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도 농업 선구자 -25. 장성 윤영환씨>

25.‘명품 사과’ 장성 윤영환씨

도전 정신으로 재배 볼모지서 새 역사 만들어

도내 생산량 55% 차지…‘프리미엄 급’대접

郡, 특성화 사업 착수…농가 소득 향상 기대
 

윤영환(73)전 장성엔사과주식회사 대표는 불모지나 다름없는 척박한 환경을 극복하고 장성지역을 ‘사과 명문’으로 만들었다. /전남도 제공

전남 장성 사과의 명성은 우연이었다. 그가 대학 졸업 후 첫 사업(토건업)에서 쓴 맛을 보고 마음을 다잡기 위해 처가인 장성에서 여러 생각에 잠여 있을 무렵, 친구들이 “시골에 있으니 농사에 한 번 투신해 보게”하며 사과 묘목 500주를 보내줬다. 뜻밖이었다. 버릴 수도 없어서 재고 말고 할 것도 없이 처가의 산에 심었다. 지난 1972년의 일이었다. 6년째 첫 수확으로 21개를 땄다. 이듬해인 1978년부터는 사과가 꽤 많이 열렸다. 사과의 ‘ㅅ’자도 모르던 장성사과의 대부 윤영환(73)전 장성엔사과주식회사 대표의 입문기다.

■심은 지 6년째 첫 수확, 구박도 많았다=장성지역은 사과 주산지로 알려진 경북 청송이나 충북 충주에 비해 고온다습 등의 기후조건 때문에 사과농사에는 적당하지 않다고 했다. 처음 60도의 경사의 산에 무턱대고 사과나무를 심을 때 주위의 구박을 많이 받았다. 장성과 인연이 쌓이면서 일종의 오기가 발동했다. 배짱이 두둑했던 청년기였다. 윤 전 대표는 사과공부에 뛰어들고, 농업기술센터에 자문을 구했다. 사과는 대구지역에서만 재배되는 것으로 알던 시절이었다. 이렇게 장성읍 부흥리 산 113번지 일대는 장성 사과 ‘시배지’가 됐다. 새 역사가 만들어지고 있는 것이다.

현재 장성 사과는 특별한 위상을 가지고 있다. 선홍빛은 좀 덜하지만 더 달고 식감이 부드럽다. 다른 지역보다 늦게 수확하기 때문에 당도가 높은 것이다. 대부분의 경작지가 해발 100m 아래이기 때문에 겨울철이 다 돼서도 온도가 많이 내려가지 않고 일교차가 작은 까닭이다. 수종도 이런 점에 맞춰 만생종이 80% 이상이다. 또 봄철 가뭄 시기에 적당히 비가 내려준다. 해발 400m 정도에서 가꾸는 ‘경북 사과’는 상대적으로 일찍 수확해야 하기 때문에 색깔과 당분이 덜 든 사과를 내야 할 때가 있다고 한다. 이렇게 막상 시도해보니 장성은 사과를 키우기에 좋은 여러 조건을 가지고 있었다. 게다가 저장성도 더 나았다. 좋은 값을 받을 수 잇는 요인이었던 것이다.

윤 전 대표는 그 무렵 사과가 자신의 ‘천직’임을 직감했다. 그의 신념이 커감에 따라 장성 사과의 이름도 떠오르기 시작했다. 이웃들이 움직였고, 장성군에서도 사과를 주력 과수로 육성코자 보조금을 지원하며 신규 직재를 장려했다.

시장을 선점한 기존의 대구·경북지역 농가들과 달리 장성의 사과농가는 인터넷을 통한 직거래에 전력했다. 이름이 알려지면서 인근 광주의 수요가 커졌고 입소문으로 지금도 생산량의 70~80% 정도를 직거래하고 있다. 가격도 경매시장보다 20~40% 더 높이 받는다. ‘프리미엄 급’대접을 받는 것이다.
 

윤 전 대표가 농장을 방문한 농민들에게 사과 재배 요령을 설명하고 있다. /전남도 제공

■도내 사과 생산량 55% 짓는 장성사과 대부=지난 2016년말 기준 170여 농가가 210㏊에서 사과농사를 짓는다. 2016년 4천여t을 수확했다. 처음 영농조합을 이끌던 윤영환 전 대표를 중심으로 140여 농가가 모여 전남도와 장성군의 도움을 받아 주식회사를 만들었다. 2015년까지 윤 전 대표가 회사를 이끌었다. 뜻이 잘 맞는 이들의 모임이어서 보람도 크다고 윤 전 대표는 늘 동료들에게 고마워한다. 전남도내 사과 생산의 55% 정도가 장성 산(産 )이니 사과에 관한 한 ‘장성 사과’의 힘은 세다.

윤 전 대표는 사과 농사도 많이 지었다. 한 때는 4.9㏊(1만5천평)에 달했다. 사과과수원 상당 부분이 새로 짓는 고속도로에 편입돼 면적이 줄었다. 지금은 사위와 함께 1.6㏊(5천평) 가량을 가꾼다. 농사도 줄이고 대표 직책도 내려놓아 시간을 좀 낼 수 있게 됐다. 이제는 후배 농업인들을 위한 교육과 컨설팅에 신경을 많이 쓴다. ‘젊은이들이 더 잘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돕는 일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한 전문가는 사과뿐만 아니라 어떤 작목도 일장일단이 있다는 것을 장성 사과의 사례를 통해 알게 됐다고 말했다. 최적지는 아니지만 여러 조건을 장점으로 활용하는 지혜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장성의 ‘성공’으로 이웃 곡성에서도 사과농사가 활발해지고 있다. 새로운 시도에 주저하지 않았던 윤 전 대표의 과단성과 노력이 장성을 넘어 전남의 농업에 큰 자양분이 됐다는 설명이다.
 

전남도내 사과 생산의 55% 정도가 장성 산(産 )이니 사과에 관한 한 ‘장성사과’의 힘은 세다. /전남도 제공

■장성군 ‘문자 사과’로 부가가치 높인다=이런 가운데 ‘장성 사과’의 부가가치를 높이기 위한 특성화 사업도 이뤄진다. 장성군은 올해부터 사과에 문자를 새겨 농가 소득을 높이는 ‘문자 사과’ 사업을 추진한다.

문자 사과는 하트 문양, 기업 로고, 합격 문구 등을 넣은 사과를 말한다.

장성군은 사과에 ‘합격 기원’ 등의 문자를 새겨 수학능력시험 전에 판매하거나 특정 기업체의 명칭과 로고를 새긴 홍보용 사과를 생산해 판매할 경우 일반 사과보다 높은 가격에 판매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또 문자 사과 생산 농가와 지역 기업체를 연계해 계약판매 시스템을 구축할 경우 ‘상생의 지역 네트워크’ 구축 효과도 함께 거둘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장성군은 사과 재배농가를 대상으로 문자 사과 생산을 돕기 위해 다양한 종류의 ‘문자·문양 스티커’를 제작해 지원할 방침이다. 상품 가치 극대화를 위해 낱개 단위 소량 포장재와 캐릭터 포장재도 함께 개발해 소비자들의 구매력도 높일 예정이다.

/안세훈 기자 ash@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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