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사회, 국민과 역사의 조롱은 이제 그만…

공정사회, 국민과 역사의 조롱은 이제 그만…

<박상신 소설가>
 

과연 ‘우리 사회는 공정한가’라는 질문을 던지면 “우리 사회는 불공정하다”란 말로 되돌아올 것이란 생각을 지울 수 없다. 문득 현실의 화두처럼 회자되는 공정(公正)이란 의미를 되새기고 싶었다. 공정의 사전적 의미는 ‘어느 한쪽으로 치우침 없이 공평하고 올바름’이란 뜻으로 나온다. 그렇다면 지난 10년간 우리 사회는 어떠했는가. 삼척동자가 보더라도 한마디로 ‘불공정사회’임은 자명해 보인다.

과거 이명박·박근혜 정부 10여 년간 얼마나 많은 불공정의 작태가 벌어졌던가. 87년 서울의 봄, 보도블록 위에 뿌려진 피의 대가로 정치 민주화는 어느 정도 이뤄졌다고들 말한다.

하지만 그 역사적 사건 이후, 시간이 지날수록 민주화의 과정을 되새겨 봐도 소득계층의 양극화는 점점 격화되고 가진 자들의 오만과 독선은 하늘 무서운 줄 몰랐다. 심지어 이 시대는 갑과 을이 나뉜 ‘갑질의 시대’로 변해 갔다. 그리고는 마치 그들은 서울의 봄에서 이룬 파란 하늘을 무시한 채 먹구름의 하늘로 뒤덮고는 절대 반지를 가진 권력자인 양 세상을 호령하였고 그들의 위세는 법 위에 군림하였다. 그도 모자라 역사의 주인행세를 하며 국민을 농락하고 조롱해 왔다. 그러고도 그 최고의 갑은 검찰 포토라인에서 또다시 국민과 역사를 조롱하듯 자신의 심정을 털어놓았다.

“무엇보다 민생경제가 어렵고 한반도를 둘러싼 안보환경이 매우 엄중할 때 저와 관련된 일로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려서 대단히 죄송합니다. …. 전직 대통령으로서 물론 하고 싶은 말도 많습니다만, 말을 아껴야한다고 스스로 다짐했습니다. 다만, 바라는 것은 역사에서 이번 일로 마지막이 되었으면 합니다. 다시 한 번 국민 여러분께 죄송스럽다는 말씀드립니다.”

이는 지난 14일 이명박 전 대통령이 뇌물죄 등 20여 개 죄목의 피의자로 검찰포토라인에서 행한 대국민 메시지이다. 그가 낭독한 메시지에는 3가지의 함정이 도사린다. 그 첫 번째가 자신이 무엇을 잘못했는지에 대한 혐의내용이 전혀 없다. 그의 범죄 혐의는 크게 3가지로 나뉜다. 뇌물 관련, 직권남용 관련, 다스 관련 등 국민이 알고 싶어 하는 진정어린 내용의 언급은 하나도 없다는 것이다.

그 두 번째는 또다시 “전직 대통령으로 할 말은 많지만”이라는 자기합리화와 정치보복이란 뉘앙스이다. 자신을 향한 검찰 조사는 ‘고 노무현 대통령을 죽음에 이르게 한 정치보복이다’라는 의미를 암묵적으로 내포하는 듯 보인다. 그가 그 말을 내뱉는 순간, 그의 대통령 취임선서가 떠오르는 것은 왜일까? 자신이 저지른 불법을 정치보복으로 덮으려는 얍삽한 권모술수가 느껴지는 것은 왜일까.

그 세 번째는 “역사에서 이번 일로 마지막이 되었으면 합니다”라고 역사를 거들먹거리는 그의 짤막한 소회이다. 과연 국민들이 두 눈을 부릅뜬 생방송에서 불법을 저지르고도 반성은 커녕 역사란 단어를 언급한다는 것 자체가 국민을 우롱하는 것이며 대한민국 현대사의 불명예를 안기는 것이라고 밖엔 생각되지 않는다. 그의 말 속, 역사관에는 ‘안되면 말고 식’의 거만함이 비쳐 이미 그의 마음에는, 가엾은 민초는 존재하지 않아 보였다. 마치 이 상황을 정치 논리로 비화시켜 그가 집권한 5년 동안, 국가기관을 자신의 사리사욕을 채우는 도구로 비치는 듯한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종국에는 여느 재벌처럼 자신의 사욕과 욕망의 더러운 야욕만이 추하게 뒤엉켜 존재할 뿐이었다. 그동안 국민은 충분히 뉘우치고 반성할 시간을 그에게 할애하였다. 하지만 그 참회의 시간 그는 오로지 모르쇠로 일관할 뿐만 아니라 전직 대통령의 품격과 국가 원로의 품위는 그 어디에도 찾을 수 없었다. 아직도 그에 대한 수사는 갈 길이 멀어 보인다. 그가 국민의 혈세를 수십조씩 쏟아 부은 4자방(4대강, 자원외교, 방산비리 등) 의혹들은 시작도 하지 않았다. 또 얼마나 많은 비리와 부정이 터져 나올 것인가. 그때도 그는 모르쇠 전직 대통령으로 일관할 것인가.

윗물이 맑지 않은데 어찌 아랫물을 탓할 것인가. 이명박 전 대통령은 자신이 가해자란 사실을 모르는 것인가. 아니면 알고도 얼버무린 것인가. 하물며 그의 피해자가 국민이란 사실을 모르는 것인가. 국민을 대신해 반문하고 싶다. 그가 진실로 사죄한다면 검찰을 두려워하기 전, 진정한 피해자인 국민을 두려워해야만 한다. 그 이유인즉슨, 역사의 주체는 오롯이 국민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뜻이 곧 ‘공정사회’로 나가는 것임을 국민들은 다 알고 있다.

하물며 그동안 역사를 망각하는 자가 대통령에 올라 국민을 기만하고 죄를 뉘우치기는 커녕 끝까지 모르쇠로 일관하며 거짓 변명을 늘어놓았다. 그의 위선적 행동에 국민의 마음은 천갈래 만갈래 낭떠러지로 추락한 지 오래다. 이제 후안무치한 역사적 비극이 끝나길 국민은 간절히 바랄 뿐이다. 오늘따라 고 노무현 대통령의 환한 미소가 떠오른 건 왜 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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