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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해남 전복 양식장을 찾아서

남도일보 연중 기획
전남미래, 섬·바다에 있다

청정한 어장…값나가는 ‘3년산 전복’으로 승부

3년산 전복 고가 불구 폐사율 높아 조기 출하 안타까워

수온상승·유통구조 악순환…어민들만 피해‘발동동’
 

전복 양식어가=2
박미광씨가 해남 송호리에 위치한 자신의 전복 양식장에서 사료인 미역을 주면서 어장을 정리하고 있다.  박씨는 이 곳에서만 30여년째 김과 전복 양식장을 재배하고 있는 고향지킴이다./김우관 기자 kwg@namdonews.com

<9> 해남 전복 양식장을 찾아서

최근 며칠 새 기온이 풀리면서 땅끝 바닷가에도 제법 봄을 재촉하는 훈풍이 불어온다. 하지만 지난 달 22일 찾은 해남 송호해수욕장 인근 바닷가에 자리한 송호리 어촌계의 전복양식장에는 아직도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을 연상케 했다.

해남군보건소 송호지소를 지나 50m 남짓 선착장에서 통통배를 이용해 10여분 정도 바다내음을 맡으며 들어가니 한눈에 전복양식장이 쏘~옥 들어온다. 기자가 현장을 찾았을 땐 박미광(48)씨가 바지선을 이용해 전복 먹이주기에 한창이다.

박씨는 고향인 이곳에서 15년째 전복 양식을 생업으로 삼고 있다고 했다. 이곳 송호리 어촌계 양식업자는 박씨를 포함해서 모두 50명이다. 전복양식장은 사각형을 1칸(2m40㎝×2m40㎝)으로 분류하는데 송호리 어촌계는 총 1만4천칸(44㏊)을 양식중에 있다. 이 가운데 박씨는 250칸(0.8㏊)을 분할받아 키우고 있다.

소득 차이 김 양식서 전복 전환

이 곳이 고향인 박씨는 원래 김양식을 12년간 했다. 하지만 면적이 협소한데다 전복 소득이 김 양식에 비해 10배 가량 높아 전작을 했다. 그러니까 박씨는 이곳에서만 30여년 가량을 양식업에 종사해 청춘을 받친 셈이다. 당시만 해도 가두리 양식이 힘이 들어 또래들이 하나, 둘씩 고향을 등졌으나 자신만은 고향을 지키겠다는 일념하에 묵묵히 바다를 지키고 있다면서 너털웃음을 짓는다.

전복은 10월 20일께 부터 다음해 3월까지 보통 입식을 한다. 어장이 싱싱한 해남지역은 3년간 키우는게 관례이지만 어장이 노후화된 완도는 적게는 1년에서 2년정도 키우고 있다. 이는 해남 양식장이 외향성 어장이기에 전복 성장은 지속되는 반면 폐사율은 되레 낮아지는 요인 때문이라는게 박씨의 설명이다.

전복 크기는 곧바로 소득으로 직결된다. 1년 정도 키운 전복은 1㎏당 15~40미, 2년산은 8~25미이다. 3년산은 6~15미 가량인데 1년산에 비해 값은 3~5배 가량 높게 유통된다. 이렇듯 가격 차이가 뚜렷함에도 어가들은 왜 3년을 채우지 못하고 조기출하 할까, 궁금증이 확 밀려왔다.

답은 간단했다. 우선 전복 자체가 연작에 민감한 특성을 갖는다. 그래서 어장이 노후화될수록 연작에 따른 성장이 더디고 덩달아서 폐사율 마저 높아져 생산성 저하 때문에 울며겨자먹기식으로 조기출하를 할 수 밖에 없다. 그나마 해남은 연작에 따른 피해가 인근 완도 어장에 비해 덜한 편이어서 3년 입식이 높은편이라고 한다. 어장환경 정비의 필요성이 여기에 있다고 박 씨는 목소리를 높였다.

해남 전복 어가(박미광)
봄기운 속에서도 양식장에는 제법 쌀쌀한 날씨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박씨와 인부들이 기중기를 이용해 전복 먹이주기에 한창이다. /김우관 기자 kwg@namdonews.com

더군다나 최근 몇년새 중국 수출 호조와 한류를 타고 중국 관광객들이 한꺼번에 밀려들면서 내수 소비도 호황을 누려 전복 값이 폭등하는 현상을 가져왔다. 하지만 이같은 호항도 잠시 사드여파가 전복시장에도 악영향을 미쳤다. 중국 정부가 한국행 단체 관광금지령을 내리는 한편, 시진핑 주석이 중국내 과소비 자제를 부추기면서 고가음식으로 분류되는 전복 소비가 급감하고 만 것이다.한마디로 사드여파는 전복 내수 소비와 중국 수출 급감 현상을 초래하는 바람에 한국내 전복시장 자체가 한순간에 얼어버린 최악의 상황으로 이어졌다.

또다른 악재는 바다 수온이 상승하면서 전복 폐사율이 해가 갈수록 점점 늘고 있다. 특히 지난해 폐사율이 급증하는 현상이 나타났는데, 전국 평균치가 40%가량 달했다. 불행히도 도내 대표 전복주산지인 완도·신안·고흥·진도 등 전남 해역은 전국 평균을 훨씬 상회하는 60%가량 육박해 양식어가들의 피해가 속출했다.

그나마 폐사율이 높았던 전남지역 가운데 해남은 전국 평균 이하인 30% 정도여서 가슴 한 켠을 쓸어내렸다고 박씨는 술회했다. 해남 폐사율이 이처럼 낮은 결정적 요인은 3년전 자체적으로 어장 재배치를 했기 때문인데, 많게는 폐사율을 5%까지 떨칠 수가 있다고 자신있게 말했다.

이런 내외적인 환경 탓도 중요하지만 시급히 개선돼야 할 요인은 유통 변혁을 가져와야 한다고 박씨는 목소리를 높였다. 과거에 비해 생산단가가 급증해 경쟁력 저하를 가져올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과거 300원 했던 치패 값이 최근 몇년 새에는 700원까지 치솟았다. 대신 폐사율과 인건비는 오른 반면, 수익과 직결되는 수익 마진율의 경우 한때 70%대 까지 올랐으나 최근에는 40%까지 떨어진 현실 때문에 그렇다는 얘기다. 이같은 유통상인들의 농간때문에 생산자인 어민과 소비자들만 봉으로 전락했다는 사실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어류도 생산이력제 도입 시급

그렇다면 양식어가들은 마냥 당하고만 있어야 할까. 자구책 마련이 시급하다. 육류에 도입된 생산이력제가 실시돼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어가 스스로가 소비자와 유통망을 개설해서 직거래하는 시스템을 어촌계 스스로가 만들어야 한다.

따라서 송호리 어촌계는 마을에 공동수조를 만들어 인터넷 판매와 함께 소비자들이 직접 마을을 찾아서 구매할 수 있는 판매망 구축에 나섰다. 과거처럼 기른데만 치중해서는 유통업자들만 배불리는 악순환 구조를 벗어날 수 없다는 주민들의 공통된 인식 때문이다. 한발 더 나아가 마을 어촌계를 중심으로 하는 공동판매망을 통한 소비자와 직거래 체계도 추진중에 있다.

박미광씨는 “수온변화, 어장 노후화, 어장재배치 등 환경적 요인에 대처하는 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어민들 스스로가 시대 흐름을 쫓는 지혜를 갖는 것도 절대 필요하다”면서 “미래 식량으로 성장 가능성이 높은 양식업 육성에 보다많은 정부 지원책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김우관 기자 kwg@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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