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만원 때문에…살인 부른 ‘채무원한’

이웃 살해하고 시신 훼손 60대 여성 검거

가·피해자 모두 홀몸노인…“감정 쌓여서”

의지할 가족 한 명 없는 홀몸노인들 사이에서 채무 관계로 싹튼 원한이 살인극에 이르렀다.

지난 16일 오후 3시께 광주 북구 두암동 한 임대아파트 9층 집 안에서 우모(81·여)씨가 숨져 있는 것을 구청 사회복지사가 발견했다. 우 씨는 흉기로 신체 곳곳을 훼손당해 참혹한 모습으로 숨져 있었다.

수사에 착수한 경찰은 사회복지사가 우 씨를 마지막으로 목격한 이달 8일부터 사체 발견 전 까지 아파트 폐쇄회로(CC)TV 영상을 분석해 유일하게 이 집을 드나든 손모(67·여) 씨를 용의자로 특정했다. 손 씨는 지난 10일 오후 10시께 가방을 들고 9층으로 올라간 뒤 다음날 오전 4시 40분께 피해자 우 씨의 모자를 착용한 채 1층 계단으로 내려온 것으로 알려졌다.

같은 임대 아파트 이웃으로 약 5년 전부터 알고 지낸 우 씨와 손 씨는 모두 홀몸 노인이자 기초생활보장 수급 대상자로 아파트 노인 모임에 함께 나가는 사이였다. 우 씨는 평소 다른 이웃들 보다 비교적 사정이 나아 이웃들에게 여윳돈을 빌려주는 역할을 했다. 이에 이웃들은 은행과 달리 복잡한 서류를 준비할 필요가 없고 간편하게 빌릴 수 있는 우 씨를 찾아 급할 때마다 즉각 적으로 현금을 빌려갔다. 손 씨도 사정이 여의치 않을 때면 우 씨에게 돈을 빌렸다. 금액에 대해서는 ‘50만 원이다’, ‘400만 원이다’ 등 이웃들 사이에 기억이 갈렸다.

우 씨를 살해한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된 손 씨는 사회복지사 신고로 경찰 수사가 시작된 지 18시간 만에 손목에 수갑을 차고 경찰서로 붙잡혀왔다. 범행을 부인하던 손 씨는 집요한 추궁이 이어지자 우 씨에게 50만 원 가량을 빌린 뒤 갈등을 빚어왔고 사건 당일 이자를 줄여 달라고 말다툼을 벌이다 살해에 이르게 됐다고 털어놨다.

손 씨는 “평소 나를 험담하고 무시했다. 나한테서만 비싼 이자를 내게했다”라며 가방 안에 둔기를 챙겨서 우 씨 집으로 향했던 사건 당일 상황을 진술했다. 경찰은 손 씨가 가방 안에 둔기를 챙겨 우 씨의 집으로 향한 점과 범행 뒤 귀금속 등을 가져 간 점등을 토대로 단순한 원한 때문인지, 집 안에 있던 금품까지 노렸는지 손 씨의 구체적인 범행동기를 조사중이다.

북부경찰서 관계자는 “채권 액수가 많지 않아 수십만 원 정도로 파악 되고 있다”면서 “장기간 쌓이다 보니까 채권 채무 관계로 인한 감정이 악화되어서 폭발한 것 같다”고 밝혔다.
/임소연 기자 lsy@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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