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파·폭설에 혈액수급 바닥 ‘초비상’

광주, 4일 버틸 수준 불과

겨울방학 겹쳐 헌혈자 급감

설 연휴 겹친 2월엔 바닥 우려

“40~50대 중장년층 참여”당부

올 겨울 매서운 한파와 폭설 속에 헌혈자수가 급감, 혈액 수급에 비상이 걸렸다.

11일 대한적십자사 광주혈액원에 따르면 광주지역 혈액 보유량(지난 7일 기준)은 4.2일분에 불과하다. 적정 수준인 5일에 0.8일 가량 못 미치고 있는 실정이다. 이 가운데 특히 A형과 O형, AB형 혈액이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혈액형별 보유량은 ▲A형 4.8일분 ▲B형 5.1일분 ▲O형 4.8일분 ▲AB형 4.7일분으로 집계됐다.

이는 한파로 인해 야외활동이 줄어든 데다, 방학까지 겹치면서 학생과 시민들의 헌혈 참여도가 줄어들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실제 지난해 11월까지는 하루 평균 헌혈자 수가 500명 이상 유지됐지만 방학이 시작된 올해 1월부턴 하루 평균 468명 선에 불과하다. 설 명절이 있는 2월엔 이마저도 유지하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매년 계절·환경적 요인에 따라 혈액 수급이 매번 ‘들쑥날쑥’한 것이 문제란 지적이다. 헌혈에 참여하는 이들이 주로 젊은 층에 집중돼 있기 때문이다. 대한적십자사 혈액관리본부가 지난 2016년 조사한 국내 총 헌혈 건수는 286만6천330건이다. 이 가운데 10~20대의 헌혈은 209만2천888건으로 전체의 73%를 육박했다.

북구 운암동에 사는 대학생 김모(22)씨는 “헌혈의 집을 찾아 평소 정기적으로 헌혈을 했다”며 “하지만 최근 날씨가 너무 춥고, 눈까지 내리면서 헌혈을 하러 밖에 나갈 엄두가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현행 혈액 위기단계는 ‘관심·주의·경계·심각’ 등 4단계로 나뉜다. 하지만 이처럼 젊은 층들의 참여 여부에 따라 헌혈 수급의 ‘안정도’가 결정되다 보니 여름과 겨울 일정 시기가 되면 혈액수급에 비상이 걸리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더욱이 최근엔 베이비부머 세대 이후 출산율이 현저히 떨어지면서 10~20대 연령층 수는 갈수록 줄어들고 있는 추세다. 젊은 층에게 헌혈을 의존하는 현행 혈액수급 체제에 변화가 필요한 이유다.

적십자사 등 관계기관에서는 학교 및 군부대 방문, 길거리 시민들을 대상으로 하는 ‘전혈 이벤트’ 등 홍보 마케팅으로 다양한 연령층에 헌혈 동참을 호소하고 있지만 여의치 않는 것이 현실이다.

동구 충장로 헌혈의 집 관계자는 “항상 혈액이 여유로웠던 적은 없지만 요즘처럼 방학과 한파가 기승을 부리면서 급격히 줄어든 상태다”며 “10대~20대뿐 아니라 40~50대 중장년층의 헌혈 참여가 절실하다. 시민들의 많은 관심을 부탁 드린다”고 밝혔다.


/정유진 기자 jin1@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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