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당, 민심과 시대정신 외면하면 안 된다

국민의당, 민심과 시대정신 외면하면 안 된다

<김영선 칼럼니스트>
 

국민의당의 갈등의 골이 깊어만 가고 있다. 바른정당과의 통합을 둘러싼 찬반세력이 부딪치면서 진통이 커져만 가고 있는 것이다. 진보적 개혁 성향에서부터 극우보수까지 넓은 이념의 스팩트럼을 가진 당내 구성원들의 색깔과 서로 다른 셈법이 표출되면서 양극을 향해 마냥 치닫는 느낌이다.

이 때문에 당내에서는 ‘12월 위기설’이 제기되면서 연내, 늦어도 내년 1월 초·중순까지 통합과 관련된 갈등이 폭발할 수 있다는 관측마저 나오고 있다.

다당제를 이루는 선도정당이고, 39석을 가진 제3정당으로서 캐스팅보트를 통해 국정을 국민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이끌어 가야 하는 막중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기에 이를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선은 매우 우려스럽다.

바른정당과의 통합의 기치를 든 안철수 대표와 친안진영은 합당을 통해 강력한 중도개혁정당을 구축, 외연확장과 수권정당을 향해 나가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반면 호남을 중심으로 한 당내 중진의원들은 정체성과 가치가 다른 바른정당과의 통합은 민심에 반하는 것으로, 자유한국당까지 합당하는 보수대연합의 기도라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지난 6일 통합에 반대하는 천정배·박지원·정동영 등을 중심으로 한 ‘평화개혁연대’(평개연)는 정체성 확립 토론회를 열고, 진로를 모색했으며, 당을 구하는 초선들의 모임(구당초)과의 연석회의를 통해 세를 늘린 후 공식 출범을 계획하고 있다.

반면 수권비전위원회는 평개연 행사 시각에 세미나를 열어 맞불을 놓고 경기, 대구·경북 등 통합찬성 원외지역위원장들은 잇달아 성명을 내 통합분위기를 고조시키면서 세 대결이 본격화하는 형국이다.

국민의당 내홍의 이면에는 각종 선거 등을 앞두고 서로 다른 속셈도 자리하고 있는 듯하다. 안철수 대표가 차기대선 승리를 위해 보수성향 유권자공략이 필요하다고 보고 통합을 들고 나왔다거나 호남을 기반으로 한 의원들은 호남민심이반 등에 따른 지방선거·총선 패배 우려 등이 배경으로 자리하고 있다는 등 해석도 분분하다.

어쨌거나 이런 와중에 국민의당의 지지율은 바닥을 기고 있고, 대선패배이후 당내 반발에도 불구하고 당대표가 된 안철수 대표가 취임 100일을 맞은 시점의 국민의당은 분열 위기 속 험로에 직면하고 있다. 안 대표의 지도력이 시험대에 오르고, 지지율을 끌어 올리겠다는 공약도 현재로선 실패를 거듭하고 있는 셈이다. 오히려 당은 내홍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더불어민주당과의 건전한 경쟁자로 자리매김하라며 지난 총선에서 국민의당에 전폭적인 지지를 보낸 호남민심은 이제 싸늘하다는 것이 중론이다.

이 때문에 지방선거를 앞둔 입지자들은 당의 진로와 마찬가지로 갈피를 잡지 못한 채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물론 정치는 세력화로 힘을 키우고, 정당은 정권을 잡는 것이 목표이다. 하지만 방향성 없는 세력화는 당의 정체성과 가치에 우선할 수 없고, 정권을 잡는 수단은 준엄한 민심을 뛰어 넘을 수 없다. 그래서 촛불혁명에서 보아왔듯 민심이 원하는 정치, 국민과 소통하는 정치가 모든 것에 우선돼야 한다. 촛불은 적폐청산이라는 시대정신을 말하고 있다. 국민의당이 기반인 호남은 국정의 동반자로서 기득권 세력을 저지, 보수대연합보다는 국가대개혁을 이루는 데 힘을 쏟으라는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국가의 미래를 위해서 반문재인-반개혁-반민심의 적폐연대는 안 된다는 것이다.

우리가 보고 있듯 현재의 국민의당은 예산안 통과나 정부인사에 있어서나 39석의 위력을 유감없이 보여 주는 등 존재감이 확실하다. 하지만 민심이 이반된 현재의 지지율로 과연 미래를 어떻게 설계할 수 있을까.

스펙트럼이 다양한 국민의당은 세력 확장에 앞서 분야별로 정체성을 확실히 세우는 것이 급선무고, 민심을 바탕으로 한 진솔한 소통이 필요해 보인다.

호남에서는 민주-국민 양당이 건전한 경쟁체제를 이뤄 협력과 견제를 하면서 발전을 꾀하라는 총선에서 민의의 표출이 있었던 만큼, 호남민심을 파고들어 개혁경쟁을 하는 자세가 절실한 것으로 비춰진다.

결국 현 위치에서 제3당의 자리를 공고히 하면서 국민이 원하는 방향으로 가는 것이 지지율을 끌어 올리는 첩경이 아닐까? 국민의당이 민심에 어떻게 답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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