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독(愼獨)과 미투(Me Too)

신독(愼獨)과 미투(Me Too)

<최혁 남도일보 주필>
 

신독(愼獨)은 신기독(愼其獨)의 준말이다. ‘혼자 있을 때에도 마음을 잘 다스려 도리(道理)에 어긋나는 일을 하지 않아야한다’는 뜻을 지니고 있다. 신독은 <대학>(大學)과 <중용>(中庸)에 실려 있는 말이다. 사람들은 남의 시선이 없을 때 본성에 이끌려 행동하기 쉬우니 혼자 있을 때 더욱 조심해야 한다는 의미다. 더 나아가 어떤 환경에 처하더라도 중심을 잃지 않으려면 평소 마음의 수양에 힘써야 한다는 것을 강조한 말이기도 하다.

<대학>의 원전은 ‘所謂誠寄意者 毋自欺也(소위성기의자 무자기야)/ 如惡惡臭 如好好色 此之謂自謙(여오악취 여호호색 차지위자겸)/ 故君子必愼其獨也!(고군자필신기독야!)이다. 풀이하면, ‘이른바 성의(誠意)는 스스로를 속이지 않는 것이다/ 악(惡)을 미워하기를 나쁜 냄새를 싫어하는 것과 같이 하고/선(善)을 좋아하기를 여색(女色)을 좋아하는 것과 같이 해야 하니/이를 자겸(自謙)이라 한다/ 그러므로 군자(君子)는 반드시 홀로 있을 때를 삼가야한다’

공자(孔子) 역시 논어에 불괴옥루(不愧屋漏)라며 ‘혼자 있는 시간을 경계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옥루(屋漏)란 방 가운데의 서북쪽 구석을 말한다. 조명사정이 좋지 않았던 옛날에는 방안이 매우 침침했다. 특히 볕이 들지 않는 북쪽은 더욱 어두웠다. 어두운 방안에, 그것도 혼자 있으면 사람들은 본능대로 움직이게 된다. 환하고 사람들이 많은 장소에서는 인격적으로 행동하던 사람들도 사람들의 시선이 없는 곳에서는 어긋난 모습을 보이기 쉽다는 것이다.

중국 근대의 사상가이자 교육가인 양계초(梁啓超)는 마음을 닦아 올바른 행동을 하는 수양의 방법으로 ‘신독’을 권했다. 양계초는 청나라가 무너지는 혼란한 시기에 많은 이들이 애국자임을 자처하면서 온갖 음험한 일과 부도덕한 일을 서슴없이 저지르는 모습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 그래서 그런 이중성을 버리려면 ‘신독’을 통해 인격수양을 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래야 어두운 곳에서 치밀어 오르는 욕심과 욕정을 스스로 제어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게 그리 쉽지 않은 것이 문제다. 인류 역사 이래로 자신의 마음을 제대로 다스릴 수 있는 사람은 몇에 불과했다. 그래서 후세사람들은 그들을 성인(聖人)이라 부른다. 일반사람들은 죽는 날까지 오욕 칠정(五慾七情)에 붙잡혀 마음과 몸이 흐트러질 수밖에 없다. 우리가 존경하는 광주 최초의 한국인목사 최흥종 목사 역시 그토록 고매한 인격을 지녔지만 50살 이후에도 세속과 육신의 욕망으로부터 벗어나지 못했다.

그래서 최흥종 목사는 57세가 되던 해에 거세(去勢)수술을 받고 온전한 자유를 얻기로 결심했다. 그리고 아호를 오방(五方)이라 했다. 다섯 가지 욕망에서 벗어난다는 의미였다. 가족에 얽매이지 않고, 사회적으로 속박당하지 않고, 정치에 나서지 않으며, 경제에 구속되지 않고, 종파를 초월해 하나님 안에서 자유롭고자 했다. 그 뒤 최 목사는 주위에 자신의 사망통지서를 돌리고 가난한 사람과 한센 병(나환자)환자들을 위해 자신의 삶을 바쳤다.

이 역시 범상치 않은 일이다. 의지가 약하고 유혹에 쉽게 무너지는 일반인들은 잘못과 회개를 반복하며 산다. 예수가 간음을 저지른 여인을 징치하기 위해 몰려든 이들에게 “죄 없는 자가 먼저 돌로 치라”고 말할 때 슬금슬금 뒤로 물러섰던 사람들은, 실은 우리 자신들이다. 겉으로야 멀쩡해 보이고, 흠 없고, 그럴듯하게 보인다. 그렇지만 얼마나 많은 실수와 죄 가운데 살고 있는지는 우리 스스로가 잘 알고 있다. 남들이 모르고 있을 뿐이다.

기자 역시 마찬가지다. 젊은 날의 혈기와 방종으로 잘못 살아온 날이 많다. 지금도 그렇다. ‘방에 홀로 있는 것과 같은 상황이 되면’ 마음은 여전히 헝클어진다. 값나가는 것, 좋은 것을 대하면 부럽고 욕심이 생긴다. 자족(自足)하지 못한다. 몇 해 뒤면 이순(耳順)이지만 이제 뜻을 세운(而立), 혈기 방장한 30대처럼 몸과 마음이 갈피를 잡지 못할 때가 많다. 고등학생 시절 ‘신독’이라는 단어를 처음 대하고 마음에 품고 살았지만 실천과는 거리가 멀다.

미투(me too)로 많은 이들의 과거 삶이 드러나고 있다. 사회 유명 인사들을 대상으로 시작돼 남의 이야기인 것처럼 보인다. 그렇지만 ‘me too’에서 자유로운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me too운동’이 진정으로 우리사회를 변화시키려면 고발운동에서 각성운동으로의 성격변화가 일어나야 한다고 생각한다. ‘신독’의 삶은 자신과 주위를 편하게 하고 우리사회를 밝게 만들 것이다. ‘홀로 있어도 마음을 잘 지키는 것’. 나와 우리를 잘 지키는 지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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