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영 광주지방기상청 기후서비스과장

광주기상청 날씨와 생활

체감 온도

<김재영 광주지방기상청 기후서비스과장>
 

최근 영흥도 인근의 낚싯배가 전복되면서 많은 희생자가 발생했다. 일부 생존자는 뒤집힌 배안의 조그만 공간에서 불충분한 산소와 10℃ 정도의 저수온을 견디다가 무사히 구조됐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수면 위로 드러난 선반 위로 올라 탈 수 있어서 저체온증으로 인한 최악의 상황을 면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겨울철 산행 사고에서도 거의 대부분의 희생자들은 저체온증으로 인해 발생한다. 겨울철 차가운 공기는 우리 신체에서 열을 빼앗아 가기 때문에 신체와 주변의 공기를 따뜻하게 유지하는 것이 겨울철 우리의 주된 관심사이기도 하다.

차고 건조한 공기 덩어리인 시베리아 기단은 우리의 겨울철을 매섭도록 만든다. 시베리아 기단은 고기압으로서 상층에서 찬 공기가 지상으로 내려와 바깥쪽으로 불어나가면서 우리나라의 겨울철에 강한 북풍을 만들어 낸다. 겨울에는 공기 자체의 온도가 낮기는 하지만 바람이 불지 않는다면 크게 춥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강원도 영서지역은 겨울철 수은주가 매우 낮게 떨어지는 곳인데도 바람이 약하기 때문에 추위로 온몸이 호들갑스럽지는 않다. 하지만 바람이 불면 상황은 다르다. 36℃ 내외의 우리의 신체는 평상시 피부 주위에 온기를 항상 유지함으로써 체온을 외부로 급격하게 빼앗기지 않는다. 그러나 신체의 온도보다 낮은 온도의 바람이 불면 우리 피부 주위로 형성되어 있는 온기층이 벗겨진다. 바람이 강할수록 이 온기는 빨리 날아가서 우리는 더 큰 추위를 느낀다. 겨울철에 온도계는 강한 바람을 맞더라도 수치가 낮아지지 않는다. 온도계의 금속 자체는 열을 발생시키지 않기 때문이다. 반면, 열을 자체 발산하는 사람은 바람이 불면 열을 빼앗겨 체감온도가 매우 낮아지게 된다. 일반적으로 풍속이 초속 1m 증가할 때마다 체감온도는 약 1℃ 낮아진다. 예를 들어 -5℃의 기온에서 바람이 초속 10m로 분다면 우리가 느끼는 체감온도는 -14℃ 정도로 훨씬 더 춥게 느끼는 것이다. 그래서일까. 제주도는 광주에 비해 기온이 평균 5℃ 정도 높지만 바람은 두 배 이상 강해서 광주 시민이 제주에 가면 더 추운 느낌이 든다.

산에서는 높은 고도로 올라 갈수록 기온은 낮아지고 바람은 강해진다. 지상에 비해 느끼는 추위 수준이 매우 다르기 때문에 특히 겨울 산행은 낮은 체감온도에 단단히 대비해야 한다. 광주지방기상청은 무등산을 찾는 탐방객에게 무등산에 대한 고도별 체감온도를 서비스하기 위해 2018년도를 목표로 무등산국립공원사무소와 공동으로 준비를 하고 있다. 추운 계절에는 추위를 이기기 위해 외부에서 열을 얻는 것보다는 내부의 열을 잘 보존하는 것이 에너지 절약의 지혜가 될 수 있다. 올 겨울에는 그 지혜로움을 실천으로 엮어봄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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