人生(인생)

人生(인생)

<최혁 남도일보 주필>
 

인천 영흥도 앞바다에서 13명의 사람들이 또 숨졌다. 실종자 2명을 포함하면 15명의 아까운 생명이 가족의 품을 떠난 것이다. 이 추운 겨울날, 차가운 바다에서 변을 당해 허우적거리며 숨져갔을 그들을 생각하면 마음이 아프다. 아들이자, 아버지이자, 남편이었으며, 또 누군가의 친구였을, 그들이 당한 황망한 소식에 많은 이들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찬바람 가득한 겨울바다를 바라보며 사람들은 또 울고 있다.

기자의 나이가 어느 새 환갑을 바라보는 나이에 이르렀다. 자연 주변의 많은 친척 분들이 세상을 뜨고 있다. 그 분들은 기자가 어렸을 때 큰 나무처럼 당당했다. 기자가 10살 안팎이었던 때, 기자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며 용돈을 쥐어주던 친척 분들은 30대 후반이나 40대 초반이었던 듯싶다. 세월이 그렇게 흘렀으니 푸른 줄기 같았던 그분들의 육체가 마른 가지처럼 쇠락해진 것은 당연한 일이다.

기자의 어머니 역시 마찬가지다. 어렸을 때 기자의 눈에는 어머니가 곱기만 했다. 계모임이 있어 어머니가 화장을 하고 나갈라치면 그렇게 예쁠 수가 없었다. 입술을 바짝 당겨 루즈를 바르고 한복의 고름을 마무리하면서 살짝 거울에 몸을 비춰보는, 어머니는 우아했고 단아했다. 그런데 한 해 한 해 세월이 흘러가면서 어머니는 시어머니가 되고, 할머니가 되더니, 어느 사이 많이 아프신 분이 돼 있다.

어머니는 지금 요양병원에 계신다. 10여 년 전부터 앓기 시작한 파킨슨병이 어머니를 나락으로 끌어가고 있다. 파킨슨병은 신경이 쇠퇴해 뇌기능에 손상을 일으키는 병이다. 생각으로는 걸음을 멈추고 싶지만 몸은 계속 걸어가게 된다. 그래서 자주 넘어지게 된다. 최근에도 수차례나 넘어지셨고 그때마다 갈비뼈가 몇 개씩 부러졌다. 한 달 전에는 손목뼈가 부러져 수술을 받았다. 그런데 퇴원한 지 일주일 만에 골반 뼈를 다시 다쳤다.

그래서 자식들은 의논 끝에 어머니를 요양병원으로 모셨다. 어머니는 불과 몇 달 전만 하더라도 펄쩍 뛰며 요양병원에는 가시지 않겠다고 손사래를 치셨다. 그런데 지금은 요양병원에 계시는 것을 편안해 하신다. 항상 곁에서 도와주는 요양사가 있고, 친구삼아 이야기를 나눌 분이 있어 덜 심심해서인 듯싶다. 다행스러운 일이다. 그렇지만 어쩔 수 없이 받아들여야 할 일이기에, 자식들 생각해서 일부러 그렇게 내색하는 것이라는 생각도 든다.

어머니가 계신 병실은 6인실인데, 어머니와 옆 침상의 아주머니를 제외하고는 모두 중증환자다. 계단에서 굴러 머리를 크게 다친 분, 그리고 고령이어서 움직이기가 힘든 분들이다. 초점 없는 시선으로 천정을 바라보고 있는 그분들의 모습을 대할 때마다 마음이 아프다. 고무줄 하던 아이였고, 꿈 많던 아가씨였으며, 또 젊은 새댁이었을 그분들의 예전 모습이 헤아려지기 때문이다. 자연 인생의 무상함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밤새 안녕’이라고, 사고를 당해 많은 사람들이 황망하게 저 세상으로 가고 있다. 또 육신이 쇠약해지면서 많은 분들이 사랑하는 사람들과의 이별을 앞두고 있다. 덧없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새삼스럽게 인생이란 무엇일까? 라는 질문을 던져본다. 과거 수많은 사람들이 알고자 했던 것이다. 어떤 이들은 종교를 통해, 어떤 이는 수도(修道)를 통해 그 답을 찾고자 했다. 그렇지만 분명한 것은 ‘정답은 없다’는 것이다. 사람들의 삶은 개별적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많은 이들이 절대자에게 의지해 그 답을 찾아보려 했다. 솔로몬은 세상의 모든 부귀와 쾌락을 누렸던 왕이다. 또한 지혜로웠다. 그러나 인생에 대한 그의 말년 고백은 ‘헛되고 헛되며 헛되고 헛되니 모든 것이 헛되도다’, ‘내가 해 아래서 행하는 모든 일을 본즉 다 헛되어 바람을 잡으려는 것이로다’(전도서 1:2,14)였다. 자신의 연약함을 인정하고 절대자에게 순종해야 한다는 뜻이지만 솔로몬 역시 인생의 허망함을 절감했던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살아야할까?” 매일처럼 들려오는 사고소식과 언젠가는 이별을 고해야 하는 가족들의 모습을 보면서, 내 자신에게 물어보는 말이다. 하루하루를 열심히 사는 것, 그리고 정성을 다해 주위 사람들을 아끼고 사랑하는 것이, 최선의 길인 듯싶다. 유행가 가사지만, ‘있을 때 잘하는 것’ 그것이 정답이다. 내 옆의 사람이 가장 소중한 사람이다. 옆의 사람들, 더 나아가 세상 사람들을 잘 보살피다 잘 가는 것이 최고의 인생이 아닌가 싶다.
 

"광주전남 지역민의 소중한 제보를 기다립니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남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