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깃발-충무공 정충신 장군<23>-제3장 의주로 가는 길
이계홍의 역사소설 깃발

충무공 정충신 장군<23>-제3장 의주로 가는 길

“저 놈은 누구냐? 같은 패냐?”

나루터에서 강을 건너갈 배를 기다리는데 초소장이 다시 정충신을 불러세워 물었다. 나루터 한쪽에서 계속 이쪽을 훔쳐보는 한 장정을 보고 그가 소리친 것이었다. 몸집이 건장한 이십대 말쯤 되어보이는 청년이었다. 구레나룻이 턱을 감싼 데다 눈빛이 날카로워 범상한 모습이 아니었다.

초소장이 장정에게 손을 까딱해 보이며 자기 쪽으로 오라는 손짓을 했다. 장정이 오지 않고 한바탕 크게 웃었다.

“아시가루(싸움이 허락된 전투요원)상인가, 아니면 코모노(小者·잡병)인가.”

“나한테 묻는 건가?”

“그렇다.”

그러자 초소장이 주춤했다. 생판 모로는 자가 배짱좋게 서서 그의 신분과 계급을 따지는 것이 뭔가 격이 다르다는 것을 직감적으로 느꼈던 것이다. 계급장도 신통찮은 자가 설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 것 같아서 초소장은 조금은 뻘쭘 했다. 장정이 버티고 서서 물었다.

“내 죽 지켜보았다. 저런 조무래기에게서 무엇이 나온다고 옷을 벗기고 난리인가.”

“귀하는 누군가.”

“나는 추겐(中間)이다. 마침 바조(기마 무사 계급)의 무구(武具)를 끌어줄 조선인 호코닌(잡병 중 하나)을 징발하러 나선 길이다. 그런데 사고가 생겼다.”

“사고?”

“그렇다. 적정의 동태를 살피는 아시가루 한 명이 사라졌다. 아마도 길을 잘못들어 산중으로 빠졌거나 원주민에게 납치되었을 수 있다. 그 자가 죽지 않고 사라지면 적에게 생포돼 기밀을 누설할 수 있다. 그래서 진지의 명에 따라 가까운 병력을 조달해 아시가루를 찾으라는 명령이 떨어졌다. 한두 놈 챙겨서 나를 따르라. 산마을로 들어가 수색작전을 벌인다.”

“어느 군대인가.”

“나는 현지 용병이다. 현지 사정을 모르면 어떻게 전쟁을 수행할 수 있는가. 3대대 참모다. 빨리 나를 따르라.”

“여자가 있는가.”

산마을로 들어간다니 그가 호기심을 보였다. 왜군 종자들은 유독 여자를 밝혔다. 굶주린 만큼 그것은 먼저 해결하고자 하는 욕망이었다.

“그렇다.”

“쓸만한 여자들인가.”

“두 말하면 헛소리다. 일본 여자와 격이 다른 여자들이다. 도망가기 전에 이쪽 마을은 끝났고, 산마을로 들어가 징발해야 한다. 너희도 위안부가 필요하지 않느냐.”

초소장이 흡족하게 웃었다. 동의한다는 뜻이다.

“마을 사람들이 모두들 산으로 숨어들고 있다.”

“알았다. 나와 카세모노 한 놈이 따르겠다.”

초소장은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서둘렀다. 여자가 있다는 데야 지남철처럼 마음이 당겨들지 않을 수 없었다. 욕구를 얼마나 참아왔던가. 고향에선 마음만 먹으면 들판이나 갯가로 나가 떠도는 여자를 만나 마음껏 욕망을 채우고 씨를 뿌렸는데, 조선 여자들은 건드리기도 쉽지 않았을 뿐더러 욕망을 채우고 다시 다음날 찾아가보면 여자가 대청마루 들보에 목을 맨 상태로 축 늘어져있는 경우를 보았다. 다른 여자들은 어디론가 숨어버렸다. 그래서 여자 꼴을 보기가 힘들었다.

“너도 따르라.”

장정이 정충신을 향해 명령했다. 어느새 그가 주장(主將)이 되었다.

“저 자를 데리고 가야 한다. 요긴하게 써먹을 방도가 있다.”

장정이 다시 지시하자 초소장도 정충신에게 따르라고 눈짓을 했다. 왜병은 상대방에게 승복하겠다고 여기면 군말없이 밑으로 기는 기질을 갖고 있었다.

<저작권자 © 남도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김경태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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