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연 호남 지도자는 나타날 것인가

과연 호남 지도자는 나타날 것인가

<정준호 법무법인 평우 대표변호사>
 

비교적 짧은 정치계 입문 기간 동안 많은 조언을 들었는데, 그 중에서 선출직을 ‘정치꾼’과 ‘정치인’, 그리고 ‘지도자’로 구분하는 내용이 인상 깊었습니다.

자기 자리 욕심만 부리면서 민심을 호도하는 방식으로 다음 선거를 준비하는 정치꾼, 진솔된 자세로 민의를 수용하면서 표를 얻으면서 대중성을 확보하는 정치인, 그리고 시대의식을 간파하고 사람들에게 길을 열어주면서 대중을 이끌어나가는 지도자로 정치권 인사들이 나뉜다는 것이 골자였습니다. 동의합니다.

지금의 광주 상황에 대입해보자면 비록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지지가 확고한 편이지만, 김대중 전 대통령이 세상을 떠난 뒤 호남 민심을 의탁할 호남지도자 부재의 혼란상을 여전히 겪고 있지 않느냐는 생각을 해봅니다. 실제로 문재인 정부 이후의 호남 민심을 책임질 지도자는 현재 뚜렷하지 않습니다.

돌이켜보니 수십년간 광주는 절름발이 김대중 전 대통령에게 한과 고통을 투영하면서 ‘행동하는 양심’ 등 김대중의 의식을 공유해 왔습니다. 미국에서 돌아와 5·18 구묘역에서 서럽게 울던 김대중의 모습, 그리고 노무현의 서거 당시 반쪽이 무너져 내리는 슬픔을 국민들 앞에 숨김없이 보여줬던 김대중의 모습을 대신할 지도자를 찾기란 당연히 쉽지 않을 것입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당선 이후 준비된 지도자가 없었던 광주는 진정성있게 지역감정 타파를 외치는 노무현 전 대통령에게 그 자리를 허락했습니다. 지역감정의 타파와 지역균형발전 등 숙제도 함께 주었다고 생각합니다. ‘참여’와 ‘사람사는 세상’ 등의 시대의식도 꽤나 멋졌습니다. 그러나 탄핵 등 여러 곡절을 거쳤고, 결국 노무현은 한스럽게 광주의 곁을 떠났습니다.

그렇게 떠나보내고 보니 김대중과 노무현 이후의 호남을 이끌어갈 지도자가 없었습니다. ‘결집’과 ‘전략적 선택’을 통해서 지도자와 시대의식을 공유해왔고 앞으로도 그럴 준비가 되어있는 것 같지만, 당장 마음에 드는 광주의 시대의식을 제시하는 사람도 없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총선 과정에서 겪었던 어려움도 이런 시대의식을 진정성있게 제시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상황에서 천정배 전 대표의 입을 통해서 제시된 호남정치의 복원 또는 뉴DJ 발굴과 같은 단어를 한번 냉정하게 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기존의 정치권 인사들이 본인이 직접 당장 호남의 지도자가 될 수 없다면 이제까지 정치를 해오면서 숙지한 가치를 공유하면서 미래의 시대의식을 만들어내는 작업을 해야 합니다. 특히 뉴DJ 발굴은 단순히 스펙만 좋은 지역 인재를 찾아서 기존의 정치문법에 길들이는 것이 아닙니다. 취업자리에 목메달면서 길들어질대로 길들어진 청년들을 해방시켜주면서 현 세대의 가치를 공유하는 작업을 하고 그 가치를 선제적으로 발전시켜 미래의 시대의식으로 담아내는 숙제를 감당할 인재를 찾는 것이 바로 뉴DJ의 발굴일 것입니다. 그러한 과정을 거쳐서 비로소 제대로 된 지도자가 나타났을 때, 호남은 또다시 특유의 전폭적 지지를 신명나게 보내줄 것입니다. 자연스럽게 호남정치는 복원될 것입니다.

현재 문재인 정부는 남북관계 개선, 청년 일자리 창출과 같은 매우 어려운 숙제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위 과제들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면서 남북관계 등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고 호남 민심이 이에 적극 찬동한다면 이 지역 출신이 아니더라도 문재인 정부의 정신을 계승하는 자가 당분간 호남 민심을 책임질 지도자로서 자리매김 할 수는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 지역 출신으로 호흡을 같이 해 온 지도자에 대한 갈망은 여전할 것입니다. 그동안 지역감정 타파와 균형발전과 같은 가치를 위해서 호남이 선택한 영남 또는 타지역 후보는 명분과 당위성이 있었겠지만 그 이후의 가치나 시대의식이 공유되지 않은 채 단순히 이번에도 정권을 재창출하기 위해 결집하고 표를 달라는 것은 설득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부터라도 호남 지도자를 발굴하는 작업이 계속되어야 합니다.

짧은 생각에도 쉽지는 않아 보입니다. 이 글을 읽으면서 나 정도라면 가능하지 않느냐는 생각을 하시는 분들이 계시리라 믿습니다. 그러나 만약 괜찮은 정치인으로 평가받는데 왜 차기 지도자로서 왜 적극적인 지지를 안해주느냐라고 한다면 제가 앞서 말씀드린 내용과 같은 지도자로서의 준비가 되어있는지를 한번 돌아보라고 권유하고 싶습니다. 그런 측면에서 호남이 까다로울 수는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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