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도 농업 선구자 -20.장성 강용씨>

20. ‘학사농장’장성 강용 대표

친환경 농산물 대중화 선도주자 명성 입증

생산·가공·유통·판매 융합 ‘승부’…정직한 먹거리 제공

디지털 농업 기술 확립도 노력…‘실험·도전’ 현재 진행형
 

전남 장성군 ‘학사농장’ 강용 대표는 현재 전국적으로 132만㎡(40만평) 규모의 생산지에서 50여가지의 친환경농산물을 생산해 공급하고 있다. /전남도 제공

90년대 초 무렵, 20대 한 청년이 바른 먹거리를 꿈꾸며 땅과 함께 살기로 결심했다. 당시 도심 속 시골마을인 광주광역시 북구 장등동에 삽 하나를 들고 홀연히 나타난 이 청년은 66㎡(20평) 남짓한 비닐하우스 1동을 30만원 주고 마을 주민에게 빌렸다. 그는 개 두 마리와 숙식을 하며 당시에는 이름조차 생소한 무순(새싹채소)을 키웠다.

가난하고 초라했지만, 새로운 농업으로 성공신화를 이루겠다는 꿈은 무순 처럼 쑥쑥 자랐다. 전국적으로 친환경농산물의 대표 브랜드로 자리잡은 전남 장성군 영농조합법인 ‘학사농장’ 강용(51)대표의 25년 전 모습이다. 숙소이자 일터였던 이곳은 현재 학사농장의 모태가 됐다.

강 대표 이전에도 번듯한 대학 나와 농사짓고 사는 ‘학사농부’가 없지 않았지만, 우직한 그는 ‘학사농부’의 대표적 인물이자 친환경 분야의 성공한 농사꾼으로 자리잡았다.

■땅이 좋았던 청년의 선택=장흥이 고향인 강 대표는 어릴 적부터 집안의 농사일을 가까이에서 배우며 효율적으로 농사 짓는 방법을 상상하며 컸다. 줄곧 이어진 호기심은 그를 전남대학교 농과대로 이끌었고, 졸업 후에는 자연스레 젊은 농군의 길로 이어졌다. 그는 “당시만 해도 젊은 사람이 농사를 짓는다면 경찰서 정보과에서 먼저 나왔을 정도였다. 부모님도 7년간이나 한사코 반대했으니 다른 사람들이야 오죽했겠는가?”라며 그때의 어려움을 회상했다.

그러나 그는 굴하지 않았다. 다른 사람들은 더는 비전이 없다는 믿는 농사를, 그는 희망했고 믿었다. 대학 시절 졸업 후 노점상, 한약 장사, 가구 공장 종업원 등 안 해본 일 없이 다 해 본 그였지만, 그는 땅을 버리지 못했다. 땅에서 자랐고 땅에서 살고 싶은 열망이 그를 가만 놔두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는 “포기 대신 ‘젊음’을 경쟁력으로 삼아 농업에서 최고가 되기로 결심했다”며 “밑바닥 생활을 통해 몸에 익히 승부 근성도 도움이 됐다”고 설명했다.

무순 재배를 시작한 것은 한 선배와의 인연 덕분이었다. 서울 근교에서 무순 재배를 하는 선배의 농장을 찾아 두 달 동안 배운 뒤 자신이 직접 키우기 시작했다. 1년 뒤인 1993년 장성군 남면에 3천300㎡(1천평)의 땅을 빌려 본격적으로 농사를 시작했다. 그곳에서 상추, 고추, 오이뿐 아니라 치커리, 청경채, 레드치커리, 비트 케일, 신선초 등 엽채류를 생산했다.
 

학사농장은 전국 50여개 협력 농가가 함쎄하고 있으며 20여종 친환경 식품을 가공·판매하고 있다. 사진은 강 대표와 직원들의 모습. /전남도 제공

■끊임없는 노력으로 친환경 농산물 대중화 앞장=강 대표가 첫 삽을 뜬 뒤 학사농장이 지난 1998년 영농조합법인으로 탄생하기까지 6년간은 실험의 연속이었다. 광주에서 현재 장성 본사가 있는 곳으로 옮겨 대학 농대 친구, 후배들과 함께 2천980㎡(900평) 규모의 하우스를 시작해 우여곡절끝에 백화점 매장 납품에 성공했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3개월만에 백화점에서 철수할 수밖에 없었다. 일단 농산물을 연중공급을 수 없다는 점과 함께, 생산과 판매의 불균형속에서는 답이 나오지 않는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여기서 강 대표는 농산물을 생산한 뒤 어느 시장에 판매할 것인가를 걱정하던 것을 탈피해 판매대상을 먼저 정하고 그에 맞은 생산 체계를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또 연중 신선농산물을 공급하기 위해 지역을 탈피해 전국적으로 재배지를 확대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물론 다품종 소량생산 방식은 그대로 유지했다.

강 대표는 “900평 규모의 생산지에 백화점 3.3㎡(1평) 매대 공급은 생산과 공급의 불균형에다, 정해진 매장에 1년 12개월 매일 우리의 신선한 쌈채소가 있도록 하는게 목표였지만 그렇지 못했다. 그래서 여름에 강원도 대관령 고랭지가, 겨울에는 제주도 등의 생산지가 필요했다. 그것이 연중생산 체계를 갖추게 된 계기가 된 것이다”고 말했다.

결과는 3년만에 연매출이 20배 정도 가파르게 상승하는 계가를 올렸다. 하지만 학사농장은 여기에 안주하지 않았다. 또 다시 ‘멀지 않아 뒤쫓아 올 경쟁업체’를 압도할 자신들만의 강점이 뭔가를 연구하게 됐다. 고심끝에 판매를 위한 매장을 직접 만들고 가격을 낮춰 생산자와 소비자가 모두 사는 방식을 강구한다.

‘좋은 농산물’이라는 기본원칙 이외에 모든 비용을 절감하는 ‘잔인한 구조조정’에 나섰다. 인테리어 등 시설비를 줄이고 상품을 낱개로 진열하는 방식에서 박스채로 진열해 시간을 줄이면서 박리다매 전략을 통해 마진을 최소화시겼다. 서비스까지도 줄여 유통비용과 인건비 등을 파격적으로 낮췄다.

결국 학사농장은 ‘유기농식품이 비싸다’는 통념을 깬 상식과 가격 파괴전략이 주효했고 생산자와 소비자가 모두 만족할 수 있는 시스템을 확립했다.
 

학사농장 누리집(www.62day.com)에서 판매 중인 유기농 발아잡곡 선물세트.

■유기농 총망라한 학사농자의 성장=학사농장은 현재 전국 50여개 협력 농가가 함께하고 있으며 132만㎡(40만평) 규모의 생산지에서 50여 가지 친환경 농산물을 생산하고 있다. 20여종 친환경 식품을 가공·판매한다. 유기농 농산물을 판매하는 직영매장이 3곳, 취급점이 30곳이며 회원수도 2만여명에 이른다. 유기농 전문식당과 100% 국산밀 제빵제과점, 청소년들의 건강을 생각해 새롭세 시작하는 분식 분야에 이르기까지 유기 농산물의 샌산, 유통을 비롯해 외식사업까지 확장했다.

강 대표는 “유기농 식품 중소기업으로 성장하기까지는 실험과 도전의 연속이었다”면서 “친환경 농산물에 대한 굳은 소신과 끊임없이 새로운 돌파구를 찾으려는 전략 덕분”이라고 전했다. 과거 그는 농산물 유통에서는 파격적으로 환불제 등을 도입했다. 농장 체험행사인 ‘62day(매년 6월2일)’와 주말농장, 김장축제 등을 통해 생산의 전 과정을 직접 보여주는 홍보에도 주력하고 있다. 또한 매월 농장 소식 회보 2만부를 발간해 소비자 중심의 프로그램 등을 운영하려고 노력 중이다.

학사농장의 성장은 강 대표의 철칙 때문에 가능했다, 단위 생산량이 떨어지더라도 절대 농약이나 화학비료는 쓰진 않는다는 신념이다.

그는 “소비자들이 친환경 식품을 찾는 이유가 맛이나 품질보다 안전이라는 걸 알기 때문이다”며 “친환경 농가 단위에서는 처음으로 1억5천만원이나 들여 농약정밀분석시스템을 구축했고 농산물생산이력관리시스템을 전국 최초로 도입한 것도 이런 이유다”고 말했다.

친환경농업인답게 강 대표의 꿈은 원대하다. 그는 “친화경이면서 화학 첨가물 0%, GMO(유전자변형농수축산물) 글루텐 프리의 안전 음식점을 전국에 1천개 정도 만들고 싶다”며 “건강하고 우수한 국내산 농산물이 자급자족되는 ‘농업 독립’을 이루는 세상이 왔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학사농장의 친환경 농산물은 학사농장 누리집(www.62day.com)을 통해 구입할 수 있다.

/안세훈 기자 ash@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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