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생각 저런 생각! - 빛고을 노인타운 문을 닫자?

이런 생각 저런 생각! - 빛고을 노인타운 문을 닫자?

<정용식 남도일보 상무>
 

‘헬 조선’이란 말을 오랜만에 들었다. 한국은 지옥에 가깝고 전혀 희망이 없는 사회라는 의미의 헬조선(Hell朝鮮)은 한국사회의 부조리한 모습을 그대로 들어 내는 ‘수저계급론’ ‘갑질’ ‘각자도생’ 등과 함께 우리사회 청년들의 불황과 양극화 시대의 비애를 표현하는 핵심적인 용어인데 촛불혁명 이후엔 많이 사라진 듯했다.

대신 ‘소확행(小確幸)’이라는 용어가 2018년 트렌드 키워드로 올라왔다. 검색했더니 <일본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의 한 수필집에서 행복을 ‘갓 구운 빵을 손으로 찢어 먹는 것, 서랍 안에 반듯하게 접어 넣은 속옷이 잔뜩 쌓여 있는 것, 새로 산 정결한 면 냄새가 풍기는 하얀 셔츠를 머리에서부터 뒤집어쓸 때의 기분…’ 등 ‘덴마크의 ‘휘게(hygge)’나 프랑스의 ‘오캄(aucalme)’처럼 ‘일상에서의 작지만 진정한 행복’을 말하는 것>이라고 쓰여 있다. 이명박 대통령의 구속은 ‘적폐정권’ 청산 과정의 꼭짓점일 수 있겠지만 남의 잘못됨을 ‘소확행’으로 느끼며 살아가야 하는 우리사회는 참 척박하다 싶다.

매일 오후 3시만 되면 동네공원에서 독지가가 나눠주는 빵과 우유를 받기 위해 길게 줄서 있는 어르신들의 얼굴에서 우리사회 ‘헬조선’과 ‘소확행’의 단면을 본다. 광주의 미래 청사진이 지면을 가득 채우는 선거철. ‘장밋빛 약속’이니, ‘뜬구름 청사진’을 막론하고 유권자를 현혹시킬 만한 인기 공약을 찾아 회심의 미소를 짓는 후보자들의 모습에서도 비슷한 느낌을 받는다.

초대형 시설을 갖추고 198개 프로그램을 운영하여 ‘없는 게 없다’는 동양 최대 노인 커뮤니티 공간 빛고을 노인건강타운이 요즘 철 만났다. 정치인들이 배식봉사하며 사진찍기 좋은 곳으로 이만한 곳이 없을 것이다. 하루 5천원만 있으면 최첨단 시설과 식사 및 교육프로그램을 마음껏 즐기면서 알차게 보낼 수 있는 노인들의 천국(?)이라고 자랑하는 곳이다 보니 매일 5천여명, 연평균 120만명의 노인들이 이용하고 2천여명이 한꺼번에 점심을 먹는다. 다양한 계층이용이라는 명분으로 무료 셔틀차량이 6대나 움직이고 있지만 넓은 주차장이 부족해 주차전쟁을 치르는 곳, 거동이 자유롭고 경제적으로 여유 있고 여론주도층 노인들이 한 공간에서 다양한 취미 활동과 먹거리,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는 안식처로서 ‘소확행’을 즐기고 있는 곳이니 그럴 만도 하다.

광주지역 두 곳의 대형 노인타운은 매년 100억원 정도 소요되지만 수요자 부담은 고작 20억여원에 미치지 못하니 이용자 입장에선 당연히 그 기쁨 또한 다섯배가 될 수밖에 없다. 대형 노인복지시설이 정작 도움이 필요한 이들보다 생활에 여유 있는 노인들을 위한 시설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을 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대형 복합시설과 소규모 마을 경로당을 활성화시키는 것 중 무엇이 더 노인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것인지의 논쟁에 편승하고자 함도 아니다. 고령화 사회에서 노인복지는 모든 지자체의 공통적인 숙제이고 그 해결 방안에는 나름의 빛과 그림자가 있기 때문이다.

단지 후보자들이 이구동성으로 낙후된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다양한 정책들을 내놓고 있는 정치계절에 동네경제 어려움을 지켜보면서 대형노인타운을 폐쇄하여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하자는 주장을 하는 후보도 있지 않을까? 하는 별 생각을 해본 것이다.

서울 등에서 공직이든, 사업이든 열심히 살아왔던 출향민이 퇴직 후 지역에 와서 소비하며 말년을 보내는 것이 고향 봉사와 행복한 삶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가져봤기에 젊을 때 열심히 살아왔던 좀 더 여유있는 중산층 노인들이 동네 곳곳에서 소비하며 지내야 마을경제가 숨통이라도 트일진데, 많은 세금을 투입한 외딴 울타리 공간 안에서 모든 편익을 제공받고 즐기는 것이 지역경제 활성화에 역행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잡생각이다. 목소리 내는 소수의 주장이 다수의 의견처럼 포장되는 경우가 많은 것이 현실이기에 돈키호테식 발상 같은 이런 뜬금없는 의견들도 간혹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고 있을 것 같아 여기에 편승해본 것이다.

우리를 둘러싼 주변환경은 불안하고 여전히 희망이 보이지 않은 삶의 현실에서 매번 긴장감 속에 살아야 하는 다수 소시민들은 안타깝지만 인기영합식 공약일지라도 ‘소확행’을 줄 수 있는 다양한 목소리를 선거 때라도 듣고 싶어 하는지 모르겠다.
 

"광주전남 지역민의 소중한 제보를 기다립니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남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