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듀! 2017…‘남도의 시간’이 왔다

금남로에서…

아듀! 2017…‘남도의 시간’이 왔다

<정용식 남도일보 상무>
 

광주·전남 인구 330만, 전북을 더해도 580만명으로 전 국민의 11.4%다. 1960년 전국민 24%인 590만명을 생각할 때 격세지감이다. 50여년을 지나면서 우리나라 인구는 두배이상 증가했고, 800만 영남인구는 1천300만 이상으로 늘었는데 호남은 절대적 수치마저 줄어든 것이다.

1천300만 관람객을 모은 ‘택시운전사’가 아카데미상 예선을 탈락했다. 우리에겐 여전히 해결되지 못한 아픈 역사임과 동시에 자랑스러운 과거를 다룬 5·18영화이기에 아쉬움은 크지만 한국영화가 지금껏 세계 영화제 중 유독 아카데미상은 예선 통과작 조차 없었다하니 위안을 삼을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37년 전 이야기, 수십년 전 고통스럽고 혼란스러웠던 과거를 얘기하는 식으론 해외입장에선 딱히 주목할 이유가 없다. 절실함과 긴장속에서 펼쳐지는 현재의 치열한 삶의 현장이 산재해 있는데 그들에겐 ‘자화자찬격 회고’로만 보이는 영화를 선택할 이유가 없다”라는 어느 영화평론가의 분석은 여운이 남는다. 비단 5·18을 떠나 우리 근현대사는 해결하지 못하고 미뤄온 과거로 인해 수많은 상처와 한(恨)을 안고 있다. 일제 36년, 남북 동족상잔의 비극, 폭압적인 독재정치 역사, 성장일변도의 압축성장 과정에서 비롯된 양극화 등 세계 어디에서도 유래를 찾기 힘든 수많은 아픔이 있고 그 아픔을 잉태한 자들이 여전히 우리사회 주도층에 있다. 그래서 우리에겐 오랜 시간이 흘렀어도 여전히 진행형일 수밖에 없는 과거를 다룬 영화들이 인기를 얻고, 국민들은 그 속에서 위안을 찾는다.

현실이 힘들수록 과거에 집착한다. 과거를 통해 위안 받고 희망을 찾고자 하는 모습도 현재의 반영물일 수밖에 없다. 남도인들에게 힘들었던 과거는 우리의 발목을 붙잡는 사슬이 되기도 하고, 싸우는 무기가 되기도 했다. 그러나 역사는 결코 잊지 말아야 할 유산이지만 과거의 상처, 영광에 매여 있으면 결코 미래를 볼 수도, 미래로 나아갈 수도 없을 것이다.

전라도 정도(定都) 천년을 앞두고 있다. ‘광주의 시간’이 왔다고 한다. 모진 풍파 이겨내고 천년을 지켜온 ‘전라도’, 파란만장한 역사 속에 다져진 저력과 강인함이 있기에 아픔을 극복하고 희망으로 새천년, 새로운 미래를 열어갈 새로운 기회를 맞이하고 있다.

남도는 여전히 배고프고, 일자리 찾아 외지로 떠날 수밖에 없고, 실패가 두려워 도전하기보다 안정된 길을 찾아 청년들은 시간을 낭비하고 있다. 열정 속에 미래에 대한 두려움이 아닌 희망으로 변화와 도전을 시도하는 청년들이 뛰노는 남도로 바꿔가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토양을 만들고 사회적 분위기를 바꿔야 한다. 패러다임, 관점, 형식의 전환도 필요하다. 우리가 변하지 않고는 다가온 기회를 움켜쥘 순 없다.

정치권력이 바뀌었고, ‘에너지, 친환경 자동차, 문화 콘텐츠’ 등 그동안 광주가 준비해온 새로운 먹거리가 주목받고 있으며 환상처럼 보였던 ‘광주형 일자리 모델’도 사회통합형 미래 발전모델로 인정받고, 변화에 발 빠르게 적응하기 위한 4차 산업 혁명에 대한 대응도 그렇다. 청정 환경과 온화한 기후, 긴 해안선과 갯벌, 2천개가 넘은 섬은 문화·관광의 웰빙시대의 비교우위 자원으로 전남이 떠오르고 있다. 토양은 준비되어 있다. 이제 엮어가는 작업이다. 그러나 모든 기회가 그러하듯 ‘남도의 시간’이 와도 붙잡는 사람이 없으면 지나간다. 찾아 온 기회를 반전의 계기로 만들기 위해선 우리의 발목을 잡고 있을지도 모를 과거의 눈물을 접고 우리 내부로부터 변화의 동력을 만들어내야 한다. 청년들의 열정을 되살리고 희망을 주자. 실패와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도록 생각을 뒤집자. 꿈은 혼자 꾸면 환상이지만 여럿이 꾸면 현실이 된다. 비록 제비 한 마리 왔다고 여름이 왔다 할 순 없지만 우리 사회 패러다임이 바뀌는 시대엔 굉장한 기회일 수 있다. 췌장암 진단 도구를 4천여번의 실험을 통해 발견한 15살 소년이 우리에게 이야기 한다. “모든 문제에는 해답이 있다. 열정을 갖고 찾기만 하면 된다. 여러분이라고 안 될 이유가 어디 있나요?”

남도의 시간이 왔다. 999년을 지켜온 남도! 이제 새천년 새 미래를 열어가기 위해 희망의 날개를 펴자. 우리 모두 함께 꿈꾸고 지혜를 모으고 열정을 발휘해야 할 때다.

떠나는 2017년! 돌아오는 2018년! 힘내자 전라도, 파이팅 남도인!
 

"광주전남 지역민의 소중한 제보를 기다립니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남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