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기능식품의 역습

건강기능식품의 역습

<이상영 청연한방병원 대표원장>
 

근래 각종 방송매체에 수없이 등장하는 각종 전문가들의 이야기. 특정 한약재(필자가 이전 칼럼에서 언급한 의료기관용 한약재가 아닌 마트나 재래시장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식품용 한약재를 말함)가 어디에 좋고 어떤 성분들이 있어서 우리 몸에 어떠한 작용들을 하고 등등….

우리는 지금 박사, 전문가의 홍수 시대에 살고 있다. 한집 건너 한명, 가족 중의 한명 정도는 누구나 박사이고 전문가다. 거기에다 건강이나 의료를 주제로 하는 각종 TV 프로그램들에서 각종 학력이나 경력 등으로 무장한 권위있는 전문가들이 나와서 어떤 약은 어디에 좋고 어떤 약은 어디에 좋고, 어쩌고 저쩌고. 어디 그뿐이겠는가 발달된 인터넷 매체들 덕에 간단한 검색만으로도 각종 약이나 한약, 건강기능식품 등이 각기 어떤 효능이 있고 어디에 좋고, 어쩌고 저쩌고. 그래 다 좋다. 치열한 현대사회에 살아남기 위해서 자신이 자신의 몸을 챙기겠다는데 그걸 어찌 막겠는가. 그런데 막상 건강은 챙겨야겠는데, 시간과 노력을 투자하기엔 마냥 바쁘고, 귀찮음이…. 결국 가장 쉬운 것이 방송이나 각종 매체 등에서 흡사 만병통치약으로 홍보되는 건강기능식품들일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몸에 좋은 것들이라고 해서 그것만 몽땅 먹었을 때 과연 건강해 질 수 있을까? 누구나 인정하는 건강의 필수요소인 운동을 그리 열심히 하는 운동선수들이 왜 대체로 수명이 짧은지, 안 먹으면 죽는 밥조차도 많은 양을 먹으면 어떻게 되는지 반문해 보면 답이 나올 것이다.

백번 양보해서 말그대로 ‘건강보조’를 위해 먹더라도 제대로 알고 먹어야 할 것이다. 가시오가피, 헛개나무, 홍삼, 야관문, 어성초, 인진쑥, 느릅나무, 알로에 등등 유명한 방송 프로그램에 한번씩 나와서 공중파를 탈 때마다 유행처럼 너나 나나 할 것 없이 먹는 건강식품들만 해도 종류를 헤아리기 어렵다.

하지만 최근 신문기사에서 이런 글을 본 적이 있다. 심장병 예방약으로 아스피린이 유행한 적이 있는데 문제는 잘못 먹으면 혈관이 터질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 사람들은 우리보다 심장병 발병 비율이 5배 높지만 한편 우리는 그들보다 뇌출혈 발병률이 4배나 더 높다. 위장관에도 아스피린은 좋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단순한 계산으로 판단하더라도 우리에겐 득보다 실이 더 큰 것 아닐까? 허나 그럼에도 너나없이 먹는다. 누가 미국 갔더니 다들 아스피린 먹더라, 심장병에 안 걸린다더라, 무슨무슨 연구 결과가 그렇다더라, 그럼 우리도 먹어야지! 이런 식이다.

옷 한 벌을 사더라도 가게를 몇 군데씩 옮겨 다니고, 사소한 물건 살 때도 고민에 고민을 하면서 정작 자신의 건강에 대해서는 무모한 이들이 많다. 이웃 아주머니가 좋다고 하면 먹고, 방문판매원이 뭐라고 하면 솔깃해진다. 몸에 좋다니, 건강식품이라니, 밑져야 본전이겠지 하는 거고 게다가 각종 박사 및 전문가들이 방송에 나와서 광고 및 홍보까지 해주는데 얼마나 더 끌리겠는가? 하지만 제 아무리 박사님표 보증 건강식품이더라도 결국은 식품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아야 할 것이다. 날이면 날마다 술을 마시더라도 간에도 좋고 음주숙취나 알코올 해독에 그만이라는 헛개나무만 달여 먹어주면, 또는 헛개나무 추출물을 함유한 건강기능식품만 먹어주면 거뜬해 질 수 있는가 말이다.

부모님께 드리는 건강식품 1등 제품인 홍삼은 또 어떠한가. 면역력을 강화시켜주고 체력을 향상시켜주며 각종 질환을 다 낫게 한다는 만병통치약의 대명사 홍삼! 하지만 조금만 들여다 보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흔히들 광고문구에서 보다시피 홍삼하면 어느 체질에나 다 좋고, 부작용도 없으며, 효과는 좋다고 되어 있지만 과연 그러한 약물이 존재할 수는 있을까?

작용-반작용의 법칙은 물리학의 아주 기본적인 규칙이다. 어떤 약이든 효과가 좋다면 잘못 쓸 경우 부작용도 있는 것이 정상이란 이야기다. 그런데 어떻게 수많은 홍삼 제품들은 부작용이 없다고 저처럼 자신있게 단언할 수 있을까? 그 이유는 아이러니컬하게도 홍삼제품들의 홍삼 함유량이 극히 미미하기 때문이다. 결국 우리가 나의 건강을 지켜줄 거라 믿어 의심치 않은 채 섭취하는 홍삼 제품이 사실은 인삼향을 풍기는 음료수에 지나지 않았을 수 있다는 사실. 당장 이들 제품의 성분표시를 보게 되면 실제로는 고당류 첨가물질이 대부분임을 알 수 있다. 때문에 당장은 힘이 날 수 있어도 장기 복용하면 나중에는 오히려 비만이나 당뇨병 등 성인병을 유발할 가능성마저 있다. 또한 제대로 된 홍삼을 복용하더라도 그 고유의 약성으로 인해 20% 정도는 효과를 볼지 모르나, 80% 정도는 크든 작든 부작용이 나타나게 되어 있다.

결국 이러한 수많은 약재나 건강식품들은 그 자체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정확한 몸의 상태를 진단해 내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한 것이다. 현대인들은 아무리 바쁘더라도 변하지 않는 이 사실을 늘 유념했으면 한다. 나아가 국민의 건강을 담보로 기업의 이익만을 위해 일반 사람들을 현혹 시키는 관련 기업들의 행태도 제고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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