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혼 명절증후군’에 노부모는 아프다

설때 찾아온 자식들 떠나자

공허함에 불면증·식욕저하

손주 보기·음식 장만 등 겹쳐

우울증·근골격계 질환 앓아

“주기적 안부 전화 등 관심 중요”

#.중년 주부 박모(61)씨는 명절 연휴가 끝나기 무섭게 병원을 찾았다. 명절 내내 음식준비와 상차림, 친지들 맞이와 뒷정리 등에 힘을 쏟은 탓에 허리와 무릎에 통증이 찾아왔기 때문이다. 박 씨는 오랜만에 보는 자식들의 고생을 덜어주고자 이른 새벽부터 장을 보고 음식 장만도 미리 해놓는 등 눈코 뜰새 없이 명절을 보냈다. 또 오랜만에 보는 손주들을 돌본 것이 화근이었다.

#.자녀를 모두 출가시킨 노모(65)씨는 지난 명절 연휴가 꿈만 같다. 불과 몇일 전까지만 해도 자식과 손주들로 북적거리던 집안이 유난히 휑하게 느껴진다. 연휴 이후 느껴지는 공허함과 더불어 불면증에 시달리고 식욕도 떨어져 끼니까지 거르기 일수다. 답답한 마음에 병원을 찾은 노 씨는 ‘노인 우울증’진단을 받았다.

이처럼 가족, 친지들이 북적이던 명절을 보낸 이후 ‘황혼 명절증후군’을 호소하는 노년층이 증가하고 있다. 명절 전부터 시작된 가사노동과 손주 육아까지 겹치면서 근골격계 질환에 시달리기 때문이다. 명절증후군이란 명절을 전후해 두통, 요통, 근육통, 만성피로, 우울증, 불면증 등 신체적·정신적 증상이 나타나는 현상을 말한다. 흔히 주부들이 앓는 고질병으로 알려졌지만 최근에는 노부모까지 확대되는 추세다.

20일 취업포털 사이트가 조사한 명절 스트레스 설문결과에 따르면 전국 성인남녀 66.3%가 명절 전후로 스트레스를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이런 스트레스는 비단 젊은 사람들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노년층의 경우 오랜만에 찾아온 아들, 며느리 손자들이 돌아가고 나면 공허한 마음에 스트레스를 받아 우울증에 빠지기 쉽다. 특히 노인 우울증이 위험한 것은 젊은층과 달리 본인의 치료 인지 부족 등으로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러한 노인 우울증은 적적함과 함께 불면증, 식욕저하, 몸살 등 직접적인 신체적 증상으로 나타난다.

여기에 노년층은 척추와 관절 등에 퇴행이 진행되는 시기이기 때문에 가사노동도 큰 부담감으로 작용한다. 음식장만, 뒷정리, 육아 등 짧은 명절기간 집중된 가사노동이 큰 후유증으로 다가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황혼 명절증후군 예방법으로 가족들의 관심을 강조했다.

광주 상무지구 아름다운 한의원 송승연 한의사는 “황혼명절증후군의 경우 공허함을 환기시킬 수 있도록 가족들의 관심과 보살핌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사회적 활동이나 긍정적인 마음으로 삶에 대한 의욕을 되찾도록 도와주는 것도 필수”라며 “신체적 후유증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몸을 따뜻하게 하는 유자차나 생강차 등을 섭취하거나, 온찜질과 반식욕 등을 통해 근육을 이완시키고 피로를 푸는 것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정희윤 기자 star@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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