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제와 노동운동의 방향

최저임금제와 노동운동의 방향

<문정현 법무법인 바른길 대표 변호사>
 

새로운 정부가 최저임금을 대폭 인상하기로 결정하고 새해부터 이를 시행하였다. 이와 같은 결정이 소상공인과 영세자영업자의 경제활동을 위축시키고 결국 취업난을 불러일으켜 우리 경제의 발목을 잡게 될 것이라고 우려하는 일부 여론이 있는 것 같다. 그와 같은 우려가 전혀 설득력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지나친 과장이고 편향된 문제의식에서 비롯된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

최저임금제는 국가가 노·사간의 임금결정과정에 개입하여 임금의 최저수준을 정하고, 사용자에게 그 이상의 임금을 지급하도록 강제하는 제도이다. 이를 통하여 임금생활자의 최저소득을 보장하여 수준 이하의 노동조건이나 빈곤을 없애고, 임금생활자의 노동력 착취를 방지하는 한편 소득 재분배를 실현하는 데 그 목적이 있다. 이 제도는 19세기 말 최초로 등장하였는데, 1928년 국제노동기구(ILO International Labour Orgnization)가 ‘최저임금 결정 기구의 창설에 관한 조약’을 비준하고 보급에 힘써 세계공황 이후 각국에 널리 보급되었다.

최저임금은 국가의 사회·경제적 여건과 물가상승률, 경제성장률, 국민의 소득수준과 생활수준 등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임금노동자의 최저 수준을 보장하고 인간다운 생활을 공유할 수 있도록 결정되어져야 한다. 나아가 이를 통하여 임금노동자의 노동력에 대한 평가가 공정하고 합리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함으로써 노동력의 착취가 없는 사회를 만드는 기준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특히 국가의 경제력은 중요한 기준이다. 그와 같은 관점에서 이번 최저임금의 대폭적 인상이 노동자에 편향된 잘못된 결정이라고 할 수 있을까?

소상공인과 영세자영업자의 경제활동이 최저임금의 인상만으로 무너져내린다면 이는 우리 경제의 체질적 구조의 문제라고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소상공인과 영세자영업자의 경제활동을 신장하고 개선하는 것은 최저임금의 인하가 아닌 또 다른 효율적이고 종합적인 개선책을 제시하여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빈부격차가 날로 심해지고 가난의 대물림이 우려되는 우리 사회에서 최저임금의 합리적인 인상은 아무리 강조해도 과하지 않다. 모든 사람은 평등하고 인간다운 삶을 추구할 권리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모든 인간의 노동에 대한 가치를 합리적인 이유도 없이 극심하게 차별하는 것은 휴머니즘에 반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제 최저임금제의 제도적 취지와 정신을 새기면서 우리의 노동현실을 되돌아 보자. 모든 노동자의 노동에 대한 평가가 합리적인 이유 없이 극심한 차별을 받고 있다면 이 또한 부당하고 정의롭지 못한 것이다. 그런데 우리의 노동운동을 바라보면서 도대체 이해할 수 없는 것이 있다. 노동운동의 근본적 방향전환이 필요하다고 느끼는 것이다.

대기업의 노동자들은 매년 임금인상투쟁을 하고, 파업을 연례행사처럼 강행한다. 그와 같은 노동자들의 투쟁에 이의를 제기할 생각은 전혀 없다. 다만 대기업의 하청을 받아 일부 부품을 생산하는 중소기업에서 일하는 노동자의 임금은 합리적이라고 생각하는지 그들에게 묻고 싶은 것이다.

노동자의 노동운동은 대기업 노동자의 삶을 개선하는 데에만 혈안이 되어서는 안되고, 어렵고 힘든 이웃 노동자의 삶도 되돌아보고 함께 삶의 질을 개선하자는 데 힘을 모아야 하는 것이라고 믿고 있다. 예컨대 자동차 제조회사는 모든 자동차 부품을 생산할 수 있고, 모든 부품을 생산해도 된다. 그런데 그 중 일부 부품(문짝이나 휀다 등등)의 생산은 중소기업에 하청하여 생산하게 하는데, 만약 대기업에서 직접 생산하였더라면 고액의 급여를 지급하였을 것이나 중소기업에서 생산하는 근로자에게는 대기업의 30%에도 미치지 못하는 급여를 지급하고 있는 현실이 타당하냐는 것이다.

대기업 노조는 이제 그들이 생산해야 할 일부 제품을 하청받아 생산하는 노동자들의 삶에 진심어린 애정과 관심을 가져야 한다. 그들을 위한 구호를 빠뜨려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내년에는 대기업 노동자들이, 대기업 노조가 그들 기업의 하청을 받아 일부 부품을 생산하는 노동자의 최저임금이 그들이 지급받은 임금의 70%에 미칠 때까지 함께 투쟁하겠다고 선언하는 목소리를 듣고 싶다. 한낱 꿈이런가?
 

"광주전남 지역민의 소중한 제보를 기다립니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남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