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 날’에 바라본 미투 운동

오늘(8일)은 여성의 지위 향상을 위해 유엔이 정한 ‘세계 여성의 날’이다. 1908년 3월 8일 첫 제정됐으니 올해로 110회째다. 여성의 날은 미국 여성 섬유노동자 1만5천여 명이 러트거스 광장에 모여 10시간 노동제와 작업환경 개선, 참정권 등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인 것을 기념하기 위해 제정한 날이다. 올해도 광주를 비롯한 전국에서 여성의 권익보호를 촉구하는 다양한 행사가 줄을 잇는다. 하지만 한국 여성의 지위와 인권의 현주소는 여전히 어둡다. 양성평등 실현을 위해 우리 사회가 가야할 길이 아직도 멀기만 하다. 작금 대한민국을 들불처럼 휩쓸고 있는 미투 운동이 남다르게 다가오는 이유다.

한 달여 전 서지현 검사의 폭로로 시작된 미투 운동은 문단, 연극, 정치권, 대학가 등 사회 각계로 번지고 있다. 최근에는 정치권까지 번져 유력 대선주자인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의 성폭행 의혹이 제기돼 충격을 줬다. 광주·전남에서도 현직 기초단체장과 입지자 등이 미투 대상으로 오르내린다. 미투 운동은 그 끝이 어디인지 가늠조차 되지 않을 정도다. 지금보다 열배, 백배의 곪은 상처가 사회 곳곳에서 터져나올 게 확실하다. 2016년 촛불혁명에 빗대어 사회변혁운동이라는 평가가 나올 만큼 우리 사회를 강타하고 있다. 피해자들의 작은 용기가 세상을 바꾸는 거대한 동력이 되고 있다.

그 유형도 다양하다. 성폭력과 성차별 타파를 위해 이제 여성이 변해야 할 ‘시간이 됐다’는 의미의 ‘타임스 업(Time’s Up)’ 성범죄 현장을 목격하거나 사실을 알게 되면 먼저 나서자는 ‘미 퍼스트(Me First)’ 등이 그것이다. 피해자들을 지지한다는 ‘위드 미(With Me)’도 마찬가지다.

미투 운동의 본질은 보편적 인권의 문제다. 성폭력은 권력적 갑을관계와 성차별적 사회구조로 인한 일그러진 젠더의식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미투를 유력 인사의 몰락 차원에서만 머물러서는 안된다. 우리 사회가 얼마나 여성의 인권과 성윤리에 무감각한 지를 통감하면서 반성과 자정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 공감대 확산을 통한 사회문화적 인식의 대전환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얼마 전 등장한 한국여성민우회의 “우리는 몇몇 괴물이 아닌, 구조를 바꾼다”는 한 피켓 문구가 더 특별하게 나가오는 여성의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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