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산업의 위기와 광주의 미래

자동차산업의 위기와 광주의 미래

<김성진 호남대 교수>
 

한국 GM은 지난 13일 군산공장을 5월말까지 폐쇄한다고 발표했다. 지난 3년 동안 군산공장의 가동률이 20%대에 불과하여 공장운영이 어려울 것이라는 자동차 업계의 우려가 마침내 현실이 되었다. 2천여 명의 근로자들은 하루아침에 직장을 잃게 되었다. 협력업체와 전후방 연관 산업까지 고려하면 수만 명의 근로자가 일자리를 잃게 되고 지역경제는 침체될 것이다.

이번 GM 사태는 한국 자동차산업에 위기의 경종을 울려주고 있다. 지난해 우리나라 자동차 생산량은 411만4천913대로 2016년보다 2.7%가 줄었다. 2016년 인도에게 완성차 빅5 자리를 빼앗기고, 이제 7위인 멕시코와 생산격차는 4만대에 불과하다. 금년 말 새로운 통계가 집계되면 6위마저 위태로워 보인다. 위기의 핵심은 생산성이다. 자동차산업의 평균인건비는 지속적으로 상승하는데 비해, 생산성은 경쟁국가보다 한참 떨어진다는 것이다. 고비용 저효율구조를 바꾸지 않고서는 한국 자동차산업의 활력회복은 요원해 보인다.

광주도 최근 자동차산업의 부진으로 지역경제에 걱정이 많다. 군산의 GM 공장폐쇄가 남의 일 같지 않다. 자동차산업은 광주 제조업 생산액의 40%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지역 대표산업이다. 광주는 62만대 생산능력을 갖춘 제2위 자동차 생산도시이고, 자동차산업 종사자는 1만3천 명으로 고용률 22%를 차지하고 있다. 그런데 최근 2년 동안 한국 자동차생산량은 내수와 수출부진으로 감소하였다. 그 여파로 광주 지역 자동차산업도 위축되었고 어려움을 호소하는 협력업체들도 늘고 있다. 경쟁력 회복을 위해 지역사회 구성원들이 머리를 맞대야 한다.

광주는 몇 년 전부터 ‘광주형 일자리’를 통해 자동차산업의 경쟁력회복을 추진해오고 있다. 현대기아차 같은 국내외 완성차 공장을 지역에 유치하여 일자리를 창출하는 대신, 근로자는 기존 완성차 공장 정규직보다 낮은 수준의 임금을 받는다는 것이다. 소위 사회적 협약을 통해 ‘적정임금’을 산출하겠다는 것이다. 노사 간의 불신과 대립으로 점철된 한국 자동차산업의 현주소를 감안할 때 ‘광주형 일자리’ 모델은 환영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비판의 목소리도 없지 않다. 광주시의회를 비롯해 지역 노동조합과 과거 광주형 일자리 모델을 연구했던 일부 연구자들은 ‘실체 없는 사업’이라고 입을 모은다. 광주시의회에서는 “꿈 같은 미사여구만 보일 뿐 구체적인 실행방안을 찾기 힘들다”는 지적도 나왔다. 구체적인 연구 과정이나 사업 계획 없이 홍보에만 열을 올린다는 비판도 있다. 그리고 투자를 약속한 중국 ‘조이롱’ 자동차회사의 투자일정이 늦어지고 있는 것도 사업의 부정적 이미지를 더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이러한 지적으로 인해 광주형 일자리의 기본취지가 훼손되어서는 안 된다. 오히려 그 비판이 나온 배경을 잘 살펴서 보완해 나가야 할 것이다. 비판의 뿌리를 찾아 올라가면 광주형 일자리를 추진한지 4년이 다되도록 구체적인 사업계획과 전략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물론 근로자가 임금삭감을 받아들이고 기업이 노조의 경영권참여를 허용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 구체적인 목표와 전략이 제시되어야 한다. 광주형 일자리의 첫 단추는 투자의사를 가진 기업을 유치하는 것이다. 아무리 좋은 모델을 만들어도 기업의 관심을 끌지 못하면 헛일이다. 그래서 기업들이 선택할 수 있는 구체적이고 다양한 메뉴를 만들어야 한다.

한편 기업의 투자유치에 있어 또 중요한 요인은 산업생태계이다. 향후 자동차산업은 전기차와 수소차로 전환되어 간다고 한다. 친환경 스마트카 전용산단을 지정하여 전장분야와 경량화부품, 배터리 등의 핵심부품 분야에서 많은 국내외 기업들의 투자를 유치하는 한편, 역량 있는 지역 내 기업들의 투자를 집적화시킬 필요가 있다. 특히 중소기업을 위한 기술개발과 테스트베드 구축, 그리고 인력양성을 통해 선순환적 산업생태계를 조성해 나가야 한다.

현재 광주의 자동차산업은 전환의 기로에 있다.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미래가 달라질 것이다. 노사 간의 건전한 신뢰관계를 구축하고, 중앙정부로 부터의 지원과 협력을 이끌어 내고, 국내외 기업으로부터 투자를 유치할 수 있는 리더십이 절실하다. 광주가 친환경자동차 산업의 세계적 메카로 성장하여 젊은이들이 일자리를 찾아 모여드는 꿈의 도시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광주전남 지역민의 소중한 제보를 기다립니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남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