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소 “환자 몰리는데 의사는 안 오고”

저임금에 격무로 의사들 외면…계약직 신분도 이유

광주 동구 1명 4개월째 공석…서구 한 달 만에 사직



“보건소 진료의사 결원이 장기화돼 충원 시까지 오후에 일부 업무가 불가능합니다”

광주광역시 동구보건소의 의료 공백 장기화로 시민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 4개월째 진료의사 충원이 해결되지 않아서다. 동구보건소는 최근 ‘진료의사 공백으로 인해 오전 업무만 가능’하다는 알림문을 보건소 입구에 게재했다. 동구보건소는 내과 2명, 치과 1명, 한의과 1명의 의사 정원으로 운영된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내과 의사 1명이 개인적인 사유로 그만두면서 공석이 발생했다.

동구는 결원 발생 직후 구직 공고를 내고 의사 찾기에 나섰다. 하지만 4개월 동안 지원자는 단 한 명에 불과했다. 해당 지원자마저도 83세로 고령인 탓에 채용이 보류된 상태다. 이에 수차례 재공고를 내고 있지만 19일까지도 지원자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보건소 의료공백 장기화는 의사들의 보건소 근무 기피 현상이 주 이유로 꼽힌다. 일반 병·의원 등 민간의료 영역보다 절반가량으로 급여가 낮고, 대체 인력도 없어 한 사람에게 쏠리는 업무 특성 때문이다. 또 계약직 채용이어서 고용안정성이 낮은 점도 배경으로 풀이되고 있다. 이 같은 이유로 서구보건소에서도 최근 한 의사가 ‘적성에 맞지 않는다’며 한 달 만에 그만두는 상황이 발생했다.

문제는 의사 충원 실패가 곧바로 진료 및 업무 공백으로 이어진다는 점이다. 실제 자치구 보건소들은 진료비 감면 혜택 때문에 환자들이 몰리면서 업무가 환자 진료에 집중되고 있다. 일반병원보다 보건소가 저렴할 것이라는 인식에서다.

지난해 1월부터 현재까지 보건소 진료환자 수는 동구 1만7천274명을 비롯해 서구 1만3천480명, 남구 1만6천737명, 광산구 2만4천755명, 북구 5만4천860명인 것으로 분석됐다. 의사 한명이 관리(동구 보건소 기준)해야 하는 환자 수는 4천318명에 달한다. 의사 1명이 결원일 경우 4천여 명에 대한 의료 공백이 생기는 셈이다.

이에 보건소 의사 충원 문제를 놓고 개선책 마련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잇따르고 있다. 동구 보건소를 방문한 직장인 김경아(27·여)씨는 “이직에 필요한 서류 때문에 겨우 시간을 내서 왔는데 의사가 없어 오후엔 진단서 발급이 안 된다고 했다”며 “다른 보건소를 찾아갈 수밖에 없었다. 보건소는 시민들의 건강권 보전을 위한 전초기지인 만큼 자치구 스스로 이러한 문제에 대해 관심을 갖고 해결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동구보건소 한 관계자는 “급여의 경우 대학병원이나 일반 병·의원과 비교하면 적을 수밖에 없다”며 “지역사회의 어려운 이웃을 돕는다는 의사로서의 봉사정신, 사명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보건소는 환자 진료뿐만 아니라 건강증진사업 등 지역사회를 위한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며 “시스템이 개선되고 새로운 방향으로 접근하면 젊은 의사들도 관심을 가지고 지원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유진 기자 jin1@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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