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재 없는 전통시장을 만들자

<황종철 전남 영암소방서 삼호안전센터장>
 

전통시장하면 어릴 적 어머니 손에 이끌려 저녁 찬거리를 사러 가서 이것저것 구경도 하고, 맛있는 음식들도 먹는 재미가 쏠쏠하던 곳이다. 사람들이 서로 왕래하며 서로의 안부를 묻기도 하는, 말 그대로 사람 사는 냄새가 나는 그야말로 옛 추억이 살아 숨 쉬는 곳이다. 하지만 낙후된 소방시설과 대형마트에 밀려 더 이상 활기를 잃어가는 곳으로 전락해 안타깝다. 그런 이곳에 지난번 큰 화재가 일어났다.

2016년 11월 조용한 새벽 2시 10분쯤 대구광역시 서문시장 4지구 상가에서 화재가 발생해 점포 830여 곳이 전소됐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당시 건물 안에 있던 경비원 2명이 구조돼 인명피해는 없었다. 화재가 발생하자 소방인력과 장비를 현장에 투입했지만 시장 특성상 의류, 침구 및 커튼 등을 파는 상가가 밀집해 있는 탓에 진화에 어려움을 겪었다.

이렇게 화재에 취약한 전통시장의 현재 상태는 어떠한가? 과거 전통시장을 점검할 때 느꼈지만 현재 우리의 전통시장은 대부분 시설이 노후돼 있다. 노후화된 전선이 노출돼 있고 가연성 물질들까지 골목마다 적재돼 있다. 점포와 노점상이 밀집해 통로는 극히 불량한 실정이다.

화재 발생 시 소방차 출입은 거의 불가능하다. 소방시설이 설치된 곳이라도 전선과 적재물로 막혀 있다. 소방시설이 있는 곳도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거나 상인들의 소방에 대한 인식개선이 필요한 부분이 많다. 이 모든 것이 화재 발생률을 높이는 원인이다.

그럼 우린 전통시장 화재를 예방하기 위해서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가? 첫째, 지자체가 나서 전통시장 현대화 사업을 통해 시설 개선이 필요하다. 현재 상당수 시장들이 현대화사업을 진행하고 있으나 아직 시작단계에 불과하다. 더 많은 예산지원과 관심이 필요하다. 이에 전남 영암소방서와 영암군 등 관계기관이 참여해 전통시장에 소화기와 단독경보형 감지기를 보급하고 전기·가스시설 점검과 화재예방 캠페인 등 안전한 전통시장 만들기 프로젝트를 추진해서 다행이다.

둘째, 적재된 물품들은 적당한 장소에 보관하고, 불필요한 좌판 등은 깔지 않아야 한다. 급격한 화재로 번지는 것을 막을뿐더러 소방차 진입을 원활하게 해 화재가 발생하더라도 신속하게 진압할 수 있다. 셋째, 법정 소방시설을 설치하고 지속적인 점검과 시설 유지를 통해 언제든지 소방시설이 작동할 수 있게 해야 한다. 또한 정기적인 소방시설 사용법 숙지와 교육을 병행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시장상인들의 주체적인 안전의식 개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화재는 예고 없이 찾아온다. 이는 철저한 대비가 필요한 이유이다. 전자에 언급한 대로 화재 위험요소들을 하나씩 제거해나가고 행정당국의 관심과 시장상인들의 안전의식 개선을 통해 우리 모두 안전한 전통시장을 만들어 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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