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도 농업 선구자 -19.구례 박윤규씨>

19. ‘지리산치즈랜드’구례 박윤규 대표

동물복지형 녹색축산농장 ‘젖소농가 1호’ 지정

사육 환경 개선…건강하고 안전한 먹거리 제공

관광형 체험농장 모델 제시…6차산업 ‘선도자’
 

전남 구례군 지리산치즈랜드 초원목장의 박윤규(68)대표는 수십년 전부터 ‘동물복지형’ 축산을 도입, 소비자들에게 안전하고 건강한 먹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전남도 제공

‘드넓은 초지 위에 한가로이 풀을 뜯는 젖소떼, 부드러운 능선을 따라 조성된 산책로…’

호주나 뉴질랜드의 전유물로만 여겨지던 이러한 목가적인 풍경이 전남 구례군 지리산치즈랜드 초원목장에서도 만나볼 수 있다. 지리산치즈랜드의 박윤규(68)대표는 수십년 전 접근 조차 힘들었던 땅을 개간해 초지를 조성, 젖소 생산 체계를 확립했다. 안전한 먹거리로 국민 건강 증진에 이바지하겠다는 신념 아래 ‘동물복지형’ 축산을 도입한 것이다.

기아·갈증으로부터의 자유, 불편함으로부터의 자유, 고통·상처·질병으로부터의 자유, 정상적인 활동을 할 자유, 공포·스트레스로부터의 자유 등은 유럽연합(EU)이 ‘동물복지의 기본조건’으로 정의한 다섯 가지 자유이다. 동물이 굶주림을 면하는 수준을 넘어서 안락하게 사육되고 적절한 활동 공간을 보장받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 골자다.

유럽연합 국가 등을 중심으로 동물복지 개념이 일찍이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것과 달리 우리 사회에서 동물복지는 아직은 다소 생소하다. 하지만 박 대표는 단순히 가축을 사육해 축산물을 생산하는 것은 새로운 시장변화에 대응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판단, 사육 환경을 개선해 건강하고 안전한 축산물을 제공하고 있다. 여기에 초지에서 방목하는 젖소를 하나의 관광상품으로 만드는 등 ‘6차 산업’ 활성화에도 앞장서고 있다.
 

지리산치즈랜드 농장은 구례군 산동면과 광의면, 용방면의 경계를 이루고 유역면적이 8천100㏊에 이르는 구만저수지를 그럼처럼 끼고 있다. 사진은 농장에서 젖소 130여 마리가 자유롭게 풀을 뜯고 있는 모습.

■숟가락 두 개, 냄비 하나로 시작=지리산치즈랜드는 한 가족이 운영하는 낙농 체험목장이다. 박윤규 대표는 목장과 축사 관리를 총괄하고, 부인 권한숙씨가 가축관리와 젖 짜기를 책임진다. 아들 종현씨와 딸 진영씨는 치즈가공과 체험교육을 담당하고 있다.

박 대표는 숟가락 두 개와 냄비 하나로 시작했다. 지난 1979년 불모지였던 땅을 갈아서 살구나무, 자두나무, 감나무를 심었다. 그러다가 과수원에 쓸 퇴비를 만들 목적으로 젖소 두 마리를 키우기 시작했고, 이후 40년 동안 산간을 차근차근 개간하고 넓혀서 방목장으로 키운 것이 3만여 평의 초지로 탈바꿈했다.

현재 농장은 구례군 산동면과 광의면, 용방면의 경계를 이루고 유역면적이 8천100㏊에 이르는 구만저수지를 그럼처럼 끼고 있다. 이국적인 느낌이 물씬 풍기는 그 산자락에 젖소 130여 마리가 자유롭게 풀을 뜯고 있다. 무턱대고 풀어놓지는 않는다. 풀밭이 1만㎡ 가량 되는데, 10개 구간으로 나뉘어져 있다. 한 군데씩 차례대로 돌아가며 풀을 뜯게 한다. 한 군데서 사나흘 풀을 뜯고 다음으로 옮겨가는 식이다. 이렇게 한 바퀴 돌아오면 풀은 다시 자라있다.

사실 방목이 많이 번거롭기는 하다. 봄과 가을에 풀씨를 뿌려야하고, 일도 많고 힘들다. 조사료 값을 아낀다고 하지만, 풀밭 관리비용이 그만큼 들어가 비용도 별 차이가 없다.

박 대표는 그래도 방목을 고집하고 있다.

그는 방목하는 이유와 관련 “돈으로만 평가할 일은 아니다”며 “소가 건강하게 자라야 원유도 안전하기 때문이다”고 강조했다.

이렇게 건강하게 키운 소의 젖은 아내인 권한숙씨가 직접 짠다. 하루도 남의 손에 맡겨본 적이 없다. 전량 1등급 판정을 받는다. 아이쿱 생협을 통해 생산량의 80%를 출하하며, 나머지는 치즈와 요구르트로 직접 가공한다. 지난 2007년부터 친환경 축산물 인증을 유지해오고 있으며 지난 2010년에는 HACCP 인증도 마쳤다.
 

지리산치즈랜드는 유가공품 생산 설비를 확충하고 체험관을 더해 구례군의 대표 관광자원으로 꼽힌다. 사진은 치즈체험관에서 어린이들이 직접 치즈를 만드는 모습.

■“젖소가 건강해야, 원유도 안전해”=지리산치즈랜드 초원목장은 지난 2012년 7월, 전남도로부터 ‘동물복지형 녹색축산 농장’으로 지정받았다. 적정한 사육밀도를 유지하고 우수한 농장 경관을 갖춘 농장에 부여하는 명칭이다. 젖소농가로는 1호였다. 당시의 ‘녹색축산농장’ 지정은 전남에서만 시행한 제도로, 지난 2011년 전국 최초로 제정된 조례(전남도 동물복지형 친환경녹색축산육성 조례)에 따른 것이다.

축산물 HACCP 기준원과 전남대 등 민간 인증기관의 전문가들을 심사위원으로 구성해 3개월 간의 현장심사 후 적합 농장을 선정했다.

심사기준도 엄격해서 가축 사육밀도 가축 사양관리, 소독시설, 방역, 운동장 확보, 경관 조화, 조경수 식재, 교육 등 4개 분야 22개 항목에 이르렀다.

같은해 농림축산식품부는 동물복지 축산농장 인증제도를 지난 2015년까지 단계적 시행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에 전남도는 정부보다 3년 앞서 정책을 추진함으로써 우리나라 동물복지농장 모델을 선도적으로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따라서 초원목장은 우리나라에서 동물복지형 젖소농장 1호가 되는 셈이다. 유럽연합의 ‘동물복지’와 맥을 함께하는 현장인 것이다.

■생산·가공·유통에 다양한 체험까지 ‘한번에’=구례군이 지난 2011년 녹색 축산 시책 종합평가에서 우수상을 받고, 같은해 박 대표의 농장은 전남도 친환경농업 대상에서 친환경축산 분야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이에 ‘지리산치즈랜드’가 한층 도약하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때맞춰 유가공 테마파크(지리산 치즈랜드 관광농원)가 완공됐다. 유가공품 생산 설비를 확충하고 체험관을 더해 구례군의 새로운 관광자원으로 태어난 것이다. 치즈 체험관에서는 방문객들이 직접 치즈를 만들어 볼 수 있고, 야외에서는 승마체험, 보트타기, 풀썰매 타기, 송아지 우유주기, 풀사료 주기 등의 낙농체험과 전원레포츠를 즐길 수 있다.

지난 2015년 농식품부 대한민국 우수 관광농원으로 지정된 데 이어 지난해 5월 전남 유일의 ‘산지생태축산 시범농장’으로 선정됐다. 엄격한 서류심사 및 현지조사를 거쳐 선정된 시범 농장은 지난해 기준 전국적으로 5곳에 불과하다. 초원을 한가로이 누비는 건강한 젖소와 그 소가 생산한 원유를 요구르트와 치즈로 직접 만들어 볼 수 있는 체험관을 더해 지리산치즈랜드는 6차 산업의 대표적인 성공모델로 자리잡고 있다.

/안세훈 기자 ash@namdonews.com
 

"광주전남 지역민의 소중한 제보를 기다립니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남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