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계홍의 역사소설 깃발

충무공 정충신 장군<58>-제5장 정충신의 지략

황윤길의 의견이 묵살된 것은 그가 서인이었기 때문이지만, 조정의 파쟁은 일상화되었고, 그것은 국난을 초래하는 단초였다. 이러니 권율은 어느 파벌에도 끼어선 안된다고 마음 속으로 다졌다. 장수들에게도 그런 파벌을 용납하지 않으리라 생각했다.

“다시 한번 말합니다. 우리는 뭉쳐야 합니다. 단결된 강철대오라야만이 왜적을 물리칠 수 있소이다.”

장수들 중 낯선 사람도 있었는데 이를 알아차리고 권율이 말했다.

“낯선 장수도 눈에 보이는군. 그러나 모두가 하나된 마음으로 모여든 것으로 알겠소. 저들은 군사가 2만이라고 하나 우리는 천사오백이오. 문자 그대로 조족지혈이니, 다르게 말하면 우리가 일당백으로 맞서야 한다는 뜻이오.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가 하나로 똘똘 뭉쳐야 하는 것이오. 흔히 조선군 하나는 왜군 열을 당하지만, 조선군 열이 왜군 하나를 당하지 못한다는 말이 있소이다. 그것은 우리가 그만큼 단결하지 못하고 분열하기 때문이라는 거요. 우리 호남 병사들은 그러지 않는다는 모범을 보입시다. 우리 군사가 지금까지 천사백 모였지만, 정신은 저들의 열배, 백배가 되어야 할 것이오. 한 사람이라도 낙오자가 생기거나 도주하면 우리는 끝장이오.”

“그런데 관병들이 문제요. 그들이 도망치고 있소이다. 도망치는 관병은 즉결처분해야 합니다. 의병들 사기만 죽이는 그런 자는 단호히 처단해야 하오.”

의병이 의분이 나서 스스로 일어났다면 관병은 직업군인이다. 그런데 직업군인의 정신이 의병보다 못하다는 것을 의병장들은 도처에서 목격하고 있었다.

“잘 알겠소. 그런 일이 두 번 다시 없도록 하겠소.”

권율 장군도 단호하게 말했다. 그때 막영의 천막을 제치고 급히 뛰어들어온 사람이 있었다. 그가 소리쳤다.

“장성 의병장 김보원 아뢰오. 이백 의병을 모아왔소이다.”

“어서 오시오.”

장수들이 모두 일어나 그를 맞았다. 응원부대가 들이닥치니 아연 막영지는 사기가 올랐다. 그가 말했다.

“권 장군의 창의를 권면하는 격문을 보고 형님 김찬원께 아뢰고 출병했소이다. 저의 가대 역시 대대로 국은을 입은 집안으로서 어찌 국가의 위기를 앉아서 보고 있겠습니까. 나가 싸워 죽겠다 하고, 형님은 고향에 남아 계속 의병을 모아주시고 군량미를 보내주시오, 하고 제가 권 장군께서 분기하신 이치령을 향해 줄곧 달려왔나이다.”

“장하오. 잘 왔소. 여기 모인 장수들 모두 똑같은 생각이오. 헌데 웅치 쪽에 고경명 장군 휘하로 가지 않고 왜 이리로 오셨습니까. 같은 고향 아니오?”

공시억이 물었다.

“이웃입니다. 허나 웅치에는 지금 김제군수 정담, 나주판관 이복남, 의병장 황박, 해남현감 변응정, 의병장 조경남이 진지를 구축하고, 금산과 진산 후방에 고경명군이 진주했습니다. 완벽하게 대오를 짜놓고 있습니다. 그래서 왜의 정예부대가 포진했다는 이치령으로 달려온 것이외다.”

“잘 왔소. 상세한 전략 상황은 척후사령 정충신이 보고하겠소. 척후사령은 척후병으로서 역할을 다하도록 내가 특별히 보직을 붙인 것이오. 정충신 일어나 보고하라.”

권율이 말하자 일제히 장수들의 시선이 정충신에게 쏟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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