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 끄기도 바쁜데…” 개 잡는 소방관들

출동 50% 이상 생활민원

고양이·쥐·뱀 포획부터

문 개방·고드름 제거 등

업무 폭증…벌레 신고도

중대사안때 인력공백 우려

“민원처리 개선 방안 필요”

광주 북부소방서 대원이 지난달 13일 광주 북구 양산동의 한 아파트에서 며칠 전 내린 폭설이 녹으면서 생긴 고드름을 제거하는 모습. /광주 북부소방서 제공
광주광역시 소방관들은 두 번 중 한 번꼴로 멧돼지를 비롯한 동물 포획을 하는 등 생활안전 출동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동물포획 등 요청에 따른 출동이 갈수록 늘어나면서 인명구조와 화재진압에 주력해야 할 소방관들의 업무 경감을 위해 대안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7일 광주광역시 소방안전본부에 따르면 지난해 잠금장치 개방과 안전조치, 자연재해, 동물포획 등 요청을 받고 소방대원이나 구조대원들이 출동한 횟수는 모두 9천807건이다. 이는 연간 총출동 건수 1만7천271건의 56.7%에 해당하는 것이다.

그중 동물 포획 요청이 5천106건으로 가장 많았다. 요청 받은 동물은 고양이가 875건, 개 765건 순이다. 뱀과 멧돼지 포획을 위한 출동도 각각 155건과 23건이나 됐다. 조류나 쥐, 바퀴벌레를 포함한 곤충류 등을 잡아달라는 요청도 적지 않았다.

잠금장치 개방 신고를 받고 충돌한 경우도 1천656건에 달했다. 문 개방 요청이 838건으로 가장 많고, 신변확인 649건, 차량 113건 순이다. 안전조치를 하지 않아 확인해 달라는 신고도 1천356건이나 됐다. 전기와 가스, 상수도 장신구 제거 시설물 복구 등이다.

자연재해도 있었다. 특히 지난해 겨울 폭설이 녹으면서 생긴 고드름을 제거해 달라는 신고가 6건에 달했다. 지난 1월에도 폭설이 녹으면서 소방대원들이 연일 고드름 제거 출동에 나섰다. 보통 고드름 제거를 위해 로프를 이용해 접근하지만, 사다리차가 동원될 때도 있다. 드릴과 도끼 등을 이용해 제거한다.

소방관의 생활안전 분야 투입은 이미 지속적으로 문제가 제기돼왔다. 부족한 소방관 인력이 중요도가 떨어지는 곳에 집중하면서 실제로 중대사고 대처에 늦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12월 발생한 충북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때 119구조대는 고드름제거 신고를 받고 출동했다가 화재현장에 늦게 도착하면서 대형 참사를 막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소방당국 안팎에서는 화재진압과 인명구조 등에 대응하기도 충분하지 않은 소방·구조구급 인력의 업무 경감을 위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최근 국회에서는 대책 마련을 위해 의용 소방대와 생활 구조를 협업하고 화재 전담 인력과 생활 구조 인력을 선발부터 교육까지 따로 하자는 법안을 추진 중에 있다.

광주 한 소방서 관계자는 “골든 타임은 인명 피해와 직결되는 만큼 인간에게 미치는 위협이 크지 않은 한 동물구조나 벌레 신고는 자제해야 한다”면서 “생활민원 처리 차원에서 구조대원들이 가급적 출동하고 있으나 화재 등으로 인력이 없을 때는 지자체 담당 부서 등 관련 기관이나 단체에 업무를 이관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에서 논의는 하고 있지만 하루 빨리 동물 포획을 포함한 119생활 민원 처리 개선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임소연 기자 lsy@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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