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즈아! 공정한 경쟁, 희망을 주는 호남 정치

<무등산 자락에서>

가즈아! 공정한 경쟁, 희망을 주는 호남 정치
<정용식 남도일보 상무>
 

38명의 목숨을 앗아간 밀양 화재 참사로 인해 기쁨을 나눌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는 아니지만 22살 자신감 넘치는 청년 때문에 대한민국은 며칠 동안 들썩였다. 테니스의 황제 ‘로저 페더러’를 만나 준결승에서 발바닥 통증으로 기권했지만 전 세계 랭킹 1위를 무너뜨리고 한국인으로선 처음으로 테니스 메이저대회 4강까지 올랐다.

정현의 자신감 넘치는 배짱과 근성, 역경을 이겨내고 살점까지 패인 발바닥이 보여주듯 피나는 노력을 통해 정정당당하게 이룬 결과에 ‘너 때문에 행복했다’라며 열광했고 ‘언젠가는 메이저대회 우승까지 하겠구나’라는 희망을 보았기에 전국민이 감동하였던 것이다.

제천 화재 참사에 이은 밀양 참사는 ‘안전불감증’과 ‘안전후진국’ 극복이라는 국가적 과제를 던지며 향후 논란이 예상되지만 현재 우리사회를 떠들썩하게 정치쟁점화된 3대 빅뉴스가 있다. 10여일 앞으로 다가온 평창올림픽, 가상화폐, 적폐청산과 이명박 구속이다.

북핵문제로 위기에 내몰렸던 평창올림픽이 북한의 참가로 세계적 이목 집중엔 성공했으나 ‘평화올림픽이냐? 평양올림픽이냐?’며 논쟁이 되고, 올림픽 최초 남북한 단일팀 문제까지도 ‘공정성’을 문제로 젊은층에서는 반대가 많다는 보도를 접할 때는 격세지감을 느낀다.

취업절벽과 청년실업에 내몰려 미래 희망을 상실한 젊은이들이 일확천금을 꿈꾸며 투기광풍을 일으켰던 ‘가상화폐’는 정부의 규제정책과 거래실명제 실시로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다. 공정하지 못한 사회에서 그나마 희망을 찾는 탈출구로 인식했는데 그 꿈마저 추락시킨다고 생각하여 대통령 지지도에까지 영향을 미치니 정치집단도 논쟁에 편승 우리사회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촛불혁명으로 촉발된 적폐청산의 꼭짓점, 적폐의 뿌리로 인식된 이명박 전 대통령의 구속여부다. 이미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되었다 하니 가능성은 높아졌지만 그간 대형비리의혹을 비켜간 법꾸라지라는 세평에다, 정치보복이라며 쟁점화하는 야당이 있기에 이 또한 지켜볼 일이다.

대형참사 문제와 쟁점화되고 있는 빅뉴스들은 대한민국의 미래를 어떻게 만들어갈 것인지와 연계된 중대과제다. 함께 머리를 맞대 풀어나가야 할 사회적 숙제임에도 정치적 공방만 계속되고 있는데, 4개월여 앞 선거가 가까워질수록 더욱 진영논리로 정쟁화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안타깝다.

우리 청년들은 여전히 ‘헬 조선’을 외치고 ‘금수저, 흙수저’의 수저계급론에 비애하며, 비정규직이니, 갑질문화니, ‘호모 인턴스’니 하며 양극화 심화에 분노하고 있다. 불황과 양극화의 늪은 미래에 대한 희망의 끈을 발견하지 못한 채 결국 가상화폐라는 투기장으로 젊은이들을 내몰았다. 젊은이에게 ‘꿈’과 ‘희망’이라는 단어대신 ‘공무원’과 ‘대기업’의 단어만 남아있는 사회가 되고 ‘투기’가 그 사이를 비집고 들어간 것이다. 한국사회 공무원 열풍에 대해 ‘활력을 잃고 몰락하는 사회의 전형’이라고 경고하는 목소리까지 들린다.

어떻게, 여기까지 와버렸는가? 비단 우리사회만의 문제는 아니겠지만 적어도 지난 10년 보수정권 하에서 공정하지 못하고 정의롭지 못한 국정운영과 정책집행을 통해 양극화를 심화시키고 불공정한 경쟁으로 젊은이들의 꿈과 희망을 빼앗아 가는데 한몫했다는 데에는 이견이 없을 것이다. 공정한 게임의 룰을 정하고 기틀을 세워 노력하는 젊은이들이 희망을 가질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것은 이제 절체 절명의 과제가 되었다. 왜, 젊은이들이 정유라에 분노하고, 남북단일팀에 반대하며, 금수저론에 비애를 느끼며, 정현 선수의 선전에 환호하는가? 그 핵심에는 ‘공정성’이 있다. 그 반대엔 ‘노력해도 희망이 없다. 앞날이 보이지 않는다’라는 것이다.

선거가 가까워지고 있다. 호남은 벌써부터 그 열기가 뜨겁다. 어찌 보면 생동감 있고 활기차서 좋지만 우려했던 현상들이 고개를 들고 있다. 힘의 균형이 무너진 독과점 구조에서 ‘묻지마 투표’를 요구하고 있다. 후보들의 쏠림 현상이 나타나고 공천을 대가로 하는 돈다발들이 전달되었다는 충격적인 보도까지 벌써 나오고 있다. 

호남 민심 운운하지만 그 속에는 정치적 소신이나 시민들은 안중에도 없는 듯하다. 시민을 위한 정치도, 그 책임을 다할 필요성도 느끼지 않기 때문이다. 개개인의 정책과 능력, 노력보다는 대통령 지지도에 편승하고 줄서기를 잘하는 것이 유리하기 때문이다. 자칭 ‘금수저’임을 자랑스레 내보이고자 하는 후보들이 넘쳐난다. 호남 정치가 과거로 회귀되는 듯 보이는 것은 나만의 생각일까? 

현명한 호남유권자들이 어떤 선택을 할 지 지켜볼 일이지만 지방분권시대, 지역경제 활성화와 좋은 일자리를 통해 머무는 광주를 만들 호기를 놓쳐서는 안 될 일이다. 호남정치가 도약할 것인지, 과거로 회귀할 것인지 그 기로에 서 있는 것이다. 호남의 낙후, 차별만을 떠들것이 아니라 공동체의 비전을 위해, 지역발전의 큰 그림을 가지고 함께 지혜를 모으고 힘을 결집해 갈 수 있는 정치인들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

지금 우리사회는 ‘공정한 게임’에 목말라 있다. 노력을 통해 희망을 일구는 정현 선수에 열광하는 2018년의 투표결과가 더욱 궁금해진다. 금수저라고 자랑하는 후보보다 흙수저로서 시민을 중심에 두는 그런 지역 정치인들이 호남정치의 중심에 있었으면 한다. 공정한 경쟁이 희망이 되는 그런 사회, 발바닥 상처투성이 정현 선수의 당당함이 감동스럽다. 늘 그렇듯이 위기와 기회는 공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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