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구급차 진입 못하는 아파트 지하주차장

주차장 입구 높이 2.3m 규정

119 구급차 2.4m 보다 낮아

응급환자 있어도 진입 못해

‘골든타임’ 놓칠 위험 높아

광주 동구 학동서 실제 발생

“40년 된 법 개정 필요” 지적
 

광주지역 소방서에서 운영 중인 구급차.
광주광역시 동구의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 입구.

A씨에게 지난 2월 1일은 씻을 수 없는 상처로 남았다.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아버지가 쓰러졌지만 구급차가 진입하지 못하면서 당초보다 병원이송이 늦어졌고, 결국 투병 끝에 돌아가셨기 때문이다. 상황은 이랬다. 광주 동구 학동의 한 아파트에서 아버지 B씨(74)와 함께 거주하는 A씨는 이날 오전 8시30분께 아버지의 병원 검진을 위해 집을 나섰다. 평소처럼 차를 타기 위해 지하주차장으로 내려와 차 쪽으로 함께 걷던 중 아버지가 갑자기 쓰러졌다.

A씨는 곧장 119에 도움을 요청했다. 119구급차는 신고한지 3분 만에 아파트 단지에 도착했다. 하지만 구급차가 지하주차장에 진입하지 못하면서 문제가 발생했다. 구급차 높이가 해당 아파트 지하주차장 입구보다 높아 진입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10분을 더 지체한 끝에 병원에 이송된 B씨는 이틀 뒤인 지난 3일 병세가 악화돼 결국 숨졌다.

이처럼 아파트 등 대형 복합건축물의 지하주차장 입구가 구급차보다 낮아 주차장에서 응급환자 발생 시 골든타임을 놓칠 위험이 크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1일 광주소방본부에 따르면 광주 지역에서 운영 중인 구급차는 총 30대다. 이 구급차들의 높이는 바퀴부터 천장까지 2m 40cm다. 환자 이송시 편의성과 약재함, 적재함 등 공간 확보를 위해 일반차량 보다 높게 설치됐다. 반면 신축 아파트를 포함한 건축물들의 지하주차장 입구 높이는 이보다 10cm 이상 낮은 2m 30cm다. 주차장법시행규칙(노외주차장의 구조·설비기준) 등 관련법상 주차장 출입구 높이를 주차 바닥면으로부터 2.3m 이상이면 충족한 것으로 명시하고 있어서다.

더욱이 실제 주차에 사용되는 부분의 높이는 주차 바닥면으로부터 2.1m 이상이면 가능하기 때문에 입구보다 더 낮은 경우도 많다. 사실상 소방기관에서 운영 중인 구급차는 지하 주차장으로 접근이 불가능한 셈이다. 화재, 심장마비, 골절 등 환자를 옮기기 어려운 응급상황을 지하주차장에서 맞이할 경우 무방비 상태에 놓일 수밖에 없다.

지역 한 소방관계자는 “긴급 출동을 하다보면 새 아파트들의 경우 지하주차장 입구가 낮아 구급차 진입이 아예 안되는 경우가 발생한다”며 “촌각을 다투는 상황에서 사고 현장까지 결국 뛰어가야 하는 데 구조에 어려움이 많다”고 말했다.

대형아파트 단지와 주상복합 건물 등은 다양한 사고발생 위험이 내재돼 있는 만큼 현실에 맞는 규정 마련이 시급하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최보은 건축사는 “지하주차장 높이 관련 규정은 1979년 8월부터 시행된 것으로 약 40년 동안 변화가 없다. 주거 및 피난층이 지상이라는 이유로 응급차의 지하주차장 진입에는 무관심한 상태다”며 “큰 건물의 경우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기 때문에 사고위험이 높고 건축 시대상황에 맞춰 법 적용이 필요하다”며 “건물 크기와 용도 등을 구분해 각 지자체에서 조례를 지정할 필요성이 있다”고 밝혔다.

/정유진 기자 jin1@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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