자신은 결코 자유한국당과 통합은 있을 수 없다고 손사래를 치지만 먼 훗날 자유한국당과 손을 잡고 영남 대권주자로 나설 속셈이라는 게 여론이다.

앞으로 이념 스펙트럼 상 진보 개혁성향인 호남을 버리고 중도가 아닌 보수로 회귀한 뒤 차기 대권에 도전할 요량이라면 미련 없이 국민의당을 떠나야 되지 않나 싶다. 천성적으로 의대에서 공부만 한 안철수로서는 호남과 이념적으로 동화될 수가 없는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호남을 그리 생각하지 않으면서 선거 때마다 ‘호남사위’라고 표를 구걸하는 것도 이젠 한계가 있겠다.

안철수의 이런 어줍잖은 정치행보를 못마땅하게 여긴 나머지 이별 수순을 밟고 있는 호남중진들도 ‘오십보백보’라는 생각이다. 그들은 안철수가 우클릭으로 가는 것을 용납하지 못하기에 국민의당을 깨고 독자의 길을 모색하겠다는 낌새다.

“첫사랑을 배신했다, 호남정치를 쪼그라들게 했다. 저능아들이나 하는 짓”이라고 반감을 드러내며 결별을 예고하고 있지만 양당 경쟁구도를 바라는 호남지역민들의 반응은 싸늘하기만 하다.

언제는 문재인이 싫다고 욕을 바가지로 하면서 집단탈당을 했던 게 호남중진들 아닌가. 이제 호남에서 자신들의 존재가치가 없다보니 안철수와 마찬가지로 자기살길을 찾는 것과 다를 바 없다.

3선 4선의 중진이 된 광주·전남 의원이 대권후보의 반열에 오르지 못한 것은 이제껏 호남, 아니 국민을 위한 정치를 하기 보다는 자기 자신을 위한 정치를 해왔기 때문이다.

친노에 붙었다, 친문에 붙었다, 친안에 붙었다, 정체성 없이 ‘생계유지’ 내지는 ‘생명연장’의 수단으로 정치를 하다 보니 이런 ‘이별정국’에서도 여기저기 눈치만 보고 있다. 그 이면에는 호남중진들이 똘똘 뭉치지 못한 채 마이웨이식 정치를 해온데 있다. 선거 때마다 세대교체론이 나오는 것도 사실 따지고 보면 그래서다.

안철수와 결별을 위해서는 가장 중요한 잣대가 원내교섭단체 구성 여부다.

현재 국민의당 40석 가운데 호남출신의원은 23명이다. 하지만 친안계와 반안계로 나눠져 있다. 그러다 보니 원내교섭단체가 될똥 말똥한 상황이다. 안철수가 드러내놓고 나갈려면 나가라고 일침을 가하는 것도 그러한 연유에서다.

어차피 내년 지방선거에 출마하거나 출마할 호남중진들은 내년 국민의당 배지를 달고는 희망이 없어 보인다. 광주시장에 나설 출마예상자 마저 눈치 보기에 여념 없는 게 그 반증이다.

특히 안철수와 이별을 하더라도 원내교섭단체를 만들지 못하게 된다면 민주당과 통합 수순을 밟는다는 게 그들의 속셈이다.

문제는 민주당이 이를 수용하느냐다.

전국정당을 표명하고 있는 터에 호남출신의원들을 대거 받아들인다면 또 다시 호남당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데서다.

혹여 통합과정에서 현역의원들이라 경쟁력이 높은 국민의당 의원들이 지역위원장을 꿰차고 들어온다면 현 민주당 위원장의 반발은 불 보듯 하다.

이런 정계개편 소용돌이 속에 씁쓸하게 가슴이 아려오는 사람이 있다면 호남지역민이다.

안철수는 전국 정당화를 꾀하겠다며 호남을 버리는 ‘탈 호남’을 시도하고 있다. 반면 민주당은 ‘호남당 전락’우려 때문에 쉽사리 호남현역들을 받아들이지 않을 태세다. 결과적으로 호남정치만 ‘샌드위치 신세’가 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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