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어촌 교육의 미래, 글로벌 실시간 화상교육

전남교육청, 5월 54개교서 호주 학교와 연계

“학생들 호주 현지 교사와 대화” 만족도 높아

교육기회 적은 전남 학생들에게 ‘기회’ 평가

지난해 나주 봉황고등학교 학생들이 ‘AKC’ 수업을 진행하는 모습. /전남도교육청 제공
호주의 학교와 전남의 학교를 실시간 화상(畵像)으로 연결해 농어촌 학생들에게 영어교육 기회 등을 제공하는 ‘Australia-Korea ConneXion(AKC)’가 오는 5월부터 12월까지 전남 54개교에서 시작된다. 2013년 담양 고서초를 시작으로 처음 시행된 AKC는 도시 학생들에 비해 비교적 교육기회가 적은 농어촌 학생들이 직접 현지 교사들과 대화를 나누고 해외 문화를 간접 체험할 수 있다는 점에서 농어촌 교육의 ‘미래’로 평가받고 있다.

◇AKC란?=AKC는 고해상도의 화상시스템을 사용해 한국과 호주 학교를 실시간으로 연결, 외국어 및 국제화교육을 통한 글로벌 인재 양성을 목표로 하는 교육 프로그램이다. 현재 한국과 일본, 중국, 인도네시아, 인도의 학교들이 이같은 시스템을 통해 서로 연결돼 있으며, 전남교육청은 영어권 국가중 한국과 시차가 1시간 밖에 차이나지 않아 실시간 연결이 가능한 호주와 AKC를 진행중이다. 전남의 아이들은 초고속 인터넷망으로 호주의 교실과 실시간으로 연결되며, 매월 1~2차례 학습주제를 선정한 두 나라의 교사들이 수업을 이끌게 된다. 화상수업시간에 아이들은 호주 현지 교사·학생들과 질문을 주고 받으며 자연스레 영어에 대한 ‘벽’을 허물 수 있다. 전남은 2013년 담양 고서초를 시작으로 나주 빛가람초, 완도중학교 등 지역 54개 초·중·고등학교가 AKC에 참여하고 있다.

◇“농어촌 교육의 미래”=최근 통계청이 밝힌 전남지역의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15만7천원. 전국 17개 시·도중 가장 낮은 수준이다. 이 수치는 다른 지역보다 전남의 소득이 낮아서라는 분석도 가능하지만, 교육기회가 적은 농어촌 지역 특성상 학부모와 학생들이 ‘공교육’에 기대를 걸 수밖에 없는 현실이라는 반증이기도 하다. 이런 측면에서 AKC는 농어촌 교육의 미래로 주목받고 있다. 전남의 아이들이 학교 수업시간에 한국과 호주간 8천여㎞의 물리적 거리를 뛰어넘어 외국인 친구들을 자연스레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화상수업을 들은 학생들은 외국어에 대한 필요성을 실감해 영어공부에 대한 열정을 품는다고 한다. 지난해 화상수업을 진행한 봉황고 김명심 교사는 “아이들이 처음엔 영어로 수업이 진행되는 것에 많이 부담을 느끼고 긴장하지만 발표를 준비하고 PPT를 만드는 일련의 과정을 거치면서 큰 즐거움을 느낀다”며 “실제 화상 수업시간에는 수업시간이 부족할 정도로 열성적으로 참여해 담당 교사로서도 뿌듯함을 많이 느꼈다”고 전했다.

전남외고 학생들이 호주의 대학교와 연계한 ‘AKC Winter Class’ 수업에 참여하는 모습.
◇막대한 예산…점차 확대=여러 장점에도 불구하고 올해 전남 전체 819개 초·중·고 중 AKC 교육 혜택을 받는 학교는 6.5% 수준에 불과하다. 화상 연결을 위한 서버와 카메라, 마이크, 녹화장비 등 시설이 갖춰져야 하기 때문이다. 도교육청은 AKC 참여 학교 1개교당 2천여만원의 예산을 투입했다. 카메라 등 장비가 더 필요한 AKC 모델학교에는 1개교당 4천여만원의 예산이 들어간다. 막대한 예산에도 불구하고 전남교육청은 이 프로그램을 점차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학생과 학부모들의 교육 만족도가 워낙 높은데다, 농어촌 지역이 대부분인 전남에 꼭 필요한 프로그램이라는 판단에서다.

오은주 전남교육청 스마트교육팀 장학관은 “전남지역의 수많은 소규모학교는 일부 교과 담당 교사가 부족해 다른 지역 교사들이 순회 수업을 가야하는 경우가 많은데, 실시간 화상교육 시스템이 갖춰지면 이같은 ‘상치교과’ 해소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면서 “또한 질병 때문에 병원에 격리된 학생들도 화상 시스템을 통해 교실 수업이 가능해지는 등 활용 방안이 무궁무진한 만큼 점차적으로 실시간 화상시스템을 각 학교에 보급해 나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은창 기자 lec@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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