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르신들의 안전한 여생을 보내기 위한 제언

<박병연 전남 강진소방서 방호구조과장>
 

해방(解放)둥이, 전후세대(戰後世代)라는 용어가 등장한지 반세기가 넘었다. 근현대사의 역동기에 태어나 힘든 산업역군으로서 역할을 함과 동시에 한강의 기적을 이루어 냈으며, 현재 대한민국의 토대를 마련한 분들도 바로 그들이다.

전 세계적인 추세에 따라 핵가족화가 가속화되고 부부 중심의 생활방식이 일반화됨에 따라 3대가 함께 사는 세대는 거의 볼 수가 없고, 가장 일반화된 주거형태인 아파트에서도 유일하게 없는 것이 할머니, 할아버지 생활공간인 것을 감안하면 시대상황을 정확히 반영한 게 아닌가 싶다.

노년을 맞아 마을 경로당에서 장기를 두며 막걸리를 추렴하고 화투를 치며 간식거리를 나누던 그들이 시간의 흐름 속에 인생의 가장자리로 밀려나 요양병원이나 요양원에서 생활하는 경우가 점점 증가하고 있다.

최근에는 노약자들을 집에서 모시는 경우는 거의 볼 수 없고 이들을 맞이하는 수많은 요양병원이 전국 곳곳에서 꾸준히 생겨나고 있으며 병원으로 개원한 곳도 위험부담이 적고 치료가 간단한 형태로 변경운영하는 곳도 많다.

현재 광주·전남에서는 요양병원이 124개소, 요양시설이 306개소에 이르고 있으며 약 2만3천여명이 수용되어 있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집단으로 수용되어 있는 노인시설의 화재예방을 위해서는 어떠한 조치를 취해야 할까 ?

노약자들의 신체적·정신적 특성을 고려해보면 해결의 실마리는 쉽게 발견된다. 근육 감소와 골밀도 저하로 신체활동이 둔화되고 고혈압 당뇨 등 합병증으로 타인의 도움 없이는 정상적인 생활이 불가능해 관계자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므로 다음과 같은 4가지 이행사항을 권고해 본다.

첫 번째, 화재가 발생할 경우를 대비하여 자동소화가 가능하도록 설치된 시설의 안전점검을 철저히 하여 유사시 정확한 성능을 기대할 수 있도록 한다. 두 번째, 소화기 위치를 개선하여 잘 보일 수 있도록 조치함은 물론, 평상시 사용법을 숙지하여 화재가 확산되지 않도록 활용에 만전을 기하도록 한다.

세 번째, 어르신들은 현상 인식과 의사전달 능력이 미약하므로 주기적인 순찰을 실시하여 외부인들의 잦은 출입과 적재물로 인한 출입구 및 비상구 피난장애요인을 제거한다. 네 번째, 피난로 확보와 피난방법의 유기적인 커뮤니케이션이 필요하다.

화재발생 장소를 가정하여 어떤 방법으로 대피를 시켜야 하며, 인원을 어느정도 배정해야 할 지, 대피로는 어디인지, 누가 어떤 역할을 해야하는지 미리 약속된 방식으로 운영한다면 유사시 큰 혼란없이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으리라 판단된다.

이 같은 내용을 병원(요양원)관계자들이 적극적으로 시행해 준다면 가족들뿐만 아니라 인생의 황금기를 지나 노년을 즐기시는 어르신들에게 평안하고 따뜻한 겨울이 되리라 의심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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