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원님! ‘존경’보다는 ‘존중’을 먼저 배우시죠

의원님! ‘존경’보다는 ‘존중’을 먼저 배우시죠
<문정현 법무법인 바른길 대표변호사>
 

우리가 서로를 진정으로 존경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런 세상은 아마도 낙원이나 천국보다 평화로울 것이고, 다툼이나 억지가 없는 세상일 것이다.

‘당신이 존경하는 사람이 누구냐?’는 물음에 어린 시절에는 위인이나 성인을 별 생각없이 들먹였으나, 나이가 들수록 머뭇머뭇해지는 까닭은 무엇일까? 누군가를 존경한다는 것, 거기에는 특별함이 담겨있기 때문이고, 자기 자신을 속일 수 없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는 존경하는 사람을 받들어 공경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존경하는 사람을 닮고 싶어하고, 존경하는 사람을 닮은 사람에게까지 존경심이 우러난다. 어디 그뿐인가? 그가 걸어 온 길을 따라 걷고 싶어하기도 하고, 적어도 그에 대한 진심어린 박수와 찬사를 가슴에 담고 살아간다. 그래서 존경하는 사람을 찾기도 어렵고, 존경받는 사람이 되는 것은 더더욱 아득한 것이리라.

존경하는 상대방에게 직접 ‘존경한다’고 말하는 것도 어색스러운 일이다. ‘존경’은 마음 속 깊이에서 우러나오는 것이기 때문에 소중하고 고결한 것이어서 함부로 뱉어낼 수 없다. 어린 자녀가 자라나서 어른이 된 후에야 ‘저는 아버지를 존경합니다’라고 고백할 때, 그와 같은 고백은 아버지에게 직접 할 수 없는 고백이었을 것이고, 진심과 사랑이 담겨있는 참 존경임이 분명하다. ‘존경’은 이렇듯 아무데서나 아무 때나 함부로 뱉어내는 것일 수 없다.

그런데 우리나라 국회의원들의 상임위원회 회의를 지켜보면서 나는 깜짝 놀랐다. 어쩌면 저분들은 서로를 그토록 존경해 마지않는 것인지 이해할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위원들은 물론이고 위원장까지 동료 국회의원을 향하여 말끝마다 ‘존경하는 000 의원님’, ‘존경하는 XXX 의원님’ 해대는데, 그토록 존경하는 동료의원의 발언내용이나 말투, 행동거지 모두가 그럴 상황이 전혀 아닌데도 변함없이 끊임없이 존경해대니 이게 무슨 변고인가 싶어 어리둥절했다. 그래서 국어사전을 들추어 ‘존경하다’라는 말뜻을 찾아 보았다. 행여 내가 ‘존경’의 의미를 잘못 이해하고 있는지 혼란스러웠기 때문이다.

국어사전에 의하면, ‘존경하다’는 것의 의미는 ‘남의 인격 사상, 행위 따위를 받들어 공경하다’라는 것이다. 우리나라 국회의원들이 동료 국회의원의 인격과 사상, 행위 따위를 받들어 공경하고 있다고 하니 얼마나 대단하고 다행스러운 일인가? 그들의 존경심이 진심이라면 우리 국회는 억지와 다툼이 없는 평화롭고 평화로운 곳이어야 한다. 그러나 내가 느끼기에는 정반대이니 어찌된 일인가? 얼굴에 철판을 깔지 않고서야 보일 수 없는 태도를 보이는 국회의원도 있고, 되지도 않은 말과 억지와 고성에 찌든 이들도 있고, 상대방을 폄하하고 야수처럼 공격하는 데 무모함을 드러낸 이들도 있고, 자기의 들보는 애써 외면하면서 상대방의 티를 침소봉대하는 비양심적 무리도 없지 않으니…. 그럼에도 ‘우리는 서로를 정말로 존경한다’고 강변한다면 우리나라 국회의원들은 새로운 의미의 성인군자들인지 모르겠으나, 나로서는 거기에 동의할 수 없다.

바라건대, 제발 국회의원 상호간에 ‘존경하는 000 의원님!’이라는 말은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역거워지니 말이다. ‘존경’이라는 의미를 쓰레기통에 내동이치는 일이니 말이다. 그대들이 서로를 ‘존경’하기에 앞서 서로를 ‘존중’하는 자세부터 배우기를 바랄 뿐이다. 타인을 ‘존중’하는 것은 다양성이 표출되는 현대사회에 반드시 필요한 미덕이다. ‘존중’은 ‘다름’에 대한 자각과 인정에서 출발한다. 상대방의 존중을 받기를 원한다면 우선 상대방을 존중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하지 않던가? 우리나라 국회의원에게 절실하게 필요한 것은 가식적인 ‘존경’이 아니라 상대방에 대한 진심어린 ‘존중’이다.

그럼에도 우리나라 국회의원들이 동료 의원들을 진심으로 ‘존경’하는 날이 오기를 바라는 마음은 또 어디에서 오는 울림인가? 동료의원에게 ‘존경하는…’이라는 말을 하지 말라고 핀잔을 주는 소인배를 부디 용서하기를 바랄 뿐이다. 그런 내가 진심으로 부끄러워 하는 날이 속히 오기를 바랄 뿐이다. 우리 모두가 공감하는 ‘존경하는 000 의원님!’들로 가득차기를 나 또한 기다리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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