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뜩이나 어려운데 더 힘들게 됐어요”

반복되는 AI에 전통시장 상인들 ‘속앓이’

올해 초 매출하락 직격탄 되풀이 우려

주문량 감소겨울·김장철 겹쳐 ‘3중고’
 

닭고기 소비가 감소하는 겨울철 및 김장철에 AI 발생한 가운데 광주지역 전통시장 상인들은 올해 초에 이어 매출 하락 직격탄을 맞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 22일 오전 광주 양동시장 통닭 판매점 일대 모습./정유진 기자 jin1@namdonews.com

“가뜩이나 경기가 어려운데 AI 때문에 더 힘들어요.”

최근 전남 순천과 전북 고창 등 호남권 전역을 중심으로 잇따라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가 검출되면서 가뜩이나 경영난에 허덕이는 지역 상인들이 또 다시 속앓이를 하고 있다. 올해 초 대규모로 발생한 조류인플루엔자 여파로 거의 석 달 가까이 가금류 유통이 막히면서 매출 하락의 직격탄을 맞은 상황이 되풀이 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22일 오전 10시 광주지역 전통시장. 손님 방문으로 한창 바빠야 할 닭, 오리 등 가금류 판매업소는 AI의 여파 때문인지 한산한 모습이었다. 상인들의 얼굴엔 근심과 걱정이 가득했다.

서구 양동시장에서 수십여 년째 생닭을 판매하고 있는 임모(64)씨는 “안 그래도 장사가 잘 안되는데 AI 때문에 걱정이다”며 “아직까지는 상황이 심각하지 않지만 매년 AI가 발생할 때마다 손님이 뚝 끊긴다”고 말했다.

오랜 전통과 맛으로 인기가 높아 항상 긴 줄이 늘어서있는 양동시장의 한 닭집도 이날은 서너명만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었다.

양동시장에서 40년 동안 닭집을 운영하고 있는 박모(65)씨는 “겨울철과 김장철에는 평상시보다 매출이 20~30% 정도 줄어드는데 AI가 확산되면 큰일이다”면서 “먹거리가 넘쳐나는 세상이라 피해가 더 크다”고 호소했다.

이날 오후 2시 광주광역시 북구에 위치한 말바우 시장. 이곳 역시 AI여파로 무거운 분위기가 감지됐다. 특히 말바우시장은 지난 2015년 추석을 앞두고 오리 판매업소 한 곳에서 AI 바이러스가 검출돼 판매금지 조치까지 내려졌던 터라 걱정은 더했다.

생닭과 오리를 판매하는 김모(60·여)씨는 “어제 구청에서 대대적으로 소독을 하고 갔다”면서 “자꾸 이런 문제가 생기면 전통시장이 점점 더 생기가 없어지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다”고 말했다.

매년 되풀이 되는 AI에 관련업계에서는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박충호 한국토종닭협회 광주지부장은 “지난해처럼 AI가 장기간 지속되면 농가와 상인들은 더 힘들어질 수밖에 없다”며 “평창동계올림픽을 앞두고, 닭오리가 살처분되는 상황이 오면 그 파장이 더욱 클 것이다”고 우려했다. 이어 “매년 AI가 반복되고 있는데 사료 고급화 등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광주시에서는 AI의 발생과 확산에 대비해 구청과 함께 매주 1회 방역과 함께 점검에 나서고 있다. 광주시 관계자는 “AI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당분간 농장주와 시민들께서는 철새도래지와 농가방문을 자제해주셨으면 한다”며 “지속적으로 전통시장 등을 방문해 점검하고, 방역취약농가에 소독을 실시하는 등 예방에 힘쓰겠다”고 밝혔다.

/정유진 기자 jin1@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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