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깃발-충무공 정충신 장군<24>-제3장 의주로 가는 길
이계홍의 역사소설 깃발

충무공 정충신 장군<24>-제3장 의주로 가는 길

“정찰병으로 앞장 서라.”

장정이 정충신에게 명령했다.

“나는 한양 가야 하는데요?”

“어차피 올라가는 길이다.”

“명령을 어길 시는 이 총알이 용서치 않을 것이다. 총알은 이백 보를 날아간다.”

초소장이 총을 흔들어 보이며 명토박았다. 장정이 의미모를 웃음을 충신에게 보낸 뒤 앞서 산속으로 들어갔다. 그 뒤를 정충신, 초소장, 카세모노가 차례로 따랐다. 나뭇잎이 모두 져서 산의 골격이 드러났으나 잡목과 소나무가 울창한 쪽은 어두컴컴했다.

장정이 갑자기 초소장과 카세모노를 앞질러 따돌리더니 바위를 타고 뛰어넘었다. 정충신도 바짝 그를 따라붙었다. 장정이 품에서 단검을 빼내 정충신에게 던져주었다. 충신이 그것을 집어 들자 장정이 빠른 목소리로 낮게 말했다.

“품에 품어라. 그리고 날 따라 행동해라. 그렇지 않으면 너도 나루터에서 본 시체처럼 당하게 될 것이다.”

눈치를 알아차리고 정충신이 고개를 끄덕였다.

“천천히 가라.”

바위 뒤쪽에서 초소장이 뒤따르며 외쳤으나 장정은 무시하고 여전히 걸음을 빨리하며 정충신에게 다시 일렀다.

“개죽음 당하지 말고 내가 하는대로 따르라.”

“알겠습니다.”

눈치 빠른 정충신은 상황을 알아차렸다. 이치전투에서 정찰병으로 활동할 때도 그랬다. 산 속에서 갑자기 왜병을 맞닥뜨렸을 때 순식간에 그를 해치웠던 일이 생각났다.

초소장과 졸개가 바위를 타고 내려오자 밑에 숨듯이 기다리던 장정이 순식간에 초소장에게 달려들어 그의 옆구리를 칼로 찌르고 바위 아래로 굴렸다. 반격의 기세를 주지 않는 급습이었다. 뒤따르는 카세모노가 조총으로 격발 자세를 취했으나 대신 정충신이 달려들어 그의 배에 단검을 찔러넣었다. 카세모노가 풀석 고꾸라지고, 고통 속에서도 다시 총을 들어 격발자세를 취하자 정충신이 재차 달려들어 그의 목에 칼을 찔러넣었다. 카세모노는 피를 콸콸 쏟더니 금방 숨이 끊어졌다.

“저 자 소지품을 챙기라.”

장정이 소리치고 저만치 바위 아래 굴러 떨어져서 아직 숨통이 끊어지지 않은 채 몸을 떨고 있는 초소장에게 달려들어 돌멩이로 두상을 내려쳐 박살내고, 장검과 조총과 소지품을 수습한 뒤 낙엽으로 덮었다. 정충신도 장정이 하는 그대로 뻗어있는 카세모노의 제복을 뒤져 소지품을 챙기고, 총을 수습한 뒤 낙엽으로 덮었다.

“따르라.”

두 사람은 말없이 산을 타고 넘었다. 그들은 산 밑으로 흐르는 강의 상류쪽으로 거슬러 올라갔다.

“저 자들이 무기 운반 햐쿠쇼(백성)를 징발하는 과정에서 마을을 쓸었다. 반항하는 남정네들을 모두 죽였다. 이 정도는 저들에 비하면 어린애 소꿉놀이다. 두려워 말아라.”

“저는 이치재 전투에서도 왜군 목을 베었습니다.”

정충신이 당당하게 대답했다. 자신도 그만한 담력이 있다는 표시였다.

“이치재전투? 거긴 권율장군이지?”

“그렇습니다.”

“그렇지. 여수 앞바다는 이순신 장군의 수군이고, 육지에선 권율 장군이지. 그래서 호남은 끄떡없다.”

“어떻게 아시나요?”

“알고 있지. 그런데도 임금이 흙먼지 휘날리며 도망을 갔다는데 알고 있느냐? 몽진(蒙塵) 말이다.”

승전보를 알리는 장계를 품고 길을 나선 정충신은 놀랐으나 다르게 말했다. 기밀을 말할 수 없는 것이다.

<저작권자 © 남도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김경태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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