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서 온 편지, 무슨 사연이?

동구, 40년 소식 끊긴 가족 찾아줘

캐나다에서 광주 동구청장에게 온 편지. /광주광역시 동구청
“소식이 두절된 자식들을 꼭 찾아주세요.”

광주광역시 동구가 40여 년 동안 소식이 끊긴 가족들을 서로 연결해주면서 감동을 주고 있다. 지난 7일 캐나다 소인이 찍힌 국제우편 한 통이 김성환 광주 동구청장 앞으로 도착했다. 편지 속 사연은 전처와 헤어진 후 캐나다 이민을 떠난 A씨(83)가 성인이 됐을 자식들을 만나보고 싶다며 행방을 수소문해 달라는 내용이었다.

A씨는 동구에서 성장기를 보내고 육군 통신장교로 베트남전쟁에 참전했다. 그는 전역 이듬해인 1979년 전처에게 6살 딸과 3살 아들의 양육을 맡기고 캐나다 이민 길에 올랐다. 그는 “아버지로서 두 자식에게 사죄를 구하고 유산을 상속해주는 것이 본인의 마지막 소원”이라며 “청장님께 첨부한 인적사항을 참고로 연락처를 꼭 알아봐 달라”고 호소했다.

이에 김 청장은 가능한 빨리 A씨 가족을 찾아볼 것을 지시했고, 수소문 끝에 이날 오후 현재 경기도에 거주하는 아들과 연락이 닿았다. 아들 B씨(44)는 전화통화에서 “40여 년간 생사를 몰랐던 부친의 소식을 듣게 돼 감개무량하다”면서 “광주에 거주하는 모친, 누님과 상의해 부친을 만날 시기와 방법을 정하겠다”고 말했다.

이 편지를 딸에게 전해주기 위해 구청에 들른 전처 C씨(79)는 “남편과 헤어진 후 억척스럽게 생활하며 두 자녀를 반듯하게 키웠다”면서 “나와는 남이지만 아버지의 정이 그리웠을 자녀들에겐 반갑고 기쁜 소식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김 청장은 “멀리 떨어져 서로를 그리워만하던 가족들이 만날 수 있는 길이 열려 다행”이라면서 “지역민의 행복이 지역의 행복이라는 마음으로 더욱 세심한 행정을 펼쳐나가겠다”고 말했다.


/정유진 기자 jin1@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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