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도내에서 이뤄지는 문화재 보수·정비사업이 우리 고건축물에 대한 이해 부족으로 원래의 형태와 미를 제대로 살리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우리 고건축물의 경우 기능과 용도에 따라 ‘격’이 다름에도 임의로 기둥의 모양이나 돌쌓기 기법을 바꾸는가 하면 관리의 편의를 위해 창고 등을 불법 증축하는 경우도 많아 보다 철저한 실태조사와 함께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전남도는 지난 2000년부터 지난해까지 이뤄진 도내 문화재 정비·보수사업 38건에 대한 ‘문화재보수평가제’를 실시해 원래의 형태와 미를 제대로 살리지 못한 5건은 재시공, 시공 불량 및 하자가 있는 15건은 시정, 경미한 위반 3건은 주의 등의 조치를 각각 내렸다고 14일 밝혔다.
지난달 28일부터 지난 2일까지 이뤄진 이번 점검의 주요 지적사항은 우리 고건축물의 격을 이해하지 못해 각주를 원주로 시공하거나 초가집의 허튼층 석축을 바른층으로 임의변경한 것 등이다.
또 우리 전통의 미가 ‘자연의 미’인데도 곡선부재인 퇴량을 직선부재로, 자연석 주초를 화강석으로 바꾸거나 사유지 매입 가능여부를 판단하지 못한채 발주해 공사중 설계변경을 초래한 경우 등이다.
강진 백련사 대웅전은 주 건축물이 아닌 부대 건축물의 기둥을 임의로 각주에서 원주로 시공하는 바람에 격이 틀려져 재시공조치를 받았으며, 나주 김효병가옥은 허튼층쌓기를 원형과 달리 바른층으로 변경한 것으로 지적됐다.
강진 향교는 대웅전 옆에 배수로를 만들어서, 돌산 향교는 기단부의 높이가 맞지 않아서, 영암 구고사는 기초석과 기단에 자연석이 아니라 화강암을 사용해서 각각 재시공조치를 받았다.
함평 곤재우득록목판은 퇴량의 곡선부재를 직선부재로 시공함에 따라 자연의 미를 살리지 못해 주의를 받았다. 진도 상만리5층석탑은 증축한 보일러실을 철거하고 대청에 설치한 문을 전통문으로 교체토록 했다.
이밖에 계단석이 울퉁불퉁한 여수 향일암, 와구토가 파손된 담양 향교, 석교 상단부 강회바름이 들뜬 함평 고막천석교, 제거목을 방치한 장성 요월정 원림 등은 시정조치를 받았다.
도 관계자는 “문화재 보수·정비사업이 제대로 이뤄지도록 공사에 참여하는 기능자들의 명부를 비치하고 원형에 대한 조사와 고증을 철저히 하겠다”며 “본래의 형태와 미가 복원될 수 있도록 민간자본 보조를 가급적 줄여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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