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와 농업용수 확보 방안

기후변화와 농업용수 확보 방안

<윤석군 한국농어촌공사 전남지역본부장>
 

새순 돋아나는 우수와, 개구리가 깨어난다는 경칩마저 지나면서 완연한 봄기운이 난다. 조선시대 왕실에서는 경칩 이후에 갓 나온 벌레와 풀을 상하지 않게 하기 위해 불을 놓지 말라는 금령을 내리기도 했다. 새로 돋아나는 것들과 함께 본격적인 영농철도 시작이다. 봄이 시작되기도 전에 겨울 내내 이어졌던 가뭄걱정이 먼저 시작됐다. 다행히 지난주에 광주전남에 평균 28㎜의 비가 내리기는 했으나 충분한 강수는 아닌 상황이다.

봄이 시작되기 전부터 물걱정이 이어지는 데는 작년 강수량에서부터 시작됐다. 지난해 전국 평균 강수량은 968㎜로 평년대비 74% 수준이었으며, 광주전남지역은 전국 평균보다 적은 921㎜로 1973년 기상관측 이래 최소 4위를 기록했다. 특히 5월과 11월에는 최소 2위 안에 들 정도로 매우 적은 강수량을 기록한데다 올해도 비예보가 많은 상황은 아니라서 가뭄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강수량이 급격히 줄어든 원인으로는 기후변화가 꼽히고 있다. 기후변화란 사람의 활동으로 인하여 온실가스 농도가 변함으로써 상당 기간 관찰되어 온 자연적인 기후변동에 추가적으로 일어나는 기후체계의 변화를 말한다.

기후변화의 원인은 크게 자연적인 요인과 인위적인 요인으로 구분된다. 대기 해양·바다얼음·생물체와 생태계 등의 상호 작용과 화산분출에 의한 성층권의 에어로졸(기체상 부유하는 미세입자로 공와 같은 기체 내에 균일하게 분포된 것) 증가, 태양 활동의 변화 등과 같은 자연적인 요인과, 화석연료 사용으로 인한 대기 내 온실가스 양적 변동과 공장부지·주택단지 조성 등으로 인한 토지피복 변화, 산림파괴 등으로 인한 인위적인 요인이 있다.

기후변화는 세계적인 추세로 우리나라에서도 많은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가뭄이 극심했던 작년에는 경기와 충남지방을 시작으로 가뭄이 시작되어 전국적으로 확산되었다. 7월 중순 충북 청주지역에는 일 강수량이 290㎜로 관측 이래 일 강수량 최대치를 경신하였으나 남부지방은 가뭄이 지속되는 상황을 보였으며 잦은 국지성 집중호우가 발생하여 지역 간 강수량 편차가 컸다.

기후변화로 인한 피해는 해양수산, 산림, 환경 등 다양한 분야에서 발생하고 있으며 날씨와 강수에 밀접한 관계가 있는 농업분야에도 큰 피해를 주었다. 광주·전남지역만 해도 작년 극심한 가뭄으로 어려움을 겪었다. 필자가 몸담고 있는 한국농어촌공사에서도 간이양수장, 관정개발, 하상굴착 작업 등으로 전직원이 비상근무를 하며 1천만t의 농업용수 확보를 위해 구슬땀을 흘렸다.

진도의 경우 섬이라는 특성상 외부의 수원 없이 가뭄을 해결할 방법이 없었다. 이에 공사에서는 해남 금호호의 여유수량을 7.8㎞의 임시송수관로를 설치해 진도 둔전제까지 끌어와 하루 1만t의 농업용수를 공급했다. 지자체와 지역 국회의원들의 도움으로 작년 말 기본조사비를 확보해 항구대책을 추진하고 있다.

이렇게 기후변화 양상이 점점 물부족 심화 쪽으로 가고 있는 상황에서 공사에서도 상습 가뭄지역에 대해 다목적 농촌용수개발사업 9지구, 지표수보강개발사업 7지구, 한발대비 용수개발사업 10지구 등을 추진해 농업용수를 확보할 계획이다.

이런 수자원확보를 위한 사업진행과 함께 현장에서도 대비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 가뭄 취약지역의 농가에서는 벼 농작물 재해보험에 가입하거나, 논에 벼 대신 다른 작물을 심어 소득 일부를 지원받는 쌀 생산조정제를 이용하는 것도 농가 경영 안정과 함께 물을 아끼기 위한 노력이다.

수자원장기종합계획(2011~2020)에 따른 우리나라 수자원 총 이용량은 333억t이며 이중 농업용수가 159억t으로 48%를 차지하고 있다. 매년 농업용수 사용을 10%만 절감해도 약 16억t의 물을 절감할 수가 있다. 이 규모는 1억t 저수량을 가진 전남 장성호 16개에 해당한다. 수리시설을 보강하고 확보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먼저 선행되어야 할 부분은 자원으로써 물의 가치를 깨닫는 것이다.

생활 속에서의 절수 뿐 아니라 농업용수의 절수 또한 가장 중요한 물 절약이며 소중한 자원의 확보라는 측면을 인식해야만 한다. 이미 기후변화는 시작됐고 해를 거듭할수록 물의 중요성을 실감하고 있다. 현장에서의 물 절약과 함께 효율적인 수자원 활용을 위한 물그릇을 키우고 수계간 여유수량을 활용할 수 있는 사업추진을 위해서는 전 국민의 관심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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