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 어린이와 동행…꿈을 채워준 선생님

광주 금부초 박우연 교사

탈북학생 교육 공모전서

교육부장관상 수상 영예

한국생활 빠른 적응 위해

함께 친환경 텃밭 가꾸고

부모대신 가족캠프도 참여

박우연 교사
탈북학생을 만난 광주 금부초등학교 박우연 교사는 아이의 한국 생활 정착을 돕기 위한 진심어린 노력으로 한국교육개발원이 주관한 ‘제8회 탈북학생 교육 우수사례 공모전’ 초등 개인 부문에서 최고상인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상을 수상했다. 지난 1년간 박 교사와 함께 생활한 탈북아이 ‘꿈틀이’의 각종 체험활동 모습./광주시교육청 제공
박우연 교사의 시상식 모습./광주시교육청 제공
“가정방문에서 아이 어머니를 처음 만났다. 좁은 배와 차 안에서 아이 울음소리 때문에 발각되고 쫓겨날까봐 두려워 떨었고 어렵게 한국에 들어와선 아이를 혼자 키우며 살았다고 했다. 마음이 아팠다…”

탈북학생을 만난 초등학교 교사가 아이의 한국 생활 정착을 돕기 위해 행한 진심어린 노력이 화제다. 주인공은 광주 금부초등학교의 박우연 교사. 박씨는 지난 7일 교육부가 주최하고 한국교육개발원이 주관한 ‘제8회 탈북학생 교육 우수사례 공모전’ 초등 개인 부문에서 최고상인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상을 수상했다.

박 교사는 탈북 어린이와 함께한 1년을 회고하며 설레는 길이었다고 말했다. 아이에게도 박 교사에게도 지난 1년이 추억으로 남았기 때문이다.

박 교사가 초등학교 1학년생인 탈북 어린이 ‘꿈틀이(가칭)’를 처음 만나건 지난 3월. 꿈틀이는 빨리 통일이 돼 사촌형들을 만나고 싶다고 말하는 아이였다. 중국인 아버지가 있었지만 왕래는 거의 없었고, 형제가 없어 집 밖에서 같이 놀 친구도 없었다. 엄마는 생계를 위해 주로 늦은 밤까지 일을 해야 했기 때문에 꿈틀이는 하교 후 대부분의 시간을 옆집 할머니와 보냈다.

그런 꿈틀이와 박 교사가 함께한 1년은 다채로웠다. 박 교사는 아이와 함께 어울리기 위해 가족 텃밭학교에 등록하고 풍암동 친환경 텃밭을 분양받았다. 손잡고 호동이네 별밤캠프와 굿네이버스 가족캠프 등 외부 행사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가족캠프엔 꿈틀이 부모 대신 참여할 정도였다. 박 교사는 어머니와 꿈틀이를 초청해 본인 집에서 잠도 자고 야구장과 뮤지컬극장, 영화관, 양동시장, 지하철 등 꿈틀이 또래 아이들이 가봤을 곳은 모두 함께 다녔다. 아이가 이곳 생활에 빨리 적응했으면 하는 바람에서였다.

여름엔 소쇄원과 죽녹원을 보고 장성 백양사 숲길도 걸었다. 꿈틀이가 아버지와 소통할 수 있도록 한자 6급 자격증도 취득하도록 했다.

꿈틀이는 텃밭 가꾸기를 무엇보다 좋아했다. 1학년 학교수업(봄-여름-가을 교과)과 연계해 씨앗 관찰부터 시작했다. 4월엔 다양한 씨앗과 상추, 고추, 방울토마토 등 모종을 심고 토요일마다 물을 주고 지지대를 세우고 잡초도 뽑았다. 함께 지역 도서관과 서점을 찾아 텃밭 관련도서를 읽고 또 읽어줬다. 박 교사는 11회에 달하는 ‘텃밭 부모교육 특강’에도 참여했다.

6월엔 꿈틀이와 1학년 친구들이 상추와 각종 채소를 학교 앞 노인복지센터에 전달했다. 9월엔 고구마를 수확해 할아버지·할머니께 오후 간식으로 드렸다. 좋아하는 채소와 친구 얼굴을 그려 텃밭 이름표 팻말을 세웠고 텃밭에서 딴 나뭇잎에 색을 칠해 ‘나뭇잎 티셔츠’를 만들어 입고 체험학습을 갔다. 채소이야기로 대본을 만들어 ‘채소 가면 연극제’도 열었다.

꿈틀이는 텃밭 채소를 이용해 또띠아 등 12가지 요리를 만들고 그 경험으로 ‘1권뿐인 나만의 요리책’도 완성했다. 꿈틀이는 “내가 작가가 된 것 같다”며 뿌듯해 했다. 그렇게 꿈틀이와 박 교사가 함께한 1년이 지나갔다.

11일 박우연 교사는 “농부가 밭을 일구듯 설레는 길을 함께 걸으며 봄부터 겨울까지 시간을 채워나갔다”며 “수줍게 웃던 아이가 크게 소리 내어 웃을 때, 선생님과의 짝꿍시간을 기다렸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 뿌듯함이 한 가득이었다”고 소감을 전했다. 광주시교육청 관계자는 “이번 수상은 학생에 대한 배려와 헌신의 결과로 보인다”며 “탈북학생 교육지원 사업이 잘 운영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이은창 기자 lec@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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