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씽씽’ 광주 ‘제자리’ 두 도시 지하철에는 무슨 일이 있었을까?

대구 ‘씽씽’ 광주 ‘제자리’ 두 도시 지하철에는 무슨 일이 있었을까?

<최혁 남도일보 주필>
 

대구광역시 지하철공사 관계자들이 광주 도시철도공사 관계자를 만나면 물어보는 말이 있다. “광주는 아직 설계 중이에요?” 광주와 대구는 거의 비슷한 시기에 지하철 건설에 들어갔다. 그러나 지금 대구는 3호선까지 개통됐으나 광주는 1호선 개통에 머물고 있다. 2호선 설계는 6년째 계속되고 있다. 이런 상황을 애둘러 물어본 말이다. ‘차려준 밥상도 받아먹지 못하는 광주사람들’을 이해할 수 없다는 시각이 배어있다.

대구지하철 1호선은 1998년 5월 개통됐다. 이어 2호선은 2005년 9월에, 지상철인 3호선은 2014년 4월에 각각 개통됐다. 광주의 경우는 1996년에 1호선 1구간 공사가 착공됐다. 1호선은 당초 2002년 7월에 완공될 예정이었으나 재정난 등으로 2004년 4월 개통됐다. 2호선은 ‘6년째 설계 중’이다. 우여곡절 끝에 2018년 6월 이전에 착공이 예정됐으나 일부 시민단체의 반대와 뒷심 무른 시장의 항복으로 내년 상반기에나 착공될 예정이다.

대구지하철이 이쪽저쪽으로 ‘씽씽’내달리고 있는데 비하면 광주는 한참 늦었다. 대구사람들이 ‘아직도 설계 중이냐?’고 묻는 데에는 사실 ‘갈팡질팡 대는 광주지하철 건설행정’을 딱하게 여기는 마음과 조롱이 같이 섞여 있다. 비슷한 세월동안 대구는 수조원에 달하는 국고지원을 받아 3호선까지 건설했다. 그러나 광주는 지난 2014년 2호선 건설백지화를 검토하면서 확보된 예산까지 반납했으니 도통 이해할 수 없는 일이 광주에서는 벌어진 것이다.

사실 대구는 지하철이 건설될 수 없는 도시였다. 지하철건설 여부를 결정하는 평가요소 중에 비용대비편익성(Benefits & Cost)이 있는데 평가점수가 1을 넘어야 한다. 조사결과 광주는 1.34점을 받았는데 대구는 0.67점이었다. 그러자 대구가 난리가 났다. 대구지역 지도층 인사들이 똘똘 뭉쳐 노무현정부에 압력을 넣기 시작했다. 당시 대구국회의원들은 모두 야당인사들이었다. 국회의원들도 B&C 점수가 1을 넘기게끔 여기저기에 힘을 썼다.

당시 노무현 대통령 정무특보였던 이모씨가 총대를 맸다. 이런 우여곡절을 거친 재평가에서 대구지하철의 B&C는 1.01를 기록했다. 대구 지도층 인사들과 국회의원, 시민단체들이 힘을 합쳐 지하철건설을 끌어낸 것이다. 대구는 지금 연결노선확장계획을 수립 중에 있다. 이곳저곳으로 노선을 확대시키면서 광역개발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물론 그 수혜자는 대구시민들이다. 국고지원을 받아 건설된 지하철이 대구시민들의 ‘편한 발’이 되고 있다.

광주도시철도 2호선은 2013년 1월에 기본설계가 시작됐다. 이후 건설재검토, 노선변경, 착공연기 등 공사가 제때에 제대로 추진되는 것을 막는 수많은 일이 벌어졌다. 그런데 이 모든 일의 중심에는 지하철 건설에 반대하는 일부 시민단체들이 자리하고 있다. 이들 시민단체들은 ‘일반화의 오류’에 빠져있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 ‘일반화의 오류’는 ‘아주 사소한 것을 알고 있으면서 마치 그것이 전부인양 확대해석하고 평가하는’ 것을 의미한다.

광주지역 일부 시민단체들은 최근 윤장현시장이 2호선 건설 재검토를 번복한 뒤 약속했던 ‘2018년도 상반기 2호선 건설착공 재개’ 결정을 저지시켰다. ‘일부구간을 대상으로 한 우선시공에 위법성이 있다’며 환경부에 민원을 제기해 ‘불법은 아니지만 편법의 우려가 있다’는 답변을 이끌어낸 것이다. 일부구간 착공이 법에 어긋난 것이 아니라던 국토부는 환경부가 이도저도 아닌 어정쩡한 입장을 보이자 2호선 건설허가를 내주지 않았다.

우선시공은 광주도시철도2호선이 저심도 공법으로 결정되자 시험적으로 일부구간을 파헤쳐 보면서 공사 진행의 어려움과 기술적인 문제들을 해결해보자는 취지에서 도입된 공법이다. 환경부는 이와 관련 지난해 말까지만 하더라도 ‘법적으로 영향평가를 실시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그런데 광주지역 일부 환경·시민단체들이 ‘왜 환경영향평가를 선행하지 않고 공사를 하도록 하느냐’는 항의를 계속하자 입장을 번복해버린 것이다.

광주지하철 건설에 우호적인 모습을 보이다 괜히 시끄러운 일에 휘말리기보다는 원칙대로 처리해 몸보신하자는 것이었다. 국토부도 이런 이유 때문에 돌변했다. 냉정한 태도로 임하기 시작했다. 대규모 사업은 여러 가지 법적인 문제가 걸리기 때문에 한시규정, 유권해석, 예외규정 등을 둬 이런 법적인 문제를 비켜 간다. 그런데 ‘법적으로 문제가 없는 일’을 가지고도 광주시민단체들이 하도 떠들어대니 원리원칙대로 업무를 보기로 한 것이다.

지금 광주에서는 소수의 시민단체들이 내는 큰 목소리에 다수 시민의 편의가 무시당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일부 시민단체들은 자기들 주장은 항상 옳다는 식의 착각에 빠져 있다. 그런데 더 큰 문제는 광주시장 후보 중 일부가 표를 의식, 시민단체들의 주장에 동조하고 있다는 것이다. 광주의 일부시민단체들이 너무도 정치권력 화 돼있다. 여기에 포퓰리즘 정치인들이 합세하고 있다. 광주시민들의 냉정한 판단이 요구되는 사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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