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개혁, 꼬리가 몸통을 흔들지 말아야

교육개혁, 꼬리가 몸통을 흔들지 말아야

<이승오 광주제일고등학교 교장>
 

촛불혁명으로 박근혜 정부의 국정농단을 파헤치고, 새 정부가 들어선 2017년은 우리나라의 정의가 바로 서 있음을 여실히 보여준 해였다면, 올해는 적폐를 청산하고 제도를 개혁함으로써 87체제를 벗어나는 새로운 대한민국의 초석을 다지는 매우 중요한 한 해가 될 것임에 틀림없다.

정부에서 추진하는 제도 개혁 중, 첫 번째는 헌법 개정과 선거제도의 개혁일 것이며, 그 다음은 교육개혁이 아닐까 싶다. 대한민국 혁신교육의 아이콘 김상곤 교육부 장관의 취임과, 대통령 자문기구인 국가교육회의 구성, 그리고 장기적으로 국가교육위원회 설치를 추진키로 한 새 정부의 공약은 너무 자주 바뀌는 교육정책으로 인하여 지쳐있는 국민들에게는 솔깃한 기대를 갖게 하였다.

하지만 기대와는 달리 지난 해 8월 결정하려던 수능개편안이 많은 논란 속에 1년 유보되는 것을 보면서, 정부의 교육개혁 추진의 모습이 또 다시 과거 정부의 전철을 밟지 않을까하는 우려의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려오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돌이켜보면 우리나라 교육정책은 교육의 본질보다는 교육외적인 요인들에 의해 크게 좌우되는 경향이 매우 강했다. 사교육비를 줄인다는 명분으로 도입한 방과후 학교는 학교의 학원화라는 비판을 면키 어려웠고, 그 여파는 지금까지 정규교육과정을 소홀히 하는 부작용으로 남아있다.

국가영어능력시험(NEAT)도 수능영어 대체로 사교육비를 줄인다하여 도입하려다 많은 예산만 낭비하고 제대로 시행해보지도 않고 폐지되고 말았다. 고등학교 영어교육을, 국가에서 시행하는 시험에 한두 차례에 응시하는 것으로 대체할 수 있다는 발상이야말로 교육의 본질을 망각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다시는 이와 같은 사례가 재현되지 않기를 바라면서, 올 8월에 발표될 대입제도 개선안과 향후 국가교육회의에서 제시할 교육개혁 방안을 논할 때는 교육의 본질을 훼손하는 일이 없기를 간절히 바란다.

오늘날 교육의 패러다임은 미래핵심역량 교육으로 변하고 있다. 우리가 늘 말하는 ‘교육은 백년대계다’는 말 속에 담겨 있듯이, 학생들이 살아갈 미래사회에 대한 전망을 바탕으로 그들에게 필요한 자질과 역량을 길러주는 미래지향적인 교육의 본질을 구현해야 한다.

현행 교육과정인 2015 개정 교육과정에서도 ‘미래 사회가 요구하는 핵심역량을 함양하여 바른 인성을 갖춘 창의융합형 인재를 양성하는 데에 중점을 둔다’고 총론에 명시되어 있다.

이처럼 교육과정 총론에는 창의융합형 인재, 핵심역량 함양 등 새로운 방향이 제시되고 있지만, 교육과정을 적용하는 학교 현장은 전혀 다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대표적인 예로 고등학교 평가방법을 들 수 있다. 현행 평가는 절대평가인 성취평가제와 상대평가인 등급제를 병행하고 있다. 학생들의 다양한 능력을 인정하는 과정평가 중심의 성취평가 결과가 결국 등급제라는 한 줄 세우기 평가로 전락하고 만다. 이는 대입제도가 고등학교 교육과정의 발목을 잡고 있는 대표적인 사례이다. 수능 절대평가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고등학교 내신의 절대평가임을 다시 한 번 강조한다.

한 가지 더 예를 든다면, 해마다 수능시험 후 평가원 관계자에게 듣게 되는 ‘EBS 연계율 70% 이상’의 방침도 사교육비를 줄이기 위한 대책이란다. 이런 훌륭한(?) 정책 때문에 고3교실은 EBS 문제집으로 넘쳐난다.

중고등학교 교육이 대학입시와 무관할 수는 없지만,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 모두들 두려워하는 4차 산업혁명 시대가, 인구절벽과 기후변화의 미래가 성큼성큼 다가오고 있는 않는가? 학벌중심 사회에서 능력중심의 사회로 빠르게 변하고 있는데, 단순 지식을 암기해 서열을 매기는 교육을 언제까지 계속할 것인가? 입시제도를 단순화하여 사교육을 줄인다는 명목으로 손쉽게 서열매기는 입시제도를 그대로 두고서는 학교교육이 정상화될 것이라고 믿는 사람은 거의 없다.

오늘날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모든 영역에 쌓인 적폐는 모두 잘못된 교육이 만든 결과라는데, 촛불혁명으로 들어선 새 정부의 교육개혁안이 또다시 교육의 본질을 놓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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