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前 대통령의 구속, 그리고 개헌

이명박 前 대통령의 구속, 그리고 개헌

<문정현 법무법인 바른길 대표 변호사>
 

몇일 전 이명박 전 대통령이 구속 수감되었다. 네 번째 전직 대통령의 구속 소식에 답답함과 아쉬움이 없지 않았으나, 다른 한편으로는 사필귀정이라고 생각되어 속시원한 느낌도 없지 않았다. 보수를 자처하는 정치인들은 이를 정치보복이라고 떠들어댄다. 정치보복의 악순환을 이제는 끊어야 한다면서 전직 대통령에 대한 수사와 구속은 중단되어야 한단다. 이것이 이 나라 보수의 민낯인가 싶어진다.

정치보복은 중단되어야 한다는 대명제에 동의하지 않을 국민은 없을 것이다. 여기서 ‘정치보복’이란 정체성이나 진영논리에 따라 이전정권의 잘못이 없음에도 합리적인 증거도 없이 의도적으로 먼지털이식 수사를 하거나, 증거를 조작하여 사실과 다른 오명을 뒤집어씌우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와 구속을 정치보복이라고 단정지을 수 있을까? 또 다른 측면에서 권력을 향유한 전직 대통령의 부정과 범죄행위는 언제까지 면죄부를 주는 것이 정의로운 것인지 되묻고 싶다. 전직 대통령이라는 이유로 부정과 범죄를 단죄하는 것이 정치보복이라는 이유로 부정된다면 아무리 잘못된 범법을 저지른 정권도 용서되어야 한다는 것이어서 납득할 수가 없다. 오히려 권력을 가진 자는 보다 엄격하게 그 책임을 지게 하는 것이 이어질 권력자들의 반면교사가 될 것이고, 보다 정의롭고 공정하게 권력을 행사하게 하는 긍정적 역할을 할 것이다. 어떤 권력도 법 앞에 평등하다는 사실을 새기고 또 새겨야 비로소 신뢰받는 국가권력이 확립될 것이기 때문이다.

전직 대통령의 구속이 반복되는 서글픈 현실, 어디에서 비롯된 것일까?

일제의 압제에서 해방되던 날, 우리 국민 모두는 새로운 세상이 열릴 것으로 믿었고, 그래서 눈물과 함성으로 해방을 반겼다. 다만 친일 세력과 경찰 등으로 부역했던 일부 권력자들, 일부 지주들은 절망했고 일시 피신을 해야만 했다. 그런데 친일세력에 대한 청산은 커녕 친일 세력과 그 부역자들이 다시 복귀하여 국가의 주축으로 부활하면서 우리나라의 불행한 현대사가 어둠으로 절망으로 변질되었다. 그리고 4·19 민주혁명으로 초대 대통령은 도망치듯 떠나가고, 민족상잔의 6·25를 거쳐 군부독재로 이어져 온 암흑의 시대. 보수를 내세우며 온갖 비리와 역사왜곡에 몰두하던 정치세력과 힘겹게 견뎌야 했던 수많은 날들. 이제 그 어둠을 떨쳐내야 비로소 진정한 희망을 발견할 수 있다. 우리는 그동안 과거의 적폐와 지난 날의 어둠을 제대로 청산한 적이 없었다. 이번만큼은 제대로 된 적폐청산이 이루어지기를 기대하는 이유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구속과 수사가 전직 대통령에 대한 마지막 불행이 되기를 바라는 이유다. 다시는 이 땅에 부패한 권력이 활개치는 일이 없게 하기 위해서는 지난 권력의 잘못은 낱낱이 밝히고 그에 상응하는 책임을 묻는 것이 필요하다. 보다 나은 내일을 위해 견뎌내야 하는 통증이다. 이 길만이 전직 대통령이 구속되는 부끄러운 역사를 중단시킬 수 있다고 믿는다.

최근 적폐청산과 더불어 헌법개정에 관한 논의가 활발하다. 1987년 6월 항쟁으로 대통령 직선제를 골자로 한 헌법개정이 이루어진 후 지금까지 그대로이다. 헌법은 시대정신을 반영하고 국가의 정체성과 국민의 권리를 천명하는 것이어서 급변하는 시대와 인류 보편적 가치를 반영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헌법개정에 관한 논의는 절실하다. 특히 우리나라의 권력구조에 대한 개선은 시급하다. 국가권력의 새로운 패러다임이 새롭게 설계되어야 한다. 그런데 이마저도 당파적 이해관계와 이념적 편향성으로 백가쟁명의 다툼만 무성하다. 정치인들에게 진정으로 국가의 발전과 국민의 권익을 위한 충정을 기대할 수 있는 것인지 의심스러울 따름이다. 그래서 국민 모두가 방관자가 아닌 적극적인 참여자로서 헌법개정의 절차와 과정, 그리고 그 내용을 꼼꼼히 들여다 보아야 한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하듯이 국민의 뜻이 제대로 반영된 새로운 헌법개정을 이루어내야 하기 때문이다.

이제 완연한 봄이다. 마른 나뭇가지에서 연두빛 새싹이 돋아나는 기적을 바라보며 우리의 감성이 설레는 기쁨과 환희로 되살아나듯, 과거의 어둠과 적폐를 씻고 새로운 희망을 꿈꿀 수 있기를 바라고 또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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