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깃발-충무공 정충신 장군<39>-제3장 의주로 가는 길
이계홍의 역사소설 깃발

충무공 정충신 장군<39>-제3장 의주로 가는 길

“여기서 지내려면 솥을 가져와야 해요.”

“밥을 지어먹을 순 없지요. 솔가지가 타면 냄새가 나고, 연기가 솟아오르면 들통나버링개요. 그러니 생식을 해야 합니다.”

정충신은 이치전투 때의 경험을 살려서 말했다. 그는 이치령에서 사흘동안 잠복하면서 생쌀과 옥수수 가루로 연명하며 적 진영을 탐지했었다.

“원수를 갚아야 죽어도 여한이 없어요. 그놈들을 기어이 죽일 거예요.”

그녀는 샅이 쓰려운 듯 두 손으로 아래쪽을 감싸며 상을 찌푸렸다.

“원수를 갚으려면 오래 살아야 합니다. 마지막 승리자는 장수자잉개요.”

그녀는 금방 겪은 일들에 대한 설움에 겨운 듯 다시 흐느끼기 시작했다.

“부인을 욕보인 놈들을 쳐죽여야 하지만, 왜군은 모두 똑같은 놈들이니, 나중 누구나 때려죽여도 무방합니다.”

“내 억울한 사정은 끝도 갓도 없어요. 어떻게든 그놈들을 죽여야 해요.”

“먹을 것을 가져오겠소.”

밤이 깊자 정충신은 여인의 집으로 들어가 부엌에서 식은 밥덩이와 김치, 고구마, 옥수수를 가져왔다. 며칠분의 식량은 되었다. 골짜기엔 물이 흐르고 있어서 식수로는 충분했다.

“양식은 어디에 있습니까.”

“그놈들이 다 쓸어갔어요. 방 윗목에 두세 됫박 되는 보리쌀만 남아있을 거여요.”

정충신은 다시 몸을 추스른 다음 그녀의 집으로 갔다. 광은 쓸쓸하게 비어있었지만, 아닌게 아니라 안방 구석에 반쯤 찬 보리쌀 자루가 놓여있었다. 그것들을 새끼줄로 묶어 어깨에 매려는데 갑자기 뒷문이 열렸다. 정충신은 순간 방바닥에 깔려있는 이불 속으로 재빨리 몸을 숨겼다. 밖으로 튈 수가 없는 상황이었다.

“헤헤, 여자가 쓸만하다고 했지?”

왜의 병사였다. 그는 여자를 겁탈하러 들어온 것이었다. 그가 이불을 풀썩 들어올리다 말고 자신의 아랫도리를 벗었다. 그는 여자가 꼼짝없이 누워있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 왜병이 이불 속으로 들어오자 정충신의 단검이 그의 가슴에 정통으로 꽂혔다. 비명 한마디 지르지 못하고 왜병이 쓰러져 몸을 떨더니 숨을 거두었다. 피가 흥건히 바닥을 적시고 있었다. 그는 시신을 광으로 옮겼다. 시신을 수습하고 이불을 걷어내려는데 또 다른 왜병이 방으로 들어왔다.

“서둘러라. 자시까지 돌아가려면 서둘러야지.”

순간 정충신이 달려들어 단검으로 그의 멱을 땄다. 어둠속이라 정통으로 찌르지 못했던지 그가 역공을 당했다. 왜병이 단검을 쥔 정충신의 손을 잡아 비틀었다. 왜 병사 치고는 덕대가 좋았고, 완력도 셌다. 왜병이 이윽고 정충신의 손에서 단검을 빼앗아들었다. 아, 이제 모든 것이 끝장인가. 역시 무모한 행동은 어리석은 결말을 가져온다.

정충신이 뒤로 물러서 버티자 왜병이 단검을 허공을 가르며 내리치는 순간 방으로 누군가 불쑥 뛰어든 사람이 있었다. 왜 병사가 그 자리에 절푸덕 쓰러졌다. 왜의 병사 머리통이 박살나고 있었다. 한 방 두 방, 그리고 어깻죽지를 가격하는데 뾰족뾰족한 철질려와 같은 철공구가 휘날리고 있었다. 왜병의 피가 정충신의 몸에도 튀었다.

“정충신, 괜찮나.”

“아이구 성님, 이게 웬 일입니까.”

길삼봉이었다. 꿈같은 현실에 정충신은 정신이 아찔했지만, 감격에 겨워 그는 그의 두 손을 꼭 잡았다.

“성님, 어떻게 여기를…”

“알 것 없다. 어서 빠져나가야 한다.”

<저작권자 © 남도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김경태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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