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인상, 어떻게 볼 것인가?

최저임금 인상, 어떻게 볼 것인가?
- 정부에 대한 신뢰회복과 정부의 적극적인 물가관리대책 필요
- 광주형일자리가 중요한 해결책으로 등장
<신현구 광주경제고용진흥원장>
 

“최저임금 인상으로 힘드냐고요? 꼭 그렇지도 않아요. 좀 더 준다니까 더 열심히 해주고 있거든요. 그리고 최저임금인상으로 종업원들의 월급이 올라가면 소비가 늘어나고 그러면 결국 우리 같은 가게 매출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해요. 좀 믿고 기다리면 될텐데 왜들 난리들인지 모르겠어요.”

지난 주 목요일 오후, 광주전남중소벤쳐기업청과 광주경제고용진흥원이 함께 수완지구의 상가를 돌며 ‘일자리 안정자금’ 신청을 홍보하는 캠페인을 하다가 만난 어느 음식점 사장님이 한 말이다.

정부는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소상공인이나 영세중소기업의 인건비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일자리 안정자금을 지원하고 있다. 대상은 30인 미만 기업으로 사업주가 월 보수액 190만원 미만 근로자를 1개월 이상 고용하고 최저임금을 지키면 1인당 월 13만원을 지원한다. 190만원이 넘더라도 초과근무수당이나 식대 등이 포함된 경우라면 대부분 지원대상이 되니까 근로복지공단에 상담해 볼 필요가 있다.

한국은행은 올해 최저임금 인상으로 저임금 근로자가 많이 종사하는 업종에서 임금을 상당폭 올리는 효과가 있어서, 수익성이 낮은 기업을 중심으로 고용이 소폭 감소하더라도 경제 전반으로는 민간 소비가 확대되고 경제성장률이 상승하는 효과가 날 것으로 분석했다.

그런데 새해 벽두부터 물가 오름세가 심상치 않고 최저임금 인상의 부작용이 예상보다 커질지 모른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햄버거, 커피, 주먹밥, 샌드위치, 콜라 등 음식료업체들이 제품 가격을 대폭 올렸다. 지난해 가격을 올리려다가 정부의 전방위적 압박으로 인상 계획을 철회했던 치킨 가격도 또다시 들썩이고 있고 공공요금마저 들썩이고 있다. 서울 압구정동 현대아파트는 최저임금 인상 등을 이유로 직접 고용 중이던 경비원 94명을 해고하고 용역업체를 통한 간접 고용으로 전환했다. 물가가 오르고 해고가 늘어나면 최저임금 인상을 통해 가계소득을 늘리겠다는 정부의 소득주도 성장 정책이 물거품이 될 수도 있다.

무슨 정책을 시행하든지 긍정적인 효과와 부정적인 효과는 있기 마련이다. 정부는 부정적인 효과를 최소화하고 긍정적인 효과를 극대화시키는 노력을 한다. 따라서 국민들이 정부를 신뢰하고 일시적인 고통과 희생을 감내한다면 정책의 효과는 극대화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그렇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과거 보수 정권들이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그리고 서민들보다는 재벌이나 가진 자들의 편에서 정책을 펴왔던 것을 기억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새정부는 우리는 아니라고 말할 것이지만 실체(Reality)가 어떻든 국민들의 인식(Perception)에는 과거의 잔상이 많이 남아 있는 것 같다. 그렇다면 국민들이 정부를 신뢰하도록 더 소통하고 진정성을 보여주는 것은 정부의 몫이다. 물가가 급등하면서 당국의 개입을 요구하는 목소리는 커지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이렇다할 대책은 보이지 않는다. 평창동계올림픽과 각종 사건사고에 따른 생활안전 등에 우선순위가 밀려 있는 느낌이다.

최저임금 인상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물가관리이다. 물가가 오르면 최저임금 인상으로 명목임금은 올라도 실질임금은 오르는 효과가 없기 때문이다. 요즘 이상 한파에다가 설명절을 맞이하여 서민물가가 더욱 들썩이고 있어서 서민들의 시름을 더해주고 있다.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공공요금인상에 신중을 기하고 최저임금 인상을 하청업체로 전가하는 기업과 최저임금의 인상을 빌미로 가격을 인상하는 각종 프랜차이즈에 대한 감독을 강화해야 한다. 또한 통신요금을 비롯하여 소상공인들의 비용부담을 줄여줄 추가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한편으로는 최저임금 인상의 부작용을 해결할 대안으로 광주형일자리가 부각되고 있는데 이에 대한 지원과 확산이 필요하다. 그동안 광주형일자리의 실체 여부에 대해 말이 많았는데 다행히 엊그제 글로벌 의료기업인 ‘메드라인(Medline)’이 광주 빛그린산단에 1천억원 이상의 대규모 투자를 결정하여 전문 인력 및 청년일자리 350개가 생길 전망이다. 미국 일리노이주에 본사를 두고 있는 메드라인은 100년 전 ‘녹색 수술복’을 탄생시킨 연매출 10조원 규모에 이르는 글로벌 기업으로 지난해 미국 경제지 ‘포브스’ 선정 미국 비상장기업 32위에 오르기도 했다. 메드라인이 광주에 투자하기로 결정하기까지는 적정임금과 근로시간 단축을 기본으로 인간존엄의 가치를 최우선으로 둔 광주형일자리가 매력적으로 작용했다는 후문이다. 앞으로 유수의 전기차회사가 광주형일자리를 기반으로 빛그린산단에 대규모 투자를 검토하고 있어서 메드라인을 시작으로 빛그린산단이 청년 일자리의 요람이 될 전망이다.

정부가 근로자의 주거 및 의료복지에 대해 전폭적으로 지원함으로써 광주형일자리를 정착시키고 그 모델을 전국적으로 확산시킨다면,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한 부작용의 파고를 넘어 당초 의도했던 소득주도성장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광주전남 지역민의 소중한 제보를 기다립니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남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