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도 농업 선구자 -22.신안 김광래씨>

22. ‘비금섬초’ 신안 김광래씨

친환경 재배·재래종 고집…경매시장서 ‘상종가’

선별부터 포장까지 정성 쏟아 소비자들 감동

농가 소득 효자 노릇 ‘톡톡’…명품화 사업 한창
 

전남 신안군 비금면에서 재배되는 김광래씨의 ‘비금섬초’는 서울 가락시장 상인들에게 최고로 꼽힌다. /전남도 제공

최근 소비자 입맛이 까다로워지고 산지 직매입 상품이 늘면서 특정 지역 상품이 브랜드화하고 있다. 전남 신안군 비금면 비금도에서 재배되는 시금치인 ‘비금섬초’도 그 중 하나다.

시금치 농사는 추울 때 일이 많다. 비금도가 겨울철에 바쁜 이유다. 이 섬 농가의 대부분인 800~900가구가 시금치를 키운다. 다른 지역처럼 (비닐)하우스 시설재배가 아니라 노지재배다. 하늘과 트여서 해도 달도 별도 다 보고 자라서일까? 눈을 좀 맞아야 제 맛이 난다고 한다. 엄동설한에도 늘 푸른 시금치 밭은 특유의 풍경화다. 비금섬초에 서울 가락동 상인들이 ‘최고’라며 엄지를 쑥 세우는 것은 오래된 ‘전통’이다.

이중 최고 고수로 김광래(72)씨가 꼽힌다. 서울 가락시장 경매사들이 인정하는 시금치다. 경매때마다 웬만하면 최고가다. 더구나 다른 지역의 시금치에 비해 간암세포 성장 억제효과가 뛰어난 것으로 최근 연구결과 입증돼 건강식품으로 각광을 받고 있다.
 

김광래씨는 소비자들에게 최고 품질의 비금섬초를 제공하기 위해 선별부터 포장까지 정성을 쏟고 있다. /전남도 제공

■서울 가락시장 평정=‘김광래 시금치 농가’의 출하자 이름은 그의 아내 조성임씨다. ‘조성임’이름 적힌 상자는 무조건 믿고, 따지지도 않고 들여 놓고 본다. 물건이 좋아서 그렇겠다. 늘 지켜보는 이웃들은 그 비결을 종자 선택과 거름일 거라고 얘기한다. 토박이 농사꾼인지라 그 정도야 기본이리라. 그는 비금도 내포마을 이장을 지냈다. 또 다른 비결은 선별에 각별하게 신경을 쓴다. 없어야 할 자국 하나라도 있으면 주저 없이 ‘아웃’이다.

그리고 나서 자식 선보이는 부모처럼 차분하게 상자에 담는데, 10㎏ 상자에 담김 모양이 거의 ‘예술의 경지’다. ‘보기 좋은 떡’에 눈 먼저 가는 법이다. 마지막 절차까지 성의를 다 하는 것이다. 아무렴, 그런 성적표를 아무나 받을까?

육지의 농산물과 달리 배타고 전남 목포까지 54㎞를 가는 별도의 과정이 있으니 선별과 포장에 더 정성을 기울이는 것이기도 하다. 이른 새벽에 농협 집하장에서 큰 트럭에 올라 곧 철부선이라고 하는 도선을 탄다. 배에서 내리면 곧장 가락동 행이다.

비금섬초는 하우스 시금치처럼 부드럽지는 않지만, 물기 한 번만 뿜어주면 막 수확한 것처럼 금방 생기가 돌고, 오래 싱싱히다. 굳세고 질긴, 강인한 것은 이 작물의 건강함의 척도다. 해풍 맞는 노지재배의 영향일 거라고들 한다. 바람에 고개 흔드느라 키가 작고, 누운 것 같은 모양새다. 뿌리가 빨간 색깔을 띠고 잎이 두툼하고 각이 많이 진 모양이다. 잎이 두껍고 줄기도 통통하다. 뽀빠이가 힘 얻으려고 찾았던 게 이 시금치였다. 지금도 과학자들이 ‘매일 조금씩이라도 먹어야 하는 식품으로 꼽는 것 중 하나가 바로 시금치다. 시금치와 함께 대개 당근, 불루레비 같은 베리류, 호도, 요거트, 토마토 등이 적혀 있다.
 

‘비금섬초’는 지역 농가의 소득증대에 효자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사진은 비금섬초 수확작업 중인 여성 농업인의 모습. /전남도 제공

■‘비금섬초’로 전남 농업 긍지 높인 비금도 사람들=비금도(飛禽島). 새 날아가는 모양의 섬이라는 이름이다. 여느 지역처럼 벼도 심고 이웃 임자도의 특산인 대파도 좀 심지만 그 비금섬초 시금치에 승부를 건다. 김씨도 ‘시금치 최고 농사꾼’으로의 긍지가 상당하다. 비금섬초는 곧 신안군 전체의 자랑이 돼 이름도 ‘신안섬초’로 커졌다. 지난 1996년 두 이름 다 상표당국에 등록돼 있다. 1958년에 처음 이 섬에 시금치가 도입됐다. 2015년에 800여 농가가 600㏊ 면적에 시금치를 심었다. 10㎏짜리 28만 박스를 실어내 100억여원의 수입을 올렸다. 농가 상당수가 김씨처럼 친환경 재배를 한다. 가락시장 1박스 경매가가 평균 3만원 정도인데 비금섬초는 대개 이보다 더 받는다. 2배 정도 받는 김씨가 최고 많이 받았던 기록은 9만원이라고 알려져 있다. 못해도 3등 안에는 든다고 한다. 농사짓기에 더 까다로운 재래종만을 고집하는 것도 ‘인기’의 원인일 것이다.

섬의 토양 또한 시금치 재배에 적당하다고 한다. 재배면적의 상당부분이 바다를 메운 간척지와 부근의 황토층이어서 게르마늄이 풍부한 갯벌과 동식물의 성장에 도움을 주는 효소 성분이 많은 황토가 합쳐진 땅이 많다는 것이다.

■‘비금섬초’ 명품화 사업 한창=신안군은 ‘비금섬초’의 명품화 사업을 벌이고 있다.

신안군과 전남도농업기술원이 ‘섬초 수확 후 신선도 유지를 위한 세척기술 연구’를 오는 2018년까지 3년간 공동 연구개발 한다.

섬초 수확 후 신선도 유지를 위한 세척기술, 신선도 유지 포장방법별 저장유통기간 연장조건, 포장방법별 수확 시기에 따른 저장 유통기간 설정 등이다.

1년 차 연구 결과, 섬초 수확 후 1차 세척하고 겨울철 상온에서 유통하면 품질이 떨어지게 되는데 저장온도 2~5도에서 비닐포장 보관하면 10~17일까지 유통할 수 있어 상품을 장기 유통하는데 도움이 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연구결과물은 신안군 시금치 재배 영농현장에서 장기저장 유통하는데 적용해 섬초 지역브랜드 가치에 이바지하고 지역특화작목을 육성하는데 전략적으로 한걸음 나아갈 것으로 기대된다.

여기에 ‘섬초 건나물 등 향토음식발굴·급속냉동제품개발을 위한 표준화 제조공정’과 ‘섬초 건강식품 및 편이 가공제품 개발’도 함께 연구개발 추진하고 있다.

비금섬초 건나물도 개발됐다.

이번에 개발한 섬초 건나물은 기존에 사용해 왔던 제조방법과는 달리 덖음(물을 더하지 않고 타지 않을 정도로 볶아서 익힘)과 유념처리 방법을 사용해 맛과 향이 구수하고, 물에 담갔을 때 잘 복원되는 등 건나물로서 상품성이 높다.

지난 10월 섬초 주 생산지인 비금도에서 열린 전국 선왕산 등반대회에 참가한 1천여명을 대상으로 시식회를 가진 결과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안세훈 기자 ash@namdonews.com

 

"광주전남 지역민의 소중한 제보를 기다립니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남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