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8년생의 고난: 1998년, 2008년, 2018년

1968년생의 고난: 1998년, 2008년, 2018년

<형광석 목포과학대학교 교수>
 

지난 1월 어느 회의 석상에서 노동문제를 다루는 노무사를 만났다. 그는 문제를 노사 양 당사자의 처지에 서서 보려고 노력한다. 그가 젊다고 생각했는데, 1968년생으로 50대 초반이다.

이야기 중에 주변 친구들 모임에서 서로 안부를 물어보기가 조심스럽다는 말이 나왔다. 그 자리에 함께했던 1950년대 초반 출생자는 “고3생을 둔 수험생 학부모에게 ‘아이 수능 점수는 어떠해요?’라고 물으면 ‘징역 3년 형’이요, 대졸 청년을 둔 부모에게 ‘아이는 취직했는가요?’ 혹은 ‘아이는 결혼했는가요?’라고 물어보면 ‘징역 5년 형’이요, 초저출산 시대에 손자 자랑하면 ‘징역 10년 형’이지요”라고 말한다. 자녀를 둔 부모이면 누구나 겪을 일인 대학진학, 취업, 결혼, 출산, 양육 등이 친구 간에 서로 물어보기에 곤란한 말이 되었다.

68년생 노무사는 말한다. 10명 내외가 모이는 친구 모임에서 가족 이야기를 꺼내기가 매우 조심스럽다. 그런지가 5년은 더 되었다. 어느 날, 그 모임에 나오는 친구 중 절반이 독신으로 지낸다는 사실을 알았다. 가정에서 일어나는 소소한 일을 말하다 보면, 독신자인 친구들이 대화 중에 머쓱한 표정을 애써 짓지 않으려는 노력이 보였다.

왜, 나이 50이 넘도록 독신으로 지내지? 좌우를 살피는 노무사의 성품으로 보건대, 그의 친구들이 아주 똑 별난 사람은 아닐 텐데….

68년생이 성장한 시기를 살펴본다. 1968년과 1969년에 큰 가뭄이 들었다. 이제는 거의 사라진 말인 ‘한해’(旱害)가 막심했다. 1968년이면, 한국전쟁이 휴전한 지 15년이라 전쟁의 상처는 채 아물지 않았다. 거기에 한해로 배고픔이 심했다. 아뿔싸, 그들이 성장하여 사회에 진출할 시기인 1997년 11월 ‘IMF 구제금융’이라는, 한국전쟁 이후 최대 국난이라는 ‘외환위기’가 들이닥쳤다. 1998년 들어 멀쩡하던 직장이 사라지고, 일부 가정은 해체되어 이산가족이 되는 소용돌이가 심했다. 68년생은 경제활동 진입 초기에 엄청난 진입장벽을 만났다. 그 무렵에 결혼을 연기하고, 젊은 부부는 출산을 유예하는 모습이 적지 않았다. 그 참담한 결과로 짐작되는데, 2001년 우리나라는 합계출산율은 1.297로 1.30에도 미치지 못하는 ‘초저출산 국가’로 진입했다. 그해 출생아는 약 55만5천명으로 30년 전 1971년의 54.1% 수준이다.

68년생이 경제활동을 왕성이 할 시기인 40대 초반 2008년 9월에 미국발 ‘세계 금융위기’라는 강력한 파도가 들이닥쳤다. 그 와중에 2009년 1월 이른바 ‘쌍용자동차 사태’가 시작됐다. 2004년 10월 중국의 상하이차가 쌍용차를 인수한 이후 4년 만에 2009년 1월 법정관리신청을 하면서 대량해고가 발생했다.

한편 기술·노동집약적 성격이 강한 조선업종의 활황으로 고용위기가 여러 지역으로 퍼지지는 않았으나, 2016년 조선업이 ‘특별고용지원업종’으로 지정될 만큼 위기 상황에 부닥치면서 조선업이 밀집한 울산, 부산, 경남, 전남, 전북 등에서 소득창출능력이 저하되었다. 이에 더하여 2018년 2월 13일 제너럴모터스(GM)가 한국GM 군산공장을 5월 말까지 폐쇄하기로 함에 따라 전북지역의 일자리·소득 창출의 기반이 흔들리고, 그 영향은 GM 공장이 소재한 다른 지역뿐만 아니라 국민경제 전체로 확산할 전망이다. 최근 고용위기의 징후는 조선업과 자동차 부문과 같은 실물부문에서 촉발되었다는 점에서 앞선 1997년과 2008년의 금융부문에서 촉발한 위기와는 다르다고 하나, 개별 경제주체가 그 충격을 감내할 정도로 기초체력이 튼튼한지 살펴볼 일이다.

묘하게도 1968년생은 인생 도정에서 10년 주기로 1998년, 2008년, 2018년과 같은 경제적 공황(?)에 직면했다. 앞서 말한 노무사의 친구 중 절반가량이 독신생활을 하는 사회경제적 배경으로 이해된다. 음양오행으로 68년생은 재주 많은 황색 원숭이인지라, 중심을 잡고 잘 헤쳐 나아갈 천부적 재능을 지녔다고 봐도 무방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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