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보현&실비아올드미술관, 4월 20일까지 김보현 기획전

작은 캔버스 위에 펼친 자유를 향한 외침

김보현&실비아올드미술관, 4월 20일까지 김보현 기획전

‘헐벗은 남자의 꿈’ 주제…소품 연작 시리즈 60여점 출품
 

김보현 작 ‘헐벗은 남자의 꿈’

“소품은 시 같고, 대작은 소설 같아요. 저는 모든 예술작품이 시와 소설이 들어있지 않으면 좋은 작품이 아니라고 믿고 있습니다.”

작품을 단지 캔버스 위에 그려진 그림이 아닌 작가의 마음을 전하는 한편의 이야기로 여겼던 김보현(1917~2014) 화백은 수백 편의 시와 같은 소품들을 남겼다. 그 소품들 속에 펼쳐진 인간과 동물, 자연의 풍경들은 그가 평생 추구했던 꿈과 같은 환상의 세계를 구성하는 하나하나의 요소가 됐고 소품 속에 표현된 다양한 이미지는 그가 평생 추구하고자 한 아름답고 진실된 예술의 정체성이자 자유를 향한 상징들이다.

조선대학교 김보현&실비아올드미술관에서는 4월 20일까지 김보현 화백의 소장품 기획전 ‘헐벗은 남자의 꿈’전을 연다.

이번 전시는 김 화백이 교수로 재직했던 조선대학교에 기증한 300여 점의 작품 중 쉽게 다뤄지지 않았던 1990년대 신표현주의 시기에 해당하는 소품 연작 시리즈 60여점을 선보인다.

1980년 중반 이후부터 시작되는 신표현주의 시기에는 이전의 추상표현주의나 사실주의에 비해 작가 자신의 생각과 감성, 과거와 현재의 삶이 반영돼 나타나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특히 자신의 기억 속 회한이나 정신적 갈등으로부터 벗어나 동·식물과 같은 자연의 요소들이 하나의 공간에서 경계되지 않고 인간과 함께 공존한다. 작품 속 등장하는 호랑이, 코끼리, 표범, 말, 물고기 등의 동물들은 과거 고향의 기억과 인도, 네팔, 남미 여행에서 만났던 동물들의 이미지이다. 여러 종류의 새와 꽃 이미지는 김보현과 실비아올드가 20여년을 넘게 자식처럼 기른 앵무새 찰리를 비롯해 시골집에 있었던 공작새, 매 등 삶에서 함께 해 온 꽃, 식물의 이미지들이다. 자식이 없는 김 화백에게 있어 동물과 식물들은 그가 보살펴야할 가족과 같았다.

김보현&실비아올드 미술관 관계자는 “이번 전시는 김보현 화백이 작은 캔버스 위에 펼쳤던 자유를 향한 순수했던 예술세계를 조명하고자 한다”며 “그가 작품 안에서 자유를 위한 노정에 어떤 방법으로 자연과 인간을 풀어냈는지 감상하고 그의 에너지와 상상력의 자유로움을 함께 유영하다보면 김보현의 이상향, 환희의 낙원을 함께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보현 화백은 1917년 경남 창녕에서 태어나 1937년 일본 태평양 미술학교에서 수학, 1946년 조선대 예술학과를 창립하며 첫 전임교수가 됐다. 이후 한국전쟁과 좌·우익의 정치 이데올로기로 고초를 겪은 뒤, 1955년 미국으로 건너가 일리노이 주립대학 교환교수로 근무했다. 1957년부터 뉴욕으로 이주해 미주 한인 1세대 화백으로서 예술활동을 지속하며, 대외적으로 다수의 전시를 열었다.

2000년 모국의 후학들을 위해 400여점의 귀중한 작품을 기증하며 2011년 자신과 그의 동반자이자 동료 예술가의 이름을 딴 ‘김보현&실비아올드 미술관’이 개관됐다. 또한 뉴욕 맨하튼 이스트빌리지에 ‘실비아올드 앤 김포 아트 갤러리’를 설립하며 두 작가의 작품세계를 지속적으로 소개하고 있다. 백살까지 살아서 100세에 개인전을 열고 싶어 하던 작가는 2014년 심근경색으로 향년 98세의 나이로 별세, 구겐하임 뮤지엄에서 장례식이 진행됐다.
/정세영 기자 jsy@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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