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에 부쳐 ; 이제 미래를 얘기하자

지방선거에 부쳐 ; 이제 미래를 얘기하자

-약점캐기 경쟁보다는 장점 경쟁, 과거세대보다는 미래세대를 얘기할 때

<신현구 광주경제고용진흥원장>
 

통계청이 지난 28일 발표한 ‘출생·사망통계 잠정 결과’에 따르면 2017년 국내외에서 사망한 한국인은 당국에 신고된 것을 기준으로 전년보다 4천800명(1.7%) 늘어난 28만5천600명이었다. 사망자 수는 통계가 명확히 남아 있는 1983년 이후 지난해 가장 많았다. 지난해 사망자 수는 최대치를 기록했지만, 출생아는 35만7천700명으로 통계작성 후 처음으로 40만명 선이 붕괴됨에 따라 인구 자연증가 폭도 크게 줄었다. 2017년 인구 자연증가 규모는 전년보다 5만3천400명(42.6%) 감소한 7만2천명으로 집계됐다. 인구 자연증가 규모는 1970년 관련 통계작성을 시작한 후 2017년이 가장 작았다. 특히 지난해 12월 출생아 수는 2만5천명인데 비해 사망자는 2만6천900명을 기록해 통계작성 후 처음으로 자연 감소(1천900명) 현상이 발생했다.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인구 자연감소의 신호탄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아울러 우리나라 총인구 감소 시점이 2032년에서 2028년 이전으로 당초 예상보다 4년가량 앞당겨질 것으로 추정된다. 합계출산율이 인구 예측 시나리오에도 없는 수준으로 급격히 떨어졌기 때문이다.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인 합계출산율은 2017년 1.05명으로 전년보다 0.12명 감소해 통계작성 이후 최저를 기록했다. 이런 추세라면 지구상에서 가장 먼저 없어질 나라가 우리 대한민국이 될 것이라는 예측이 현실화될 것 같다.

이렇듯 출산율이 세계 최저 수준을 기록하며 급격하게 떨어지는 배경에는 청년들의 일자리 문제가 자리잡고 있다. 청년들이 마땅한 일자리가 없어서 취업을 못하니까 결혼을 미루거나 못하고, 결혼이 늦다보니 출산적령기를 넘겨 출산이 더 어려워지는 것이 현실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청년실업률은 전년보다 0.1%포인트 오른 9.9%에 달했다. 이는 집계를 시작한 2000년 이후 최고치다. 특히 체감실업률은 22.7%까지 치솟았다. 청년 10명 중 2명 이상은 제 일자리를 못찾고 있는 상태라는 뜻이다. 한국은행 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실업률이 1퍼센트 오르면 결혼은 최대 1천40건 줄어든다고 한다. 또한 임시직 비율이 1퍼센트 오르면 결혼은 330건 줄어든다고 한다. 청년실업을 해소하고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서 무엇이든지 해야 할 상황에 다다른 것이다.

상황이 이럴진대 정치권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마음은 답답하기만 하다. 엊그제 아동수당법이 국회에서 통과되어 5세 이하 아동들에게 월 10만원의 아동수당을 주게 되었다. 그런데 자유한국당 등 야당의 반대로 소득 상위 10% 이상은 지급 대상에서 배제됐고 시행 시기도 당초 7월에서 9월로 2개월 늦춰졌다. 지금의 저출산 추세라면 나라가 없어질 상황인데 부자든지 가난하든지 애 하나 낳으면 고마워해야 할 상황 아닌가? 그런 측면에서 아동수당은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아니 우리 나라 생존을 위해 지출해야 되는 돈이기도 하다. 실제로 아동수당을 지급하고 있는 많은 나라가 소득수준에 상관없이 모든 계층에게 보편적으로 아동수당을 지급하고 있다. 그리고 우리도 이미 지난 2010년대 초에 무상급식논쟁을 통해 보편적 무상급식의 원칙을 확인하고 실현한 바 있다.

그런가하면 지방선거를 앞두고 입후보자들은 아동이나 청소년복지보다는 어르신복지에 대한 공약에 열을 올리고 있다. 아동이나 청소년 인구는 줄어들고 투표권도 별로 없지만, 고령화사회로 가면서 어르신 인구는 늘어나고 투표율도 높기 때문에 주 공략 대상인 것이다.

지금도 대부분의 경로당은 부족한 것이 없다고 할 정도다. 광주 시내의 어느 아파트 경로당에는 각종 가전제품은 말할 것도 없고 고가의 안마의자까지도 있는가 하면, 쌀이 남아돌아 가끔 떡을 해서 나눠먹고 기름값과 운영비 등이 남아서 일년에 한두번은 야유회를 갈 정도라고 한다. 오죽하면 경로당 회장되시는 분은 “이제 우리는 그만하면 됐다. 젊은 사람들 일자리에 더 신경썼으면 좋겠다”고 하신다. 그러나 대개의 입후보자는 예비후보가 되어 제일 먼저 하는 선거운동이 경로당을 돌면서 인사를 드리고 다른 후보보다 더 많은 지원을 약속하는 것이라고 한다. 확실한 표밭인 어르신들을 우선 공략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설 명절이 지나면서 지방선거가 본격화되고 있다. 여기저기서 출판기념회에 출마기자회견 그리고 정책 발표가 이어지고 있다. 금번 지방선거에서는 과거보다는 미래를 얘기했으면 한다. 후보자들의 과거 언행이나 약점을 캐서 깎아내리기 경쟁을 할 것이 아니라 자신이 남들보다 잘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장점 경쟁을 하고, 과거에 지역에서 했던 것보다는 지역의 미래를 위해 어떻게 기여할 수 있는지 그리고 과거 세대보다는 미래 세대를 얘기하는 정책대결의 장이 펼쳐졌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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